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보고 잡담입니다.
빔 벤더스 감독작입니다. 야쿠쇼 코지가 주인공 역인데 제작, 연출에도 일부 관여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흔한 장인의 일상이 나옵니다. 이 사람의 전문 분야는 화장실 청소입니다. 업체 소속이지만 본인이 직접 만든 도구들을 싣고 다니며 체계적으로 완벽한 청소를 하는 사람이에요. 보기 어려운 부분은 손거울로 비춰가면서까지 닦으니 말 다했습니다. 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변기를 안고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면 늘 저거 저렇게 감싸 안고 머리를 들이밀 물건인가 싶어서 찝찝했는데 이분이 청소한 곳은 대충 닦고 안아도 되겠다 싶었네요.
그래도 좀 반칙입니다. 이 사람이 청소하는 화장실들은 복잡한 지하철 같은 곳에 위치한 공공 화장실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청소하는 화장실들은 도쿄 시부야구에서 건축가들에게 위탁해 새로 단장한 최신의 '아름다운' 화장실들이거든요. 영화가 그 프로젝트의 연장에서 기획되었다고 하네요. 태생이 그러니 일단은 눈감고 넘어가겠습니만 주인공의 집 화장실은 어떨까 궁금했으나 소개되지 않더군요. 주인공은 오래되고 허름한 이층짜리 목조 연립주택의 아래위층을 쓰는데 현관문 앞에 바로 차를 주차할 수 있고 그 마당 한 편에는 캔커피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건 좀 신기했습니다. 아마 등장은 하지 않으나 다른 세대가 여럿 살거나 이웃한 곳이 공장이거나 그럴까요.
스포일러라 일과를 일일이 소개하진 않겠습니다. 이렇게 쓰니 조금 웃기기도 해요. 반복되며 나오는 그 일과라는 것이 조금씩 변주될 뿐 이 영화는 그 일과로 채워진 나날이 전부인데 영화 광고나 소개를 보면 그 일과가 그대로 나오고요, 그리고 아래 제가 가져온 포스터에는 주인공 히라야마가 주된 일과인 청소 업무를 끝낸 후 자신의 시간을 채우는 사랑하는 것들이 그려져 있으니 스포일러라는 것이 애매한 영화입니다. 인물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바람과 빛이 함께하는 나무의 풍경인 거 같고 카세트 테이프로 듣는 음악과 잠자리의 독서가 이 사람의 완벽한 나날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것들입니다.(그런데 영화 볼 때도 생각한 것인데 포스터의 저런 자세는 저분 나이에 독서 자세로 좋지 않습니다. 쿠션 없는 바닥에서 조금만 저렇게 책 읽다 보면 팔꿈치나 목이나 허리가 아프죠)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제목 그대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인물이 자신에게 맞는 삶을 반복을 통해 찾아왔고 지금 거의 맞춤하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요. 허영 같은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사고방식들은 제해 가면서 좋아하는 것들로 뼈대만 남긴 생활을 구축하였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만족하며 하루하루 사는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변수는 생기지만 말이죠.
영화의 아쉬운 점은, 히라야마의 과거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히라야마의 조카가 가출했다며 찾아오고, 그래서 오래 왕래 없던 동생이 딸을 데리러 기사 딸린 차를 타고 와서 '화장실 청소한다는 게 사실이야?' 같은 말을 하는 걸 보면 히라야마는 아마도 화장실 청소 노동을 하는 것이 어이없는 일로 여겨지는 계급이었나 봅니다. 그런 사람이었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화장실 청소일'의 사회적 성격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맙니다. 이런 일은 어떤 사람이 하면 자연스러운가, 히라야마는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가...같은. 제가 보기엔 영화가 하려는 얘기와는 잘 맞지 않는 거 같았거든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님에도 화장실 청소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여가를 아름답고 소중하게 가꾸는 인물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는데 감독의 의도는 아니지 않을까 해서요.
빔 벤더스의 영화는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 '구름 저편에' 이렇게 세 편을 본 기억입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지만 영화 자체를 많이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도 비슷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공감하였지만 영화 전체가 막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감독과 좀 안 맞는지...그랬지만 아마 좋게 보실 분들도 많을 듯한 영화였습니다. 혹 볼까말까 하는 분이 있다면 보시고 후회할 영화는 아님을!

저는 아주 아름다웠다고 느낀 영화였습니다. 다만 리얼리즘은 절대 아니고 굉장히 단아하게 꾸며진 요소가 있는데 그런 환상적 부분들을 좀 정확하게 인지하고 봐야할 것 같긴 하더군요. thoma님도 후에 영화 속 히라야마처럼 책을 꾸준히 읽어나가는 삶을 보내시진 않을까요?
영화 속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1이라는 작품이 궁금했는데 한국에는 정발이 안된 것 같더군요.
모처럼 극장에서 본 영화입니다. 이 영화도 보셨다니 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보고 그냥 지나간 부분들, 꿈이 반복적으로 나온다거나, 나무들 사진찍기나 이런 부분들 언급해 주실라나요. 자연과 자신의 과거와 미래가 꿈을 통해 나타나고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히라야마처럼 규칙적이고 반복적이진 못하고 울퉁불퉁한 성정이 있지만 책읽기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습니다.ㅠㅠ
하이스미스의 저 제목은 저도 처음 들어요...
지니티비였나... 에서 vod 예고편 트는 걸 보고 '관심은 가지만 나중에 봐야겠군' 했던 영화인데 thoma님 소감을 보니 좀 더 나중에 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ㅋ 그래도 내용 소개를 보니 짐 자무쉬 '패터슨'과 연달아 봐도 재밌을 것 같고 그렇네요.
예고편을 다시 찾아보니 애초에 영화 제목을 루 리드 노래에서 따 온 건가 봐요. 예고편 본 다음에 노래만 다시 들어 보고, 내친 김에 괜히 이것까지 찾아 들었습니다.
(영화도 좋았지만 실은 영화보다 이 뮤직비디오를 더 좋아합니다. ㅋㅋ)
짐 자무쉬랑 빔 벤더스가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작품들 내고, 또 그러다 적어 주신 영화처럼 호평 받는 작품도 만들어내고. 이런 거 보면 참 멋져 보이고 그렇습니다. 오래오래들 사시길.
뮤직비디오 좋네요. 저는 영화밖에 몰랐어요.
저는 짐 자무쉬는 '천국보다 낯선'으로 워낙 좋게 만나서 그 이후로 좋아하는 감독이 되었어요. 맞아요. '패터슨'과 같이 언급을 많이 하더라고요. 로이배티 님께서는 어떻게 보실까 궁금합니다. 나중에라도 보시고 후기 부탁드립니다!
음악은 뭔가 한 때 기억을 강하게 자극하는 곡들로 추억에 잠기실 분들이 꽤 있을 거 같아요. 저도 익숙한 곡들 가운데 마지막엔 니나 시몬 목소리가 나와서 반가왔고요.
아무리봐도 패터슨과 유사성이 보이는 영화지요. 패터슨이 정확하게 1주일인 반면, 퍼펙트 데이즈는 변칙적인 시간이지만요. 주인공이 사는 곳과 시부야구의 화장실은 실제 있는장소더라고요.
한 일본 네티즌은 일본 개봉시기 트위터에 퍼펙트 데이즈 영화속 노숙자와 노동자의 현실은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업과 행정기관의 아젠다?같은 게 지배하고 있어서 오히려 불편했다고 토로하더군요. 비슷하게 김혜리평론가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고요.
'패터슨'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주제면에서나 이야기면에서나 유사점이 많네요.
화장실은 당연히 실제하겠죠.ㅎㅎ 그 화장실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화도 기획되었다고 하니까요.
음...이 영화가 노동자 현실에 초점을 맞추진 않고 좀 다른 이야기인 것은 맞지만 보기에 따라선 그런 말도 나올 수 있겠어요. 노동자 계급이 자신의 취향과 지향을 발전시킨 이야기가 아니고 중산층 이상의 계급 출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취향과 지향을 화장실 청소일을 하면서 유지한다고나 할까요. 왜 그러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고 청소일의 현실도 저 화장실들이 특별한 고급?화장실이라는 면에서 제거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화장실 청소일은 위에도 썼지만 이 영화의 태생이 그러니 그냥 끼워들어간 것인데 그러다 보니 좀 미화된 것 아닌가 합니다. 김혜리 기자의 평은 안 읽어 봤는데 함 찾아 봐야겠네요.
김혜리 기자님은 평작정도로 평가하셨는데 따로 평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일본분 감상 트위터 해석본은 https://x.com/bebeyourbird/status/1809626198722638122?s=46 여기고
실제 촬영지 다녀오신 분은 아래에 있네요.
트위터 글 연결해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았는데 공원 나무 옆에서 춤추던 노숙자가 한 분 나오고 한 사람일 뿐이지만 비중있게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나무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듯. 나중에는 공원에 못 있고 횡단보다 근처에서 배회하는데 그걸 히라야마가 보던 장면이 좀 길게 나왔었죠. 히라야마 꿈에도 등장했던가 그랬죠? 주인공이 청소하는 반짝이는 현대식 화장실과 대비된 면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