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고나다가 말하는 〈하우스〉

(당연히 Sonny 님의 글에 대한 하나의 주석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코고나다를 아시나요?

네, 뭐, 이제는 유명하니까요.

한국 출신의 미국 영화감독으로 오즈 야스지로와 자주 협업한 각본가 노다 코고의 이름을 따서 코고나다라는 예명을 지은 그는 극장용 장편 〈콜럼버스〉와 〈애프터 양〉, 그리고 이민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 〈파친코〉 및 이정재가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하며 이름을 알렸지요. 내년에는 마고 로비와 콜린 패럴이 주연을 맡은 세 번째 장편 A Big Bold Beautiful Journey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해요.

그렇습니다만, 그는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유명했습니다. 영화와 TV 시리즈에 관한 통찰력 있는 비디오 에세이를 만드는 작가로서요.
2011년에 시작된 코코나다의 작업은 비디오 에세이의 중흥 속에서 각광 받았고, 금세 영국 영화 잡지 Sight & Sound, 영국영화원(BFI), 미국의 블루레이 출시사 크라이테리언 등에서 정식 의뢰를 받기에 이르렀지요.

그런 그가 2014년에 크라이테리언의 의뢰를 받아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하우스〉에 관한 비디오 에세이를 제작한 적이 있기에 소개해 봅니다.

영상을 추출해서 자막을 입히는 게 이상적이겠습니다만, 저작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서, 그냥 영어 자막 및 내레이션을 번역만 했습니다. 비디오 에세이의 호흡에 맞게 일부러 줄을 바꿔 가며 옮겼습니다. 영어가 불편하신 분들은 미리 한 번 읽으신 뒤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비디오 에세이라는 것은 역시 영상이 붙어야 의미가 전해지는 법이니까요.



(원본이 비메오 영상인데 애석하게도 이 게시판에 영상을 바로 올릴 수는 없는 것 같네요. 글쓰기 에디터에서는 보이는데 막상 글을 등록하면 보이지 않아요. 아쉽지만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s://vimeo.com/110502648



장난 혹은 진실: 오바야시의 〈하우스〉 다시 보기

"우리는 픽션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말한다."
- 알베르 카뮈


오바야시 노부히코:
친했던 동년배 친구들은 전부
원자폭탄으로 죽었기 때문에
원자폭탄을 주제로 한
판타지를 쓰고 싶었어요.

원자폭탄을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중대한 시도이며,
1938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하지만,
만일 여러분이 오바야시의 〈하우스〉를 본 적이 있다면,
여러분이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그 우스꽝스러움,
마지막 한입을 깨무는 배고픈 소녀의 머리나,
해골이 춤추는 장면이나,
굶주린 피아노 같은 것이리라.

여러분은 원자폭탄이 진지하게 다루어지는 순간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뒷이야기에서
소녀들이 방문하게 될 주인공의 이모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상대를 전쟁으로 잃으며,
그녀의 동생이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결혼할 때,
사진을 찍는데,
불빛이 번쩍이고,
원자폭탄의 폭발이 화면에 딱 2초 등장한다.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한 소녀는 그 폭발을 솜사탕에 비유한다.
(대사 & 자막) "솜사탕 같아!"

이후 원자폭탄과 관련된 언급이나 영상은 더는 등장하지 않으며,
영화 전체에서 딱 이 2초뿐이다.

영화는 둘로 나뉘어 있다.


처음 절반은 원자폭탄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가벼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인터뷰에서 오바야시는
젊은 세대에 미친 원폭의 영향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두 번째 절반은 주로 소녀들이 얼토당토않게 말살당하는 과정에 할애된다.

이 영화의 정확히 가운데를 찾아 보면,
내가 가장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는 여러 개의 정체성이 거울 속에서 하나로 수렴하는 것을 보게 된다.

두 세대가,
과거와 현재가,
죽은 자와 산 자가.

그리고 오바야시의 주제의 핵심을 전달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자막) "솜사탕 같아!"

히로시마를 파괴한 원자폭탄의 부조리 중 하나는
그 폭탄에 "리틀 보이"라는 코드명이 붙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큰 부조리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파괴의 규모다.
불빛이 번쩍이고
주민 전체가 사라졌다.

(미국의 소설가) 팀 오브라이언은
어떤 것은 너무나 끔찍해서
진실로는 진실을 전달하기에 충분치 않으며,
그것을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재하는 공포의 부조리함에 필적할 만큼
터무니없기 그지없는 픽션을 경유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눈송이"는 자신의 눈을 번쩍이는 것으로
임박한 파멸을 암시한다.

우리가 처음으로
"눈송이"의 눈이 초록빛으로 번쩍이는 것을 보는 순간은
사진을 찍을 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원자폭탄은 이 영화 곳곳에 있다.

    • 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영화를 미학적인 시점에서 보는 게 일차적인 숙제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짚어주시니 확실히 이모가 남편을 잃은 그 설정과 이미지들 자체가 어떤 함의를 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일본인이 만든, 특히 종전을 겪거나 그 시점 가까이에 태어났던 일본인들이 이렇게 영화 속에서 전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가볍게 넘어가면 안되겠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 역사적 관점에서도 질문을 던져봤어야했는데 그냥 넘겨서 좀 부끄럽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솔직히 본문에 적어 주신 자막 번역만 읽었을 땐 이게 뭔 얘긴가... 했는데 말씀대로 영상을 틀어놓고 자막과 함께 보니 무슨 얘긴지 대충은 이해가 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아 그런 이야기구나... 하는데 문제는 제가 정작 영화를 못 봤다는 거죠. orz 정말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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