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스케처스)


 1.돈이 많아서 좋은 점은 뭘까요? 돈이 없을 때는 돈이 많으면 상당히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뭐 현대 사회라서 그럴 수도 있죠. 우리가 쓰는 필수품이나 온갖 용품들은 이제 만원짜리와 백만원짜리가, 십만원짜리와 천만원짜리가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실용적인 부분을 본다면 말이죠.


 컨텐츠 측면도 그래요. 예전 같으면 어지간한 부자들, 상당히 상류층의 사람들이 즐겼을 법한 컨텐츠가 일반인들에게도 거의 무료로 제공되고 있죠. 황금만능주의가 심화된다고는 하지만 이런 면을 보면 오히려 적은 돈으로도 더 좋고 많은 걸 누릴 수 있는 사회죠.



 2.그렇다면 어느 부분에서 돈의 장점을 느껴야 할까요? 내 경우에는 돈을 가지면 초연해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비싼 옷을 가지고 싶었지만 막상 그정도 돈을 가져보니 굳이 안 사도 만족감이 들었거든요. 롤렉스를 가지고 싶었어도 롤렉스를 충분히 살 돈이 생기니까 안 사도 되지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스포츠카도 가지고 싶었지만 스포츠카를 사고 유지할 돈이 생기니 역시 스포츠카 욕심이 없어졌어요.


 사실 스포츠카를 사고 싶은 사람에게 어느날 2억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그는 스포츠카를 사겠죠. 하지만 스포츠카를 사고 싶은 사람이 2억을 스스로 모았다면, 막상 2억에 도달했을 때 차를 살 수가 없어요. 그 2억을 모으는 동안 느낀 게 있고 힘들었던 게 있으니까요. 2억을 모으기 위해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고작 자동차와 바꾼다는 건 내겐 힘들죠.


 물론 이건 나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뭔가를 갖고 싶었으면 그걸 사는 욕망을 실현해야만 직성이 풀리니까요. 비싼 시계를 사고 싶었으면 사야 하고 비싼 차를 몰아보고 싶었으면 사야 하죠. 한데 나는 역시 그걸 살 수가 있게 되면 돈이 아까워서 못 사거든요. 



 3.정확히는 돈이 아니라 돈이 지닌 가능성이 아깝다고 해야겠네요. 2억원이란 돈을 2억원짜리 스포츠카와 바꾸면, 그건 2억짜리 소비재일 뿐이니까요. 그 순간 2억이라는 돈이 지녔던 수많은 가능성은 저멀리 날아가는 거예요.  


 그 2억은 3억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좀 더 똑똑하게 군다면 5억, 10억이 될 수도 있어요. 2억원이라는 번데기를 찢고 10억원짜리 나비로 우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뭐하러 2억짜리 자동차와 바꾸겠어요?



 4.휴.



 5.그러니까 돈이 지닌 장점을 가장 확실히 느끼려면 돈 자체를 씨앗으로 삼아야 해요. 천만원이 있으면 천만원어치 씨앗을 사서 심고 1억원이 있으면 1억원어치 씨앗을 사서 심는 거죠. 그리고 그 돈이 열매를 맺는 걸 끈질기게 기다리는 게 돈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재미인거죠.


 물론 수확을 하면 한 입 정도는 먹어야겠죠. 한데 그것도 어렸을 때나 기분좋은 일이지, 나이가 들면 그 돈으로 여행가거나 유흥가거나 하는 게 설레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요. 수확을 하면 그 돈으로 몽땅 씨앗을 사서 다시 묻어 두는 게 가장 큰 설레임을 느끼는 길인 거죠. 왜냐면 여행 한 번 갈 돈도 따져보면 상당히 많은 씨앗을 살 수 있으니까요.



 6.그럼 결국 돈을 그렇게 쌓아가면 결국 뭘 할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죠. 예전에는 나도 그런 부분을 고민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왜냐면 돈이라는 것 자체가 남들이 그토록 욕망하는 개념이니까요. 한달 200을 버는 사람도 매일 출퇴근하며 힘들어야 하고 한달 천을 버는 사람은 힘든 것만이 아니라, 노력에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나이까지 평생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상이 월 천~2천만원인 거니까요. 


 그토록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노력이 엄정하게 치환된다는 것...그것 자체에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거든요. 별 목적 없이도 그냥 달성하고 갱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이 들 수 있어요. 소비하고 않고 소유하기만 해도 끊임없이 달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돈의 좋은 점이예요.

 

 그래서 꼭 돈으로 뭘 하거나 뭔가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은 안하게 됐어요. 그저 내 계좌에서 본 적 없던 액수를 달성하고, 또다시 갱신해가는 것만으로도 그 부분에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그 숫자 자체가 수많은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개념이니까 내게도 가치가 있는 거죠. 뭐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내적 만족감을 얻는 거니까 달성감이라기보다 우월감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7.사실 소비로서 만족감을 얻기에는, 위에 썼듯이 현대 사회는 생산품의 품질이 너무 상향된 점도 크고요. 고든 램지 14만원짜리 버거랑 맥도날드 7천원짜리 햄버거의 맛이 그리 다르지도 않거든요. 심지어는 맥도날드가 더 뛰어난 부분조차 있고요. 미용품이나 그런 것들도 몇천원짜리와 몇십만원짜리의 가치가 극적으로 다르지 않고요. 동네에서 그럭저럭 장사는 곳에서 파는 만원짜리 제육이 수백만원짜리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을 때도 있고.



 8.어제는 스케쳐스 운동화를 하나 샀어요. 1년 반쯤 기다려서 샀죠. 스케처스가 장사가 잘되서인지 할인을 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렸죠. 1년 반 정도 기다리니까 결국은 못 버티고 30% 세일을 하더군요. 


 사실 나는 5년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었거든요. 요즘 나오는 신발은 좋아서 5년 더 신어도 문제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놈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세일을 하길래 하나 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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