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로봇 드림' 보세요 여러분.

 -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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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 토로 아저씨 말대로, 참으로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였습니다.)



 - 대략 1980년대의 뉴욕인가 봅니다. 쌍둥이 빌딩도 멀쩡히 잘 서 있구요. 근데 인간이 없는 세상이네요. 다른 건 전혀 다를 것 없이 로봇 기술만 환타지 수준으로 발전한 80년대... 이긴 한데 뭐 자세히 따져봐야 뭐하겠습니까. 그냥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환타지 세상이라고 하면 되겠죠. ㅋㅋ 애초에 세계관이나 과학 기술, 현실성 같은 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암튼 우리의 주인공 Dog씨는 사는 게 좀 적적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아타리 핑퐁 게임을 왼손 vs 오른손으로 플레이하며 한숨을 쉬다 혼자서 냉동 음식 데워 먹으며 티비를 보다가... 티비에서 광고하는 로봇을 보고는 덜컥 질러 버려요. 그리고 배송된 로봇과 아주아주 기대 이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함께 놀러 간 바닷가에서 예상 못한 사건을 겪고, 다음 해 6월까지 거의 1년을 이별한 상태로 기다리게 되구요. 둘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보내는 그 시간을 차분히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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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뭐든지 다 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통신 판매나 동네 오프라인 매장에서 푼돈에 구입 가능합니다. 근데 왜 저러고들 사는지는 따지지 않는 걸로... ㅋㅋ)



 - 로맨스물입니다. 이걸 반드시 연애 감정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로맨스물로 보여요. 왜냐면 이야기가 굉장히 올드 패션드한, 거의 고전 헐리웃 영화들 스타일의 로맨스물 느낌이거든요. 예쁜 사랑하던 한 커플이 운명의 장난으로 헤어지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눈물 짓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들 있잖습니까. 비록 개랑 로봇이라는 해괴한 조합(...)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느낌, 그런 형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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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해외 리뷰들을 보면 로맨스라고는 안 하고 '버디 영화'라고들 칭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봐도 아무런 문제 없구요.)



 - 대사가 하나도 없습니다. 효과음, 생활 소음과 음악은 짱짱하게 울려 퍼지지만 대사는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어린 애들 보여줘도 좋아하겠다 싶었지만 마지막 장면의 그 감성을 애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요. 또 그렇게 되게 웃기거나 하는 장면도 없어서 굳이 자식들 보여주진 않는 걸로. ㅋㅋ


 그런데 그렇게 대사가 없는 게 또 더욱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앞서 적었듯이 아주 고전적인 풍의 러브 스토리 느낌인데요. 그런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감정들을 계속해서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만으로 표현을 하니 보는 사람의 상상을 유발하면서 더 깊고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면이 있더군요.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도 이런 효과에 힘을 보태구요. 마음껏, 자유롭게 그 상황에 맞는 표정이나 동작을 만들어 보여줄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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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는 심플해도 디테일은 집요할 정도로 자세해서 보는 맛이 있습니다.)



 - 그림체는 단순하지만 디테일이 되게 좋습니다. 뭐... 캐릭터들의 그림은 정말 심플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표정 변화가 더 쉽게 와닿는 장점도 있구요. 배경이 되는 80년대 뉴욕의 풍경은 어지간한 실사 영화 뺨치도록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언제부턴가 뉴욕이라고 하면 외계인과 초능력 빌런들의 배틀 그라운드가 되어 버렸지만 원래 로맨틱한 헐리웃 영화라고 하면 뭐니뭐니 해도 뉴욕이던 시절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ㅋㅋㅋ 딱 그 시절 영화들 속 뉴욕의 풍경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이것도 아주 맘에 드실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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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대놓고 유명 영화 명장면을 오마주한 장면들도 나오구요. 원본(?) 짤 찾아 보면 아시겠지만 작정하고 그냥 그대로 그렸습니다. ㅋㅋㅋ)



 - 배경도 설정도 아주 현실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지만 이 이야기가 주인공 개와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감정'들은 참 쓸 데 없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와닿는 것이어서 보다 보면 환타지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듭니다. 처음엔 좀 거리를 두고 보다가도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아니 이게 대체 뭐라고!' 라는 느낌으로 몰입이 되구요. 마지막 장면에선 정말 오만 추억과 감정들이 와르르 몰려와요. 제가 딱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관객들로 하여금 그와 유사한 기억, 추억, 감정들을 마음 구석을 탈탈 털어 꺼내서 되새기게 만드는 명장면이었네요.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매우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을만한, 그런 영화였습니다.

 ...라고 적고 나니 그냥 이 말로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네요. ㅋㅋㅋ 아주 인상 깊게 잘 봤습니다. 언젠간 꼭 다시 봐야겠다. 라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네요. 추천해주셨던 jeremy님께 감사드립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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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너무 당연한 얘기라 까먹을 뻔 했네요.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September 좋아하는 분들은 보세요. 무조건 보세요. ㅠㅜ



 ++ 원본 짤 찾아보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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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지니티비 영화 요금제 구독으로 봤습니다. 오티티에 무료로 풀려 있진 않은 걸로 알아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근데 뭐 별 거 없습니다. 그러니까 개와 로봇은 바다에 놀러가서 아주 신나게 놀고 모래사장에 드러 누워 쉬다 잠이 드는데... 일어나고 보니 로봇의 몸에 녹이 슬어서 움직일 수가 없게 됐어요. 게다가 이 로봇은 엄청나게 무거워서 개가 옮기지도 못하고. 그래서 집에 가서 공구를 가져와 고쳐 보려고 했는데... 그 날이 하필 해변가 시즌이 끝나서 폐쇄하는 날이었던 겁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고 민원도 넣어보지만 반려, 몰래 들어가다가 붙들려서 경찰서행. 그래서 결국엔 다음 해 개장일까지 생이별을 하게 된 거죠. 뭔가 되게 납득이 안 가는 설정이지만 일단 넘어갑니다. ㅋㅋㅋ


 그래서 이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는 둘의 이야기는 따로 전개됩니다. 


 로봇은 해변가에서 혼자 낡아가고. 가끔씩 기적이 일어나서 이 곳을 떠나 개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꿈을 꾸죠. 물론 다 꿈에서 깨면서 슬프게 끝나지만요. 그러다가 이런저런 사람들이 와서 다리 한 쪽을 떼어가기도 하고. 여기저기 망가지고 하다가... 결국엔 고철 수집상에 팔려가서 사장님의 프로레슬러 놀이에 장난감으로 활용되어 온몸이 박살나고 머리통만 남습니다. 그런데 이때 버려진 기계 부속들 모아다 뭐 만들기 좋아하는 너구리가 나타나 줍줍 해가구요. 이 너구리에 의해 카세트 플레이어 몸통을 한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요. 다행히도 이 너구리는 아주 상냥한 녀석이었고. 로봇은 너구리 곁에서 행복한 일상을 살게 되죠.


 로봇을 데려가는 걸 포기 당한 개는 울적한 일상을 삽니다. 그때까지 시간을 보내보자고 새로운 취미도 들여 보고 하는데 잘 되는 게 하나도 없구요. 그러다 카리스마 능력자 오리를 만나 사랑이 싹트는가... 했는데 그 놈이 갑자기 연락도 없이 유럽으로 떠나 버려서 좌절하구요. 그러다 드디어 1년이 흘러 해변이 오픈되자 부랴부랴 달려가서 로봇을 뒀던 자리를 뒤져보지만... 전에 누군가가 부수고 간 다리 한 짝만 남아 있네요. 다시 좌절. 그러고 눈물의 세월을 보내던 개는 결국 동네 샵에 가서 '친구용 로봇'이란 설명이 붙어 있는 새 로봇을 데려 오고. 어색하지만 조금씩 가까워져 가다가... 다시 행복을 찾습니다.


 대망의 마지막 장면은 이렇습니다. 로봇이 너구리와 함께 사는 건물 옥상에서 바베큐를 하려는데 케찹이 다 떨어져서 방으로 들어가요. 근데 방 창문을 통해 새 로봇과 함께 걸어가는 개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와다다 달려내려가 거리를 질주해서 건널목 앞에 서 있는 개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돌린 개는 충격을 받았다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로봇을 뜨겁게 끌어 안고... 까지는 또 로봇의 상상이었구요. 멍하니 창문으로 개와 새 로봇을 바라보며 망설이던 로봇은 자신의 몸통에 장착된 카세트 플레이어로 둘의 추억의 노래, 셉템버를 크게 틉니다. 그러자 거리에 서서 쇼윈도를 구경하던 개는 자신도 모르게 그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고, 결국 옛날에 로봇과 둘이 그 노래에 맞춰 추었던 그 춤을 추기 시작해요. 로봇도 자신의 자리에서 똑같은 춤을 추고요. 그렇게 다른 자리에서 같은 추억에 잠겨 흥겹게 각자 춤을 추고는... 개가 문득 음악이 들려왔던 그 창문을 바라보지만 로봇은 숨어 버리네요. 한참 창문을 바라보던 개는 결국 새 로봇과 손을 잡고 미소지으며 길을 가구요. 주인공 로봇도 케찹을 들고 너구리가 기다리는 옥상 바베큐를 즐기러 떠납니다. 엔딩이에요.

    • 저는 책과 영화 둘 다 봤는데, (책을 절반 읽고 영화 본 후 나머지 뒤를 보게된 애매한 케이스) 영화가 좀 과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아무래도 동화로 만들고 2시간 가량을 채워야하니 그랬겠지만 영화를 볼 거라면 책을 꼭 먼저 읽으시라고 하고 싶네요. 다른 분들은 얼마나 갭을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오 이것도 '원작이 훨씬 낫다고!!!' 케이스에 속하는 경우인가 보네요. 호기심에 검색해 보니 종이책 17,000원에 이북이 12,000원이라... 방학 동안 한 번 읽어볼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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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패러디 포스터가 나온 걸 보면 자연스레 로맨스로 읽는 관객들이 꽤 될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ㅋㅋ




      그냥 정말 영화가 너무너무 좋았어요. 즐겁게 볼 수 있는 초반 이후로 중반의 기나긴 과정이 마음 아프기도 했는데 특히 처음 꿈 시퀀스는 이렇게 잘 풀릴리가 없지 하면서도 몰입해서 보다가 깨는 순간 좀 충격이 있었네요. 엔딩의 감동은 정말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최고였던 것 같고 그냥 근래에 나왔던 작품들 사이에서도 최상위권으로 쳐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보고 나와서 한동안 September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자잘한 디테일들이 좋아서 저도 나중에 집에서 다시 보려고 했는데 아직 ott에는 없군요.

      • 짤 검색하다가 저 이미지 보긴 했는데 그게 이거 패러디였군요. ㅋㅋㅋ 역시 짤 검색하면서 '패스트 라이브스'랑 비교하는 국내, 해외 리뷰들을 봤어요. 솔직히 전 그렇게 닮았단 생각은 못 했는데 다시 생각 해봐야겠네요.




        그렇죠. '아 xx 꿈!' 장면들이 그 뻔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그게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나와서 사실 좀 정서적으로 피곤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10분 정도 짧았으면 더 좋았을지도...? ㅋㅋ




        엔딩 정말 좋았죠. 다 보고 나서 그 장면은 다시 돌려보고 음악도 계속 듣고 그러고 있습니다. ㅠㅜ

    • 극장에서 잘 보았습니다. 항상 September가 흥겹지만 참 촌스러운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 이후로는 아련한 추억의 노래로만 기억에 남습니다.    

      • 정말정말 좋아하는 곡이지만 '참 촌스럽다'는 말씀도 어떤 의미인지 납득이 가기도 하구요. ㅋㅋㅋ 이런 게 영화의 매력 중 하나 같아요. 원래부터 알던 익숙한 무언가에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감정이 느껴지고...

    • 로이배티 님 좋아하시는 노래까지 얹어져서 더욱 좋게 보셨겠습니다. 글 제목에 저렇게 다는 경우 흔치 않으니 꼭 봐야겠네요. 

      • 사실 제가 제목을 저렇게 다는 건 '완전 초 재밌다!' 보다는 '이건 취향 안 타게 두루두루 괜찮다'는 쪽 의미에 가깝습니다만. 이건 둘 다에 속하는 경우라서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 추가로 감독님이 90년대에 실제로 뉴욕에서 10년간 사셨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었나봐요. ㅎㅎ

      • 역시 경험이었던 거군요. ㅋㅋㅋ 검색해 보니 원작의 배경은 뉴욕이 아닌 그냥 어딘가... 라고 하더라구요. 굳이 콕 찝어서 그 시절 뉴욕을 배경으로 한 그런 사연 때문이었나 봅니다.

    • 셉템버라니 당장 봅니다. 띤띤띤 띤띤 띤띤띤 띠-디디

      • 좋아하던 노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였습니다. 초반과 마지막에 두 번 나오고 중간에도 여러가지로 편곡 되어서 계속 나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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