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한국산 SF란 쉽지가 않네요. '원더랜드' 잡담입니다

 - 개봉한지 몇 달 안 됐습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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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캐스팅으로 그만큼 망할 줄은 아무도 몰랐죠. 음. 아니 많이들 짐작했을 것 같기도 하구요.)



 - 제목인 '원더랜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서비스 이름입니다. 곧 죽을 사람의 예비 유가족들이 고객이구요. 죽을 사람이 떠나기 전에 그 양반의 인생과 성격과 뭐 기타 등등을 모아서 그 인격을 재연한 A.I.를 만들어요. 그걸 가상 세계 서버에 띄워 놓고 마치 어디 여행 가 있는 사람인 양 유가족들에게 영상 전화를 거는 거죠. 그렇게 죽은 사람을 영원히 살게 한다... 이런 건데요.


 일단은 그 회사 직원 정유미와 최우식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틀을 잡구요. 엄마와 어린 딸을 두고 병으로 세상을 떠난 탕웨이. 코마 상태에 빠진 남자 친구 박보검을 AI로 만들어 놨는데 현실 남친이 깨어나 버려 난감해지는 수지의 이야기가 병행 전개되는 가운데 소소하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손주 AI에 집착하는 할머니 이야기도 끼어들어가고... 뭐 그런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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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묵은 새 영화(...)의 장점이랄까요. 배우님들이 다 젊고 풋풋해지십니다.)



 - 처음 이 영화의 기획 뉴스가 떴을 때 와... 김태용 감독 참 인기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탕웨이야 뭐 캐스팅에 큰 어려움이 없었겠습니다만(...) 수지에 박보검에 정유미 최우식 공유까지 나온다니 엄청 화려한 캐스팅 아니겠습니까. 지금의 4년 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대단하기도 하구요. 근데 시놉시스를 보고는 "음..." <- 이런 기분이었던 것도 기억이 나요. 도저히 재밌게 잘 만들어질 것 같지가 않았거든요. 그리고 슬픈 예감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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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보고 나면 탕웨이 캐릭터가 사실상 주인공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캐릭터와 캐릭터 이야기의 비중이 큽니다. 덧붙여 카누 청년은 특별 출연이에요.)



 - 웨이브 오리지널로 나온 한국 SF 앤솔로지 'SF8' 이란 것이 있습니다. 보신 분들이 많지 않아서 이 비교가 와닿을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딱 그 수준의 영화였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 별로 상태가 안 좋은 것들 얘기겠죠. 

 그러니까 한국에서 본격 SF라고 만들었는데 뭔가 상태가 안 좋고 많이 모자란 영화들. 그런 영화들의 느낌을 두루 갖추고 있어요. 나름 장점이 없는 영화는 아닌데, 단점이 너무 근본적인 부분이라서 장점이 별 힘을 못 쓴달까. 그런 느낌인데요. 조금 풀어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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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주인공은 요 둘 중에서 그냥 대놓고 수지입니다. 돌이켜 보니 대체로 여배우들이 거의 다 해먹는 영화였네요.)



 - ...아 그만두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무엇을 예로 들어 지적하자면 끝이 없고 그렇게까지 열심히 투덜거리고 싶진 않아요. ㅋㅋㅋ

 그냥 SF로서는 정말 철저하게 낙제점인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다루는 소재에 대해 기본 지식도 없어 보이고, 그걸 이야기에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어 보이고... 그저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같은데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없고 상상력이 없어요. 그냥 장르가 환타지라고 생각해 버리는 게 마음 편합니다. 

 아니 근데 정말 뭐 대단한 기술적 지식을 바라는 게 아니구요. 하나만 말하자면, 이런 서비스가 대중들에게 상용화 되어 있는 세상인데 영화 속에 보이는 인간들의 삶이 요 서비스 하나를 제외하곤 완벽하게 현재와 똑같아요. 이게 말이 됩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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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SF다!! 미래의 첨단 기술이다!!!!!)



 - 그래서 SF는 화끈하게 포기하고 그냥 드라마로서 보면 이게 어떤 이야기냐면... 탕웨이 이야기, 수지-박보검 이야기가 정유미-최우식 이야기와 아주 살짝만 얽히면서 별개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의 묶음입니다. 그래서 각각 상황이 달라지는데요.


 탕웨이 이야기는 그냥 엄마-자식의 생이별을 다룬 멜로드라마입니다. 거기에 '트루먼쇼'의 설정이 얹혀 있다고 보면 대략 비슷하겠네요. 자신이 해외로 일하러 나와 있다고 착각하는 A.I.가 딸을 보러 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실 자신은 가짜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식으로 전개가 돼요. 근데 여기에서 그 '가짜 세상'이라는 건 그저 탕웨이가 딸을 보러 가는 걸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것 외엔 아무 의미도 메시지도 없구요. 탕웨이와 엄마, 딸 간의 드라마도 디테일이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그냥 배우 셋이 90%를 다 해먹는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지-박보검 이야기는 그래도 살짝 SF스런 떡밥을 품고 있는 이야깁니다. 코마 상태의 남자 친구를 대신할 A.I.를 만들었는데 남자 친구가 기적적으로 깨어나 버려요. 근데 뇌손상 때문에 현실 남자 친구의 상태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렇게 낯설어진 현실 남친을 앞에 두고 수지가 예전과 전혀 변함이 없는 A.I. 남친에게 끌리게 되면서 생기는 심적 갈등을 그리는 건데... 여기서 조금만 SF 쪽에 신경을 썼다면 그래도 생각해 볼만한 드라마가 나왔을 텐데. 그러는 척 살짝 폼만 잡은 후에 바로 그냥 평범한 청춘 남녀 멜로드라마로 갑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열일을 하는 건 수지와 박보검의 비주얼이에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ㅋㅋ


 정유미-최우식 이야기는 그냥 액자입니다. 각자 A.I.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하나씩 들어가 있긴 한데 전혀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심지어 정유미의 스토리는 그냥 캐릭터 설정일 뿐 '이야기'를 성립하지도 않는 형태이구요. 최우식의 스토리는 마지막에 살짝 훈훈하게 웃기는 정도... 그나마 이 둘과 관련되어 나오는 가난한 할머니와 철 없는 손주 A.I. 이야기가 조금 알맹이가 있는데 그냥 양념 정도입니다. 특별할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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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라 이게 무슨 장면인지 설명은 못하겠지만... 암튼 좀 난감했습니다. ㅋㅋㅋㅋ



 - 그래서 결론은 환타지 멜로드라마입니다. 하나는 가족 멜로, 다른 하나는 청춘 멜로인 거죠. 그리고 둘 다 이야기를 뜯어 보면 별 게 없어요.

 다만 웃기게도... 다 보고 나면 나름 감동적입니다? ㅋㅋㅋ 탕웨이 스토리의 마지막도, 수지 이야기의 마지막도 나름 울림이 있거나 괜찮은 인상이 남거나 그래요.


 일단은 김태용 감독의 솜씨 덕이 당연히 있습니다. 원래 순수하고 건전한 느낌의 감성 드라마 연출을 잘 하는 분이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엔 그보다 배우들의 존재감이 더 커 보였어요. 탕웨이는 정말 디테일이랄 게 전무하다시피한, 거의 클리셰의 틀만 존재하는 부모-자식 이야기에다가 애틋한 연기로 없는 디테일을 만들어 붙이는 수준의 활약을 보여줘요. 덕택에 마지막엔 살짝 울컥할 뻔 했구요. 수지와 박보검은 참 예쁩니다(?) 수지는 그냥 비주얼 하나로 청춘 드라마 분위기를 완성하는 느낌이고 박보검은 온갖 부담스러운 애교와 귀여운 척을 그냥 원래 귀여운 걸로 승화시켜 주더군요. 

 그리고 정유미와 최우식은... 그냥 잘 어울립니다. 분명 이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서 좋은 모습 보였던 작품이 있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부산행'에 함께 나오긴 했지만 그 영화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식당 예능(...)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었네요. 어쨌든 잘 어울렸으니 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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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탕웨이는 아름답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잘 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그것도 인기 스타들이 우루루 나오는 환타지 멜로 영화입니다. 

 SF에 아무 애정이 없다는 전제 조건 하에 이 배우들이 나오는 소소한 멜로 영화가 보고 싶으시다면 나쁘지 않을 수 있어요. 뭐 그마저도 엄연히 존재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SF 소재들이 발목을 잡고 끌어 내리긴 합니다만(...)

 기대치를 많이 낮추고, 출연 배우들 팬분들만 보시면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야박한 결론을 내려 봅니다.

 되게 아쉬웠는데, 마지막엔 배우들 때문에 그냥저냥 뭐... 하고 마무리한 영화였네요. 허허. 그냥 앞으로 김태용 감독님 SF는 안 하시는 걸로...




 + 따지고 보면 이 영화보다 훨씬 더 대충 막 나가는 'SF'영화들도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을 보고 제가 일일이 다 투덜거리진 않죠.

 근데 제가 중간에 제 멋대로 '그냥 환타지인 셈 치자!' 라고 적어 놓았지만 그게... 이 영화는 사실 그 인공지능 기술이란 걸 가지고 사유를 해 보려는 이야기를 갖고 있거든요. 의도는 분명히 그러한테 디테일이 전혀 못 따라주니 더욱 더 SF, SF 거리면서 투덜거리게 되더라구요. 음...;



 ++ 사실 아주 많이 맘에 안 들었던 게 또 하나 있는데 이 영화의 '예쁨'에 대한 집착이었습니다.

 정유미, 최우식의 사무실도. 수지-박보검이 사는 집도. 탕웨이가 생활하는 사막과 인근 마을도 다 그냥 비현실적으로 예뻐요.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의 색감이 참 뭐랄까... 필터를 강하게 적용해 찍은 사진 같달까요. 이건 제 취향 문제이긴 하겠는데, 뮤직비디오 색감으로선 좋을 수 있겠지만 두 시간 짜리 영화 색감이 내내 이렇다는 건 많이 별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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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도 예쁘고 그림도 예쁘고 음악도 괜찮은데 영화라기 보단 뮤직비디오 느낌이랄까요.)



 +++ 그러고보니 공유 얘길 하나도 안 해버렸네요. ㅋㅋㅋ 근데 영화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딱히 얘기할만한 거리가 있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확인해보니 특별 출연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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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매번 나올 때마다 카누 팔아드려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


 ++++ 굳이 SF라든가,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현실성이라든가... 이런 걸 따지지 않고 봐도 이걸 보다 보면 뭐가 됐든 간에 아주 전방위적으로 참 디테일이 생략된 캐릭터와 이야기들이란 느낌인데요.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었음 훨씬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막 훌륭한 작품이 되진 않았겠지만 멜로드라마로서 즐기기엔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 같아서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1. 정유미와 최우식은 사귀는 건 아니지만 최우식 쪽에서 호감을 갖고 좀 들이대는 관계에요. 끝까지 특별한 일은 안 생기구요.

 정유미는 사실 이 '원더랜드' 서비스의 1호 고객입니다. (어쩌면 본인이 시작한 걸 수도 있는데, 정보가 없습니다) 어려서 잃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A.I.로 만들어서 계속 통화하며 살고 있죠. (인격 형성용 데이터는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얻었을까요?) 근데 뭔 일이 있었는지 한 번은 삭제했다가 다시 복구를 했나봐요. 그리고 똑같은 데이터를 썼는데도 복구했더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격들이 되어 있더라... 는 얘길 하구요.


 2. 최우식은 새 고객님의 데이터를 처리하다가 이 양반이 사실은 어려서 자길 버리고 떠난 아빠라고 의심할만한 자료를 발견합니다. 사실을 확인하러 가 봤더니 이미 사망. 그래서 종종 A.I. 고객님과 영상 통화를 하며 게임도 하고 그러다가... 쿠키 영상에서 현실 엄마를 데려다가 고객님과 대면을 시켜요. 결국 친아빠가 맞았고, 사실은 아빠가 도망간 게 아니라 엄마가 자신을 임신하고 아빠를 떠나 버렸다는 걸 알게 되죠. 그래서 앞으로도 종종 엄마랑 아빠를 영상 통화로 만나게 해주기로 하면서 흐뭇하게(?) 엔딩이구요.


 3. 아마도 회사 주인 겸 엔지니어 겸 오퍼레이터 겸 영업 사원까지 하고 있는 듯한 위의 두 사람이 어떤 할머니에게 영업을 가서 세상 떠난 손주의 A.I.를 보여주고 계약 성공! 하는데요. 할머니께서 넘치는 사랑으로 이 놈에게 이것저것 원하는 걸 다 사줘 버립니다. (그러니까 현질 컨텐츠 요소가 있는 서비스입니다... ㅋㅋ) 근데 이렇게 퍼주면 퍼줄 수록 A.I.는 점점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 놈이 되어가고. 맨날 할매한테 싸가지 없게 굴며 차 사내라, 이 차 말고 다른 멋있는 차 사내라, 스키복 사내라 노래를 불러요. 할머니는 손주에게 뭐라도 하나 더 사주겠단 일념으로 하나 하던 일을 둘을 하고 조금 더 하고 하다가 어느 날 출근 길에 쓰러져 돌아가시구요. 정유미는 파렴치한 A.I.에게 영상 통화로 "너님 할머니 너 때문에 죽어라 일 하다 돌아가셨음. 저 세상에서 둘이 만나 행복하게 사시등가." 라고 통보하고 서비스를 종료해 버려요. 그래도 마지막에 A.I. 손주 눈가가 아주 살짝 붉어졌다는 게 아주 살짝 위안이랄까...


 4. 탕웨이는 남편 없이 혼자서 직장 다니며 딸을 키우고, 직장 일이 바빠서 엄마가 애를 봐주며 살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본인의 어렸을 적 꿈이자 딸래미의 장래 희망대로 고고학자가 되어 사막에서 뭘 발굴하고 있다는 게 요 A.I.의 설정입니다. 바쁜 직장인이었던 기억은 삭제됐지만 그게 자꾸 무의식중에 떠올라서 생전과 다르게 딸과 격하게 통화를 많이 하며 하루하루를 함께 하죠.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딸래미가 점점 엄마와의 통화에 대한 집착을 보이면서, 심지어 '엄마 만나러 가게 해달라!'고 우기기 시작하면서 탕웨이 엄마는 '이건 아니여!'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특히나 엄마는 죽은 딸이 지가 죽은 줄도 모르고 핸드폰 속에서 자꾸 말을 거는 게 너무 적응이 안 되고 싫었거든요. 그래서 딸을 데리고 고향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원더랜드' 서비스를 해지해 버립니다.


 근데 이게 월마다 결제하는 구독 서비스(...)라서 해지했지만 사용 기간이 좀 남았거든요. 할머니가 고향 가던 길에 딸을 공항에서 잃어버리고선 기댈 곳이 없으니 탕웨이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하다가... 기간이 만료되어 서비스가 중단됩니다. 그래서 통화가 되지 않으니 탕웨이 A.I.는 환장하겠죠. 발굴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동료 A.I.들의 만류를 뿌리치며 차를 몰고 발굴 현장을 뜨는데. 당연히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사막을 벗어날 수 없을 뿐더러 자꾸만 같은 풍경을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현실 세계에선 최우식이 탕웨이에게 오류가 발생했다며 어차피 서비스도 끝났으니 데이터를 삭제하자고 하는데 정유미가 말려요. 무책임한 놈들 그래서 집요하게 계속 달려간 탕웨이 앞엔 모래 폭풍(=시스템 방화벽)이 나타나고. 알 게 뭐냐고 배째라고 모래 폭풍 속으로 뛰어듭니다만... 얼마 못 가서 차는 멈추고 탕웨이는 죽을(??) 위기에 처해요. 그리고 이때, 처음부터 자꾸만 홀연히 나타나 탕웨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던 공유의 형상을 한 시스템 관리 A.I.가 나타나서 탕웨이를 구해주고 자신은 죽습니다. (어쩔!!!!?)


 그렇게 방화벽을 돌파하니 또 현실 세계의 최우식이 이거 어쩌냐고 묻는데, 정유미는 걍 외부로 접속 시켜주라고 해요. (야!!!!) 그랬더니 현실의 공항에 머물던 사람들의 전화기가 일제히 울리기 시작합니다. 받으면 탕웨이 목소리가 들려요. 내 딸을 잃어버렸다. 대충 이러저러한 애를 찾아달라. 그리고 마침 공항에 있다가 이 전화를 받은 현실 박보검이 탕웨이 딸을 발견하고, 활주로로 나가 차에 치일 뻔한 걸 구해주고요. 공항 측에 연락해서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순간 가상 세계 속 공항의 그 자리에서 탕웨이가 전화를 걸어 딸, 엄마와 통화를 합니다. 그리고 딸에게 자신은 사실 죽었다는 걸 고백하는데요. 딸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로 미소지으며 "그래도 밤에 책 세 권은 읽어줄 수 있지?" 라고 말하고. 탕웨이는 눈물 어린 미소로 "여섯 권이라도 읽어줘야지!"라고 답하네요. 그 다음엔 자기 엄마에게 그동안 고맙고 미안했다.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할매도 흐느끼며 답을 하구요. 그렇게 통화를 마친 후 딸과 할머니는 중국으로 떠나고. 탕웨이는 다시 가상 세계의 공항 벤치에서 공유를 만납니다. 간단히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일하러 간다" 면서 비행기를 타러 가는 탕웨이의 모습으로 이 이야기도 끝. 그러니까 이제는 자신의 죽음과 정체를 인지한 상태로 딸을 돌보며 살 거라는 거죠. 영원히 서비스 해지 못 할 가족들에게 애도를...


 5. 항공 승무원 수지는 코마 상태인 남자 친구를 대신하기 위해 박보검 A.I.를 만들어 우주 정거정에 홀로 처박아 놓고 매일 위로를 받으며 살았죠. 그러다 남자 친구가 깨어나자마자 원더랜드 서비스를 정지시켜 버립니다만. 해지는 하지 않았죠. 그리고 기대와 다르게, 돌아온 박보검이 뇌손상으로 전과 무척 달라져 버려서 실망스럽고 힘이 듭니다. 자꾸 안 하던 요리를 한다고 난리이고. 감각이 둔해져서 혼자 황당하게 다치기도 하고. 뭔가 우울하고 축 가라 앉아 있다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을 끌고 와서 아픈 수지 쉬고 있는 집에서 파티를 하지 않나. 직장 다니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어딜 놀러가자고 고집을 부리다 삐지고... 당최 이해가 안 되고 짜증도 나고 힘들고. 하던 중에 결국 우주 정거장 박보검 A.I.를 되살리고 위로를 받으면서 이 쪽으로 빠져들어요. 퇴근해도 바로 집에 안 돌아가고 혼자 클럽 가서 박보검 A.I. 켜놓고 술 마시고 춤 추고...


 그러다 어느 날 밤 늦게 귀가하다 보니 자기 아파트에 불이 났습니다. cctv를 보니 남자 친구가 또 요리한다고 설치다 실수한 게 유력해 보이는데 본인은 끝까지 잡아 떼구요. 너무너무 짜증이 나는 가운데 다음 날 바르셀로나로 비행 일정이 잡혔다는 걸 알고 이 화상이 따라가겠다고 난립니다. 요즘 서로 불편한데 같이 여행 가서 풀자 뭐 이런 식인데 수지 생각엔 너어무 생각 없고 철 없는 것... 그래서 대충 안 된다는 식으로 쏘아 붙이고 다음 날 출근했는데. 아 이 인간이 포기를 모르고 공항에 와서 자기도 가겠대요 바르셀로나. 그런데 그 순간 A.I. 박보검에게 전화가 오고, 대체 누구 전화냐고 묻는 현실 박보검에게 수지는 전화기를 건네줍니다. 우주 정거장의 A.I. 박보검과 현실 박보검이 눈을 마주치고, 아마도 이런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걸 모를 A.I. 박보검은 그냥 어리둥절. 현실 박보검은 상황을 눈치 채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고 결국 비행기를 탔다가 출발 직전에 뛰어 나가 공항을 헤매네요. 그러다 탕웨이의 전화도 받고 딸도 찾아 주고 그러겠죠.


 결국 홀로(라지만 어차피 근무인데;) 바르셀로나를 다녀 온 수지는 돌아오자마자 A.I. 박보검 해지를 신청합니다. 근데 뭔가 부탁이 있다고 말을 하는데 그 부탁이 뭔지는 안 들려줍니다. 그러고선 둘이 함께 놀던 추억의 장소인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현실 박보검을 만나요. "나를 왜 우주로 보냈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라서. 니가 그렇게 멀리 있는 느낌이었거든." 딱 한 마디씩 주고 받은 후 박보검은 "간다."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가구요.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둘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던 수지는 벌떡 일어나 달려가서 뒤에서 끌어 안습니다. 울먹거리며 자신을 안고 있는 수지의 손을 잡는 박보검. 그리고 우주에서는 A.I. 박보검이 "나 이제 너에게 갈게!" 라며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를 향해 뛰어내리고. 지구를 향해 자유 낙하를 하며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끝이에요. 최우식 이야기의 후일담이 쿠키로 나오지만 스포일러 파트 2번 단락에 이미 적어버려서요.

    • 아직 안본 눈이라, 스포일러는 안읽었습니다. 유시진 만화가의 네이버 단편중에 죽은 아들을 보려고 하는 한국설화를 차용한 SF가 있었죠.(아마 신과 함께에도 등장했던 설화) 박보검이 이걸 먼저 찍고 군대를 갔었는데, 복무 중에 서복은 나왔지만...(...) 그러고보니 아직도 미공개된 한국영화가 많더군요.




      판타지라고 강조를 하셔서... 그렇군요^^; 언제쯤 한국에는 SF영화로서 걸작... 까진 아니더라도 명작이 나올지. 뭐 설국열차정도면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SF영화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요.

      • 하드 SF까진 가지 않아도 그냥 과학 설정과 세계관을 그럴싸하게 짜낸 무난한 SF물이라도 하나 나와서 히트하는 걸 보고 싶은 맘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쉽진 않을 것 같기도 하구요? 설국열차의 경우엔 서양 쪽 원작이 따로 있기도 하니까 좀 예외적인 경우 같구요. 흠...

    • 영화로 만들기에 너무 약한 설정과 스토리인 거 같아요. '블랙 미러'의 한 에피소드로 나왔어도 쉬어가는구나, 생각이 들법한 심심하고 야심 없는 시나리오...^^;;

      어떻게 초호화 배우들을 캐스팅 한건지 궁금하네요. ㅋㅋ

      갈수록 부족한 시나리오를 화려한 캐스팅으로 메우려는 듯한 영화가 많이 나오는 거 같습니다. 흠.. 아닌가 옛날에도 그랬나? ㅎㅎ
      • 그게... 좀 그렇죠? ㅋㅋ 근데 흔한 설정을 쓰더라도 그걸 좀 성실하게 파서 괜찮은 이야기를 짜낼 수는 있는 것인데요. 이 영화의 스토리를 봐도 좀 더 발전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건더기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인공지능이 느끼는 감정이 인간이 생각하는 그것과 같을 수 있는가. 설계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오작동의 위험. 부족함 많은 현실 인간과 빈틈 없이 완벽한 인공 지능 중 선택의 문제라든가... 모두 다 이미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데 그걸 하나도 안 써먹고 그냥 '인공 지능 = 인간'이라는 식으로 밀고 가면서 사랑 이야기만 하니 2020년대에 나온 영화라는 게 신기할 정도의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어요.




        캐스팅은 뭐... 그래도 김태용 감독 전작이 '만추' 리메이크였고 이게 평도 좋았고 중국에선 흥행 대박도 나고 그랬었죠. 그거 믿고 많이들 출연한 것 같은데 결과가 참(...) 뭐 그렇습니다. ㅋㅋ

    • 이렇게 SF를 '있어빌리티'를 위한 장치로만 활용하는 영화들보다는 차라리 클리셰 범벅인 연상호 영화가 더 나은 것도 같습니다. SF는 덕후의 꿈실현이었던 <내추럴시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생소한 장르라도 이제는 레퍼런스 눈치를 보기보단 자신있게 기존에 만들어 둔 장점들을 밀어 넣어도 될 거 같은데 말이죠.
      • 있어빌리티 ㅋㅋㅋ 처음 듣는 표현인데 되게 직관적으로 와닿네요. 하하. 맞아요 차라리 연상호가 낫죠. 그래도 연상호는 알고는 만드는데 장르 팬들 성에 안 찬다... 는 느낌이라면 이 영화는 '이렇게 모르시면서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아니 뭐 벌써 스필버그의 'A.I.'가 나온지 23년(!)이고 '그녀'가 나온지 10년이 넘었는데요. 이 시점에 이렇게 퇴행적으로 A.I.를 다루는 이야기를 써서 영화로 만들었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갑니다. ㅠㅜ

    • 개봉 즈음에 이 작품 예고와 소개를 접했을 때부터 sf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았습니다. 언뜻 봐도 그 쪽으로는 별 게 없어 보였거든요. 그래도 출연진이 좋아서 한 번 봐야지 했는데 벌써 넷플릭스에 들어왔네요. 헤어질 결심 이후로 탕웨이를 대형 화면으로 볼 기회다! 생각했는데 결국 극장까지 가지지가 않았습니다. 요새는 몸이 정신을 늘 이깁니다. 시종일관 필터링한 듯한 화면이라면 저도 마냥 좋진 않지만 예쁜 배우들이 서사에 맞춰 움직이고 감정 표현하는 맛으로 보려고요. 로이배티님 글을 보니 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 해서 아쉽네요. 의외로 sf로 괜찮은 지점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요.
      • 흥행이 많이 안 좋아서 황급하게 들어온 것 같기도 하구요(...) 또 몇 개 나라에서만 개봉하고 다른 쪽엔 처음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크 달고 공개됐다고 하더라구요. 겸사겸사(?)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냥 예쁘고 연기도 좋은 배우들 나와서 연기하는 모습... 에 초점을 맞추면 괜찮을 수 있습니다. ㅋㅋ SF만 기대 안 하심 나쁘지 않아요.

    • 저게 진짜 공식포스터가 맞나요? ‘6월 5일 극장 대개봉’ 폰트부터 짜치네요.


      공유 + 박보검은 ‘SF로 중견감독 커리어 도장깨기 프로젝트’같은거에 참여라도 하는걸까요?

      • 좀 무성의해 보이긴 하죠? ㅋㅋ 메인 포스터 맞습니다. 4년간 창고에 있다 개봉된 영화라 그런 걸까요... 음...;




        커리어 도장 깨기를 하는 건지 커리어 깨기를 하는 건지 좀 애매하지만 영화가 잘 안 된 건 감독 탓이니 본인의 커리어를... 음...;;;;

    • 저렇게 다 이쁘고 착한 사람만 나오는 영화는 현실감이 떨어져서 잘 안 보게 되더라구요. 하물며 SF 쟝르에서라면.... (개인적으로 SF물에서는, 잘 모르는 세계를 맞닥뜨리는 데에서 나오는 공포감! 이 주 재료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모두 착하고 이쁜 것들 (광고 주인공들)한테서 무슨 극적 긴장감이나 이런 게 있을까 싶습니다.(물론 감동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저랑은 잘 안 맞을 것 같아서..... 도경수가 '더문' 주인공으로서 둥글고 이쁜 눈을, 놀란 토끼같이 연방 크게 뜨고 예고편에 나올 때,  망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 맞아요. 영화가 너무 예쁘고 다들 착하고 그럽니다. ㅋㅋ 캐릭터들도 착하고 감독님 마음도 착하고... 그래서 좀 싱거운 느낌이 분명히 있어요. 그렇게까지 착하실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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