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과 철선공주'


1966년 하몽화 감독작품(한국 한정으로 최경옥 감독 명의)


같은해 연초에 먼저 공개되었던 [서유기]의 속편이고 하몽화의 서유기 4부작중 두번째 영화입니다.
[방랑의 결투]가 개봉된 뒤에 정패패 주연작이라고 광고하면서 공개된 영화이지만 제작 시기는 [방랑의 결투] 보다 이게 빨랐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정패패 원톱 영화는 아니고요.

하몽화의 [서유기]는 돈 많은 쇼부라다스가 각잡고 만든 환타지 영화ㅂ니다. 당시로서는 특수효과도 나름 준수하게 뽑힌 편이고 그때까지 나왔던 서유기 영화들 중에서는 나름 선진적인 작품이었다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진행됩니다. 원작의 너무 큰 스케일을 감당하지 못해 축약하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완전히 이야기를 바꿔버린다든가 그러지는 않고요. 황매조 요소도 섞여있습니다.

1편은 당연하게도 주인공팀 4인(?)이 결성되는 이야기이고, 2편부터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데 원작에서는 상당히 뒷부분에 나오는 철선공주(나찰녀=우마왕 마누라) 이야기가 제일 먼저 나왔네요. 뭐 서유기에서 제일 인기있는 에피소드니까요. 동양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도 [철선공주]였죠.

근데, 철선공주, 즉 파초선이 나오고 우마왕과 손오공의 싸움이 나오는 에피소드인데 이걸 제대로 만들려면 60년대 당시로서는 기술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좀 무리였겠죠. 그래서 편의상 축약하다 보니 상영시간이 많이 남았나봅니다ㅎㅎ. 보너스로 이야기가 하나 더 들어가있습니다. 백골정 에피소드요. 손오공이 제일 억울하게 고생하는 이야기. 그니까 이야기 두편이 엮인 옴니버스ㅂ니다.

원작에선 혼자인 백골정을 여기선 자매인 걸로 각색했는데 그 자매가 정패패와 하리리, 60년대말-70년대초 사이에 홍콩을 대표하던 여협들이죠. 하리리는 이때까지는 그냥 전도유망한 신인이었을테지만요.
그니까 정패패는 메인도 아닌 에피소드에서 빌런으로 나오는 건데... 근데 사실 분량은 이쪽이 더 많습니다. 제목에 못올라간 건 에피소드 인지도에 밀려서일지도...ㅎㅎ

어쨌든 이 파트에서는 제일 중요한 여성캐릭터니까 나름 여주인공이고, 황매조 스타일로 노래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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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오공(악화) vs 철선공주(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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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오공 vs 백골정




한국에는 67년에 [손오공과 철선공주]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방랑의 결투]가 개봉한 뒤라 홍보에 '정페이페이'의 이름을 쓴 것 같네요.

네편의 영화들 중에 [서유기]와 [철선공주]를 신상옥 프로덕션이 '합작영화'라는 형태로 한국 감독의 이름을 내걸고는 국내에 개봉했는데, 홍콩판과는 다른 버전입니다.

원작에서 악화가 연기한 손오공의 얼굴 나오는 장면을 박노식 선생이 재촬영한 장면으로 바꿔치기해서 별도의 한국판을 만들어서 상영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과 홍콩에서 각각 다른 주연배우를 내세워 더블캐스트로 제작했던 사례가 없진 않지만, [서유기]는 처음부터 홍콩과 합작한 게 아니라 쇼부라다스 단독으로 다 만들어놓은 영화에 나중에 재가공해서 만든 짜가 합작이었습니다. 옛날에 썼던 더블캐스팅 수법을 응용해 사기를 친거죠. 그게 들통나서 당시에 신상옥 감독이 경찰서에 불려가고 거금의 벌금을 물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에 속편인 [철선공주]를 같은 방식으로 또 만들어 개봉했습니다. 글고 그때는 또 별 일 없이 넘어간 것 같아요.

그니까 아마도 [서유기]는 급하게 만드느라 깜박하고 당시 정부에서 내걸었던 합작영화 기준(한국배우 일정수 이상 출연이라든가...)에 못미쳤었다든가 그랬다가 [철선공주]는 그 선을 통과하도록 만든 모양입니다.


이게 모범사례(...)가 되어 홍콩영화 수입해다 추가촬영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그걸 지칭하는 업계용어까지 생겨났었답니다. 그렇게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위장합작이 그후로도 오~래도록 계속되었죠. 그래도 이쪽은 주인공 얼굴 바꿔치는 성의라도 보였으니 나름 성실했던 편일지도...

짜가건 진짜건 간에 현재 박노식 버전을 볼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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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철 복원판 예고편




그냥 한 장면

(저 장면을 60년대 한국에서 어떻게 더빙했을지 궁금해요. 중간에 랩도 나오는데...ㅎㅎ)


    • 저작권 엄격하지 않던 시절의 패기 넘치는 일화들은 들어도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ㅋㅋㅋ 정말 그렇게 굴러가던 산업이 많이도 컸네요.

    • 80년대에 비슷하게 대만하고 합작(?)으로 만들어진 [서유기 대전비인]은 리얼타임으로 극장에서 봤는데, 재미있긴 했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고보니 성룡이 나오는 코믹 쿵후 계열 한국 홍콩 합작 비디오 영화로 [애권(愛拳)]이 있었다고 기억했는데, 정작 현재 한국 웹에서 찾을 수 있는 [애권]은 성룡과 상관이 없는 물건이었단 말이죠. 이게 금성 골드스타 계열로 VHS 비디오 출시되어서 더빙이 된 물건이었기 때문에, 주연급 얼굴은 성룡이고 다른 배우들은 한국인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한국 성우 더빙 음성으로 "사랑 애자 애권이다"라고 대사 읖었던 걸로 기억했는데, 제 빈약한 기억 문제인지 뭔가 다른 영화에 대한 기억이랑 섞인 것인지 애매하기도 합니다. 은근히 이렇게 합작 비슷한 방식으로 국가 간의 벽을 넘는 건 꽤 있었고, 대만에서 가면라이더 로컬판으로 만든 '번개기사 오형제'나 '무적천뢰매' 같은 것도 국내에 VHS 수입이 되었단 말이죠. 중국어권 최초의 변신 히어로물 소리를 듣는 1975년작 중국초인(인프라맨)은, 아 이건 한중 합작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말 더빙되고 주제가까지 만들어 붙인 국내 출시판 VHS가 나오기도 했었고요. 인프라맨은 복각판 DVD를 갖고 있습니다만 지금 현재 볼려면 유투브 밖에 없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렇게 인물 드라마 부분은 수입하는 나라에서 새로 찍고, 액션이나 특수촬영 부분은 원 제작국에서 촬영한 걸 더해 합쳐서 독자적 수출 버전을 따로 만드는 방식은, 사실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도 행해졌었죠. 예, 바로 수퍼 전대 시리즈의 미국판 파워레인저 같은 것들이 드라마 파트의 배우는 미국인 배우로 바꾸어 찍지만 액션은 일본에서 찍은 일본 액션인 케이스였죠. 다만 원조 파워레인저인 공룡전대 쥬레인저의 경우는 미국인 배우 중심의 드라마 내용 중에서도 일본 배우들이 섞여있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파워레인저는 특수 촬영도 미국 쪽에서 하고 있고, 이미 일본의 수퍼 전대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세계관과 설정을 갖고 독자적인 내용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일본판에선 못했던 것들을 미국판에서 하고 있는 지경입니다만… 게다가 한국은 파워레인저를 먼저 수입했기 때문에 일본판 수퍼 전대 드라마들이 수입되고 있는데도 한국에선 파워레인저 시리즈로 로컬라이징 되어 나오고 있는 또 다른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단 말이죠. 하여튼 심의나 수입비 등등 여러 문제로 편법이 행해지는 건 나름 기나긴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리핀의 볼테스V 드라마나 국내 수입이 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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