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아일린]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온 [아일린]은 [레이디 맥베스]의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신작입니다. 한 시골 마을에서 막막한 일상에 갇힌 평범한 여주인공의 일탈을 그리고 있으니 당연히 전작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치 떨리는 [레이디 맥베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무른 인상을 주더군요. 출연 배우들이야 든든하지만, 2% 부족한 편입니다. (**1/2)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국내에선 유감스럽게도 디즈니 플러스로 직행한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입니다. 영화는 한 조연 캐릭터를 통해 느슨하게 연결된 세 다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별적으론 란티모스 영화다운 못된 재미가 있지만 한꺼번에 보다 보면 2시간 반 넘는 상영 시간이 버거워집니다. 본 영화로 올해 깐느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시 플레먼스를 비롯한 출연배우들이야 든든하니, 완전 시간 낭비는 아닐 것입니다. (**1/2)

[The Bikeriders]
제프 니콜스의 신작 [The Bikeriders]는 대니 라이온의 동명 논픽션에 어느 정도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는 1960-70년대 미국 중서부 오토바이 클럽의 흥망을 들여다보는데, 여기엔 인류사회학적 흥미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주인공들이 그렇게 흥미롭거나 재미난 주인공들이 아니더군요. 적어도 조디 코머의 캐릭터를 통해 여성적 관점을 시도하긴 하지만, 여전히 영화는 여러 면에서 평탄한 알탕 영화였고, 그러니 코머를 비롯한 여러 출연배우들이 낭비된 감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니콜스의 전작들을 무척 잘 봤기 때문에, 더더욱 실망스러웠습니다. (**)

[맥신]
타이 웨스트의 신작 [맥신]은 [X]와 [펄]에 이은 삼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X]의 그 살육극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맥신이 나중에 할리우드에 가서 포르노 여배우를 성공한 다음 주류 영화로 발돋움하려는 게 영화의 주 내용인데, 여기에 당연히 또다른 연쇄살인이 곁들여지지요. 유감스럽게도 그 결과가 두 전작들에 비해 좀 무른 편이지만, 두 영화로 미아 고스의 팬이 되셨다면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1/2)

[벼랑 끝에서]
[벼랑 끝에서]는 2017년 미국 조지아 주의 한 은행에서 일어난 단독 인질극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정도만 말씀드려도 [뜨거운 오후]를 비롯한 여러 비슷한 영화들이 자동적으로 연상되실텐데, 영화는 우직하면서 탄탄하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예정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고, 존 보예가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뻔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알찬 편입니다. (***)
P.S. 3년 전에 사망한 마이클 K. 윌리엄스의 유작들 중 하나이지요.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레벨 릿지]
모 블로거 평
“Netflix film “Rebel Ridge”, which was released on last Friday, is a rare thriller film which actually captivated me from the beginning to the end. While it seems a rather typical genre piece at first, the movie slowly but masterfully builds up tension and interest along the narrative while showing more style and personality to be cherished, and I admire it more now as reflecting more on how patient and dexterous it is in the handling of mood, story, and character.” (***1/2)

[My First Film]
[My First Film]의 뒷배경은 좀 복잡합니다. 감독/공동 각본가 지아 앵거는 2008년에서 2010년 동안 자신의 첫 장편 영화 [Always All Way, Anne Marie]를 만들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초저예산 영화는 여러 영화제들에게 계속 거부당하다가 IMDB 상에서 ‘버려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앵거는 나중에 이 경험을 토대로 이른바 “live-interactive film”를 만들었고, 이를 갖고 공식적인 첫 장편 영화를 내놓게 된 거지요. 영화 속 픽션에 얼마나 자전적 요소들이 버무려 있는지 몰라도, 그 결과물은 웃기면서도 애틋하기 그지없으니, 기회 있을 때 한 번 꼭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1/2)
P.S 영화 초반에서 주인공이 MUBI 측 사람들에게 거절당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MUBI를 통해 온라인 개봉되었지요.

[We Grown Now]
[We Grown Now]는 1992년 시카고 시의 카브리니-그린 주택 단지를 배경으로 한 성장 드라마입니다. 같은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한 1992년 호러 영화 [캔디맨]가 당연히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영화는 그 호러 영화에서 엿보였던 그 동네의 암담한 현실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두 어린 주인공들을 통해 덤덤하면서도 섬세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고, 그 결과물은 상당한 여운이 남습니다. 소박하지만, 여러모로 꽤 인상적입니다. (***)

[디디]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와 있는 단편 영화 [그랜마 & 그랜마]로 올해 초 오스카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션 왕의 첫 장편 영화 [디디]는 2008년 캘리포니아 주 어느 교외 지역을 무대로 한 성장 드라마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막 고등학교 입학 직전인 13세 대만계 소년인데, 그의 성장담과 가족 이야기는 여러모로 특수하기도 하지만 당연히 동시에 보편적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담백한 편이지만 소소한 순간들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출연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주인공의 어머니를 연기한 조안 첸을 보면 정말 세월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S. 2000년대도 어느 새 시대극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군요.
바이크라이더스는 기대하고 있던 제프 니콜스의 오랜만의 신작인데 아쉬운 평이군요. 디디도 보고싶은데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와 있는 건 단편이군요. ㅠㅠ
'맥신'과 '마이 퍼스트 필름'에 관심이 갑니다. 근데 '맥신'은 둘째치고 대체 'X'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나온 '펄'이 들어와 공개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