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좀 특이한 아포칼립스물, '빈센트: 살인유발자' 잡담입니다
-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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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이 '빈센트 머스트 다이'인 걸 보면 아마 원제도 같은 뜻이겠죠. 번역기 돌려 보니 맞네요.)
- 제목 그대로 주인공은 빈센트.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구요. 리옹에서 혼자 살며 일해요. 살짝 좀 둔한 성격에 크게 매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딱히 모자라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입니다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고 자신을 공격해대는 괴이한 현상을 겪기 시작합니다. 상황을 분석해보니 일단 눈을 마주치는 게 트리거인 듯 하구요. 매번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서 말려주는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작지 않은 부상을 입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니 위축되고 불안해하고 일상 생활 불가능해지는 게 당연하겠죠. 그러다 그게 점점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서 결국 사람 많은 도시를 떠나 시골에 있는 아빠 집에 가서 혼자 살며 버텨 보려고 하는 빈센트입니다만.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노숙자에게서 더 난감한 이야기를 들어요. 본인도 그런 증상 때문에 사회 생활을 포기하고 이러고 살고 있으며, 이런 일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과연 빈센트의, 아니 프랑스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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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산만하지만 호구의 별 아래 태어난 사람입니다. 직장에서 억울하게 맞아 저런 부상을 입고도 신고도 안 하고 처벌도, 보상도 없이 용서해주고선 페북에 사진 올리며 흐뭇해 하고 있...)
- 사실 아주 특이한 설정은 아니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28일 후'도 비슷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메이헴'처럼 더 닮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새로운 구석을 만들어낸 거죠. 그러니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피해자 본인이 트리거입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이게 발동이 걸리기도 하고, 안 걸리기도 해요. 물론 이걸 확인해 보려고 했다간 자기 목숨이 달아날 수 있으니 난감하구요.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데다가 이걸 겪는 사람이 주변에 흔한 것도 아니니 어디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죠. 차라리 좀비 떼에게 쫓기는 사람이라면 비감염자들 찾아서 무리를 지어 뭐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이건 좀비가 아닌 멀쩡하게 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랜덤으로 발동을 걸어 당하는 일이니 근본적인 대처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빈센트는 아무리 봐도 임기응변이 그렇게 좋고 영민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에요. 상황도 주인공도 아주아주 갑갑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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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네 번인가 다섯 번인가... 공격을 당하고 나서야 호신 장비를 구입하며 흐뭇해합니다. ㅋㅋ 근데 저거... 의외로 한국에서도 살 수 있네요. 파워 제한이나 소지 제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긴 합니다만.)
- 빈센트가 이런 갑작스런 곤경을 일상에서 겪고, 그러면서 인생이 꼬이고 몸은 다치고, 살 길을 찾아 이것저것 해보려 애를 쓰는 전반부까지는 이런 설정이 아주 효율적으로 잘 먹힙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공격 당할지 알 수 없으니 매 순간마다 긴장감이 충분하구요. 이 어리버리 호인 젊은이가 살 길을 찾아 본다고 애 써보는 장면들은 은근히 웃기는 코미디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동지도 만나고 자신의 능력(?)이 안 통하는 예쁜 여인도 만나고 하는 대목까진 꽤 흥미롭게,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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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해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냥 평범하게 딱하고 더러운 개그 장면입니다.)
- 중반 이후부턴 그런 재미가 좀 약해집니다. 완전 꽝이 되는 건 아닌데 처음만큼 재밌진 않아요. 왜냐면... 빈센트의 처지에 변화가 생기질 않거든요. 그리고 그때까지 끌어간 설정에서 뭘 더 깊이 파 보지도 못하구요. 결정적으로 그냥 계속 답이 안 나오는 가운데 빈센트도 답을 찾아보려 하질 않습니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그렇게 답을 포기하고 가는 이야기를 하려면 기본 설정에서 뭔가 새롭고 흥미로운 걸 만들어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안 돼요. 그러는 대신에 어쩌다 만난 아리따운 여인과의 관계에 집중하는데 이게... 나쁘진 않지만 이런 류의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전개는 아니니까요.
다행히도 후반부에 들어가면 이런 아쉬움은 대체로 사라집니다. 역시 특별히 신선한 전개는 아니지만 초반에 이미 흘렸던 떡밥대로의 일이 벌어지거든요. 이런 증상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확대되는 거죠. 그래서 전국이 난장판이 되고 아포칼립스가 시작되고...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가 전개돼요. 더 큰 스케일과 더 많은 폭력. (보기 거북한 장면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습니다) 초반의 블랙 코미디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매 순간 궁서체로 진지하지만 아무튼 긴장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살벌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가 조성이 되니 재미는 있습니다. 그러다가 대략 적당한 마무리를 내면서 끝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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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개는 소중합니다. 개를 사랑합시다!!!)
- 결국 이런 류의 이야기는 어떤 사회적 현상의 은유로 해석이 되게 마련이죠. 좀비 유행부터가 그랬고 뭐 그냥 유구한 전통이잖아요.
이 영화도 상냥하게 중간중간 짧게 들리는 뉴스들을 통해서 간단한 설명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특히나 유럽 쪽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유 불문 영문 모를 '묻지마 폭력 사건'들 이야기에요. 인종이라든가, 빈부 격차라든가 기타 등등 핑계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엄밀히 따져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계기로 벌어지는 잔인하고 쌩뚱 맞는 폭력 사건들. 영화를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실제로 근 몇 년간 그 발생 빈도가 미칠 듯이 늘어나 우려된다는 기사들이 몇 개 보이더군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영화의 내용도 대충 납득이 갑니다. 특히 빈센트의 이 능력(?)이 '눈 마주침'에서 시작된다는 설정이 그렇죠. 왜 주변에서도 몇 번씩은 그런 얘기 들어 보셨잖아요. 그냥 걸어가다 우연히 시선이 마주쳤을 뿐인데 "뭘 꼬라봐??" 이러면서 시비 걸리고 폭력이 시작되는... 그러면서 가만히 보면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피해자들은 대체로 어눌하고 만만해 보이거나, 여성이거나, 소수 인종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노인이거나 그렇습니다. 이걸 직접적으로 내세우지 않은 건 영화가 너무 설교조가 되는 걸 피하려고 그랬을 수도 있고, 또 그런 얘기까지 해버리면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 되니까 그랬을 수도 있겠구요.
암튼 그래서 빈센트가 늘 남들 앞에서 고개 숙이고 시선 피하고 다니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는 거죠. 실제 영화 속에서는 그러고 다니다가 "왜 시선 피해? 내 눈 안 쳐다봐??" 라고 시비 걸리는 장면도 나오고 그럽니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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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르에서 기대할만한 이런 상황들은 사실 몇 번 안 나옵니다. 왜냐면 이게... 생각보다 진지한 영화더라구요.)
- 뭐 대략 그런 이야기이고 그런 영화에요. 장르 공식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얘기하는 영화이고 사실상 메시지 쪽에 조금 더 치중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좀 더 세게 나아가면 훨씬 재밌어질 텐데... 라는 상황들을 슬쩍슬쩍 피해가는 모습들이 보이거든요. 묻지마 폭력 이야기하면서 폭력 장면을 재미를 위해 만들어 넣으면 모순이니까. 양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긴 한데 결과적으로 강력한 설정에 비해 장르적 재미가 조금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겠구요.
그래서 호러/스릴러적인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조금 글쎄요... 라는 느낌이었고. 이런 현실 문제에 관심 많으신 분들에게 더 맞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럭저럭 좋게 봤는데 강력 추천까진... ㅋㅋㅋ 끝입니다.
+ 근데 프랑스 영화이고 극중에서도 계속 '뱅상' 비슷한 발음으로 불리는데 번역 제목을 굳이 '빈센트'라고 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 싶었네요. 자막도 그렇구요. 뱅상 카셀을 빈센트 카셀이라고 부를 것도 아닌데!!!
++ 이 영화 제목으로 이미지 검색을 하니 왠지 자꾸 '추락의 해부' 사진이 섞여 나오더라구요. 왜 그런가 했더니 이 영화도 나름 깐느에 초청 받아서 신인 감독들 작품 대상으로 하는 부문에 노미네이트도 되었다는 모양입니다. 물론 수상은 못 했구요. 그랬다면 이미 포스터 이미지에 박혀 있겠죠. 하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도시엔 사람이 너무 많이 살고 당연히 주인공에겐 위기가 더 많이 찾아오겠죠. 그래서 주인공은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아빠의 시골집으로 떠나요. 비어 있기 때문에 혼자 짱박혀 살면 안전하겠다... 싶었던 거죠. 근데 그렇게 가는 길에 만난 노숙자 아저씨에게서 '나도 같은 증상이다'라는 말을 듣고. 그 분에게서 서바이벌 팁을 몇 가지 듣습니다. 사람 없는 곳에 짱박히는 건 기본이고, 개를 키우라네요. 그럼 너를 공격하려는 자가 생길 때 개가 경고를 해준대요.
그 시골 집에 도착해서 조용히 살아 보려는 주인공입니다만. 금새 옆집 아저씨에게서 공격을 받게 되고, 터진 정화조 속 내용물로 이루어진 뻘밭(...)에서 박터지는 혈투 끝에 결국, 본의 아니게 그 사람을 죽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온몸에 부상을 입고 똥물을 닦아내며 꺼이꺼이 통곡하는 주인공. 그러고는 재빨리 유기견 보호소라 가서 귀여운 (하지만 힘 세고 사나운) 개도 한 마리 데려와서 '술탄'이라고 이름 붙여 놓고 당분간 행복하게 지내요. 쇼핑도 열심히 하죠. 전기 충격기, 테이저 건, 수갑 등등. 그리고 유튜브로 호신술 연습도 하구요. 현명합니다.
근데 먹고는 살아야 하고 여긴 시골이니까. 차를 타고 조금 나간 곳에 있는 외딴 식당에 전화를 해서 "죄송한데 제가 장애가 있어서 주차장 차로 좀 가져다 주시면 안될까요?" 라는 식으로 주문을 하는데, 이때 음식을 들고 나온 종업원 여성분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지 뭡니까. ㅋㅋ 게다가 눈을 마주쳤는데도 안 덤벼 들으요!! 게다가 그 쪽에서 먼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혼자 지내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하니 공감 수치가 퍄퍄퍅 올라가면서 그만 연심을 품게 됩니다. 집에 와선 명찰에 붙어 있던 이름으로 페북 검색도 하고 하면서 음침한 설렘(...)을 즐겨 보기도 하구요.
그러던 어느 날, 또 음식 주문하러 갔다가 그 종업원에게 못 받은 돈 받으러 온 동네 건달들을 마주치고요. 얘들이 종업원을 구타하는 걸 보고 말리려고 나섰다가... 그 중 한 명이 또 발동이 걸리는 바람에 테이저 건을 쏘고 종업원과 허겁지겁 도망칩니다만. 그러다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죠. 처음에 반응이 없었다고 해서 영원히 그러는 건 아니라는 거. 눈이 뒤집혀서 달려드는 종업원과 차 속에서 격투를 벌이다가 결국 유튜브에서 배운 경동맥 압박 기절 스킬로 제압한 후 어쩔 수 없이 일단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다음 날 눈을 뜬 종업원에게 눈 가리개를 하고 수갑을 채우고서 집으로 데려다 주려던 주인공은 여자가 자길 미치광이 싸이코 취급을 하자 서러웠는지 동네 마트로 데려가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구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좀비 떼처럼 달려와 행패 부리는 걸 본 여자는 주인공의 말을 믿게 되죠. 근데 이 엉뚱한 영혼께선 단순히 믿어주는 것을 넘어 주인공의 기구한 처지에 끌렸는지 자기 집(이라지만 보트입니다. 거기에서 살아요.)에 데려가 와인을 잔뜩 먹이고는 스스로 수갑을 차고 섹스를 하네요. 허허.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 둘이었지만, 잠시 후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들이 들려오고. 아 이거 위험하다 싶은 주인공은 여자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가요. 근데 가는 길에 경찰들 검문이 있고 계속 주위가 소란스럽습니다. 라디오를 틀어 보니 아마도 이게 순식간에 전국, 전지역으로 확산이 된 듯 하고... 돌아와 보니 자신의 집 주변이 불타고 있고 시체가 굴러다녀요. 그러고 집에 들어가 보니 아빠가 있습니다. 동거하던 애인이 주인공 같은 처지가 되어서 결국 살해 당했다고. 그래서 정신줄 놓고 오열하는 아버지까지 해서 3명 + 1마리가 차를 타고 전에 만났던 노숙자 동지가 알려준 피해자들의 대피처를 찾아가는데...
가는 길이 마치 '우주 전쟁'의 한 장면처럼 차들로 막혀 있고. 어인일인가... 하고 나가 보니 당연히 그 일입니다. 사람들이 미친 듯이 날뛰며 서로 죽이느라 도로가 막혀 버린 것. 그러다 아수라장 속으로 아빠는 사라져 버리고. 오열하며 아빠를 찾던 주인공은 결국 여자 친구의 설득으로 아빠를 포기하고, 차를 버리고 사람 없는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갑니다. 이 모습이 멀리서 조감으로 보이면서 이대로 엔딩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주인공이 여자에게 강력 펀치를 날립니다. 그리고 올라타서는 목을 졸라요. 그러니까 피해자도 언제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새롭게 보여주는 장면이겠죠.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주인공이라고 해서 규칙에 예외는 아니니 계속해서 목을 조르는데,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여자가 양 손으로 주인공의 눈을 가립니다. 결국 간발의 차로 정신을 차리고, 둘 다 살았네요.
그래서 그 때부턴 입장이 바뀌어서 여자가 빈센트의 눈을 가리고, 손을 꼭 잡고 걸어가요.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리죠. 그래서 여자의 보트로 가서는 둘이 배를 타고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납니다. 배에서 손을 꼭 잡고, 시선은 마주치지 않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떠나는 둘과 한 마리의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지역 케이블 VOD로도 나와있긴 하던데, 나중에 챙겨보기는 해야 겠네요…
아... 근데 다시 강조하지만 막 추천할 정도까진 아니구요... ㅋㅋㅋ 그래도 보신다면 재밌게 보시게 되면 좋겠지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