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이상일의 '분노'를 봤습니다
- 2016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 2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 미칠 듯이 뜨거운 일본식 여름(?)의 어느 날, 처참한 살인 사건 현장에 모여든 형사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범인은 대낮에 피해자 집에 들어와서 먼저 아내를 살해한 후 몇 시간을 기다려서 집에 돌아온 남편까지 죽였어요. 그리고 피해자의 피로 벽에다가 怒자를 적어 놓고 갔네요. 경찰에선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해서 몽타주를 만들고, 방송에 대대적으로 알리며 지명 수배를 하구요...
...근데 다음부터 이야기가 좀 특이하게 돌아갑니다. 전혀 다른 장소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며 서로 아무 연관이 없는 세 부류 사람들이 나오구요. 이들의 인생에 갑자기 낯선 남자 하나가 뛰어드는데... 이 남자가 저 지명 수배 전단 속의 사진과 묘하게 닮은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낯선 남자를 받아들이고,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다가 점차 '혹시 이 남자가 그...?'라는 의심에 빠져드는. 그런 이야깁니다.
- 그래서 정말로 세 가지 이야기를 엮어주는 연결 고리는 저것 뿐입니다. 흉악 살인범과 닮은 남자와 가까워져 버린 사람들이 억누를 수 없는 의심 속에 번뇌하며 고통 받는다는 것. 마지막에 가서 이들이 하나로 묶이고 그런 전개 전혀 없어요.
그리고 영화가 범인 찾기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있는데, 그걸 찾아가는 과정 같은 건 거의 안 나와요. 찾아보니 원작 소설에는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도 존재한다는데 영화에선 삭제해 버렸네요.
...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장르물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수사물은 아니에요. 스릴러 성격이 조금 묻어 있는 궁서체 진지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 그래서 그럼 대체 뭔 얘길 하는 영화냐... 고 하면 아마도 사람들 사이의 신뢰, 믿음. 그리고 그걸 갉아 먹는 의심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세 팀(?)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기본 패턴은 같아요. 뭔가가 결핍된, 삶에 문제가 있고 특히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제시되고. 이들이 정체불명의 갑툭튀 타지인을 만나 교류하며 조금은 마음이 넉넉해지구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놈이 그 놈인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죠.
스릴러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범인은 하나일 테니 최종적으로는 이 중 둘은 무사할 테고 한 팀만 문제겠지만, 문제는 이 의심 자체가 빌런이라는 겁니다. 힘든 삶에 찾아 온 구원... 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큰 위안과 도움이 된 존재를 '의심'으로 인해 잃어 버릴 위기에 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거죠.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의심을 안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요? ㅋㅋ
동생이 일본도, 영화도 평소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당시 한국개봉했을 때 저에게 보러가자고 해서 봤던 영화입니다. 마츠야마 켄이치, 와타나베 켄, 미야자키 아오이 파트는 다소 감정과잉같았는데, 세 파트 모두 준수하더군요. 사토시파트는 나름 소설같았고, 히로세 스즈파트는... 뒷맛이 쓰리더라고요.
츠마부키 사토시가 나와서... 작년 한국에도 정식공개된 한 남자도 한 번 보셨으면 좋겠네요. 세번째 파트 모리야마 미라이가 나오는 넷플 오리지널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라던가.
저는 반대로 미야자키 아오이 파트가 평범하게 느껴졌고 나머지 두 파트가 벌어지는 일 대비 감정을 절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감정 과잉인가 봐요. ㅋㅋㅋ 물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에선 감정을 적당히 억누르는 편이 더 세련되어 보이고 그러긴 하는데, 현실에서 내가 저런 일을 겪는다면? 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미야자키 아오이 이야기 속 사람들이 보이는 리액션이 평범한 편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제가 이런 식으로 진지한 일본 영화는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서... ㅋㅋㅋ 일단 말씀하신 작품들 기억해두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글 올리시는 도중에 후반부가 짤린 것 같네요.
듀게 임시 저장 기능이 종종 이러는데 원인을 모르겠네요. ㅋㅋㅋ 지적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제 컴퓨터에선 이 글도 위에 새로 올린 글처럼 멀쩡하게 사진과 함께 잘 보인답니다...;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세 명의 용의자 모두와 묘하게 닮아 보이는 몽타주가 신기했습니다.
처음엔 누가 범인인가 쫓아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도 범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느낌을 갖게 되죠.
세 가지 이야기가 전혀 다른 톤이라 세 명의 감독이 따로 연출한 옴니버스처럼 느껴졌고,
화려한 배우들의 열연 중에서도 특히 히로세 스즈와 츠마부키 사토시가 남다르게 보였습니다.
맞아요 배우들 끼리끼리는 딱히 안 닮았는데 몽타주는 기묘하게 다 비슷한 느낌인 게 신기했어요. ㅋㅋ 아마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걸 텐데 아주 효과적이더라구요.
말씀대로 각자 드라마들이 충실하다 보니 정말 '그냥 이 중에 범인 없는 결말 아닌가?' 라고 기대하면서 봤네요.
저는 하나만 꼽자면 츠마부키 사토시요. 일본 배우들 잘 모르긴 하지만 나름 오래 전부터 보던 배우인데 아 이런 모습도 자연스럽고 또 이런 연기도 하는 배우였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