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삼체] 감상 (스포 주의)

'삼체' 포스터. / 넷플릭스 제공

[삼체] 2024

연출 : 앤드루 스탠튼, 증국상 외      
출연 : 에이사 곤살레스, 조반 아데포, 제스 홍, 알렉스 샤프, 베네딕트 웡, 로잘린드 차오, 조너선 프라이스, 리엄 커닝엄,  말로 켈리

넷플릭스 신규 시리즈 [삼체]가 공개되었죠.
많은 분들이 기다리던 작품이고, 저도 기대하고 있던 작품인지라, 주말동안 몰아 봤습니다.

넷플릭스판의 각색은 원작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물리적인 스케일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적인 배경은 지구 전체의 세계 곳곳에서 옥스포드 중심의 영국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시간적 배경은 여러 세대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재구성해 현 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설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런 과감한 각색은 이야기 전개에 속도감을 부여했고, 방대한 원작 스토리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몰입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원작이 담고 있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와 복잡한 과학 이론을 제한된 상영시간 안에 막힘 없이 전달하기 위해서라 납득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영상으로 옮긴 중국판 드라마가 원작 1권 분량을 29부작으로 담아낸 걸 생각하면 엄청난 모험이죠.
결과는 꽤 성공적입니다.

넷플릭스판 각색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물의 재구성입니다.
원작 1~3권에 등장하는, 시기상으로 수백년의 세대 차이가 나는 인물들이 친구로 나오고, 여러 등장인물을 한 명의 캐릭터로 합치기도 하고, 한 인물의 행적을 여럿이 나눠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그대로 나오는 인물들은 예원제, 클라렌스(스창), 마이크 에반스 등입니다.
예원제의 딸 베라 예(양둥)의 아버지는 양웨이닝에서 마이크 에반스로 바뀌었고, 주요인물들이 베라의 제자들로 재구성되었습니다.
1,2,3권의 주인공인 왕먀오, 뤄지, 청신이 각각 오기, 사울, 진청으로, 3부의 윈텐밍과 그의 부자친구가 윌과 잭으로 바뀌어 모두 친구 사이로 함께 등장합니다.
원작에서는 왕먀오의 역할이던 VR 게임을 통한 삼체 추종세력 접촉을 진청과 잭이 대신 수행하여 사건의 진행을 앞당겼고, 3권의 등장인물인 진청과 윌의 스토리가 1권의 사건과 동시에 진행됩니다. 
웨이드는 1권의 창웨이스와 3권의 웨이드를 합친 인물로 등장하고, 진청의 남친 라지는 2권의 장베이하이에 해당하는 인물인 걸로 보입니다.
오리지널 캐릭터인 타티아나는 삼체조직의 행동대원 역할로, 1권의 선위페이 역할, 2권의 파벽자 역할, 3권의 의인화된 지자의 역할도 일부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작 1권의 내용이 드라마 5부에서 끝나고, 6~8부는 원작 2, 3권의 내용이 떡밥으로 던져지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과학자들의 죽음, 의문의 카운트다운, 문화대혁명과 홍안 기지, VR 삼체, 삼체 추종세력의 진상, 그리고 심판일의 파나마 작전으로 이어지는 1권의 내용은 쉴틈없는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눈을 뗄 수 없게 했습니다.
다만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5부까지 긴박하게 달리던 페이스에서 한 숨 쉬어가듯 3권의 계단 프로젝트와 2권의 면벽자 선정이 진행되고, 본격적으로 2권 내용이 전개되기 전에 약간 김빠진 상태로 시즌 1이 마무리되다 보니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여기서 실망하고 접는 사람과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사람이 나눠질 것 같네요.
저는 당연히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작을 읽은 저도, 읽지 않은 집사람도 모두 만족스럽게 시즌 1을 감상했습니다. 
특히 파나마 작전 장면이 어떻게 표현될 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렸는데, 사전 정보 없이 마주친 집사람이 몹시 놀라며 몸서리를 칠 정도로 사실적이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원작 1권 내용의 상당히 빠른 진행 속도를 보면서 3권의 까마득한 전개를 좀 덜어내고 시즌 2에 꽉 채워 마무리 할 생각인가 싶었는데, 제작진의 인터뷰를 보면 전체 분량이 3시즌이냐 4시즌이냐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빨리 다음 시즌이 보고 싶네요.
    • 글쎄요... 스포 표시는 하겠습니다만.

      1권 스토리구조는 넷플릭스에 오픈된 에피소드 제목 소개에 다 나와있는 건데요.

      베라 예의 친부가 반전요소인가요? 스토리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데? 홍안기지 분량 조절이 목적이라고 봅니다.
      • 스포의 기준은 각자 다른 거니까요. 불쾌한 건 아니고, 말씀하신 오잉? 정도의 느낌... ^^


        얼마 전 원작 소설 이야기를 하면서 제 머리 속에서 내용을 오래 곱씹다 보니 '이 정도는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하고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 전에 올라왔던 혹평 반응을 보고 관심을 완전히 접었는데, 또 이렇게 괜찮다고 칭찬하는 글을 보니 '봐야하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저는 팔랑귀... ㅋㅋㅋㅋ 일단 뭐 이렇게 좋게 보신 분도 계신 걸 보면 한 번 시도는 해봐야겠어요. 시즌이 최소 둘에서 셋이 더 나온다니 좀 천천히 보고 싶어지긴 합니다만... 하하. 글 잘 읽었습니다!!

        • 덕분에 리디 전자책으로 전권 질렀습니다. 여기서는 내일부터 이스터 휴가가 나흘동안 있답니다. 휴가를 보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습니까. SF 소설 읽기.

          • 잘 하셨습니다. 안타깝지만 휴가를 도둑맞으셨군요.

    • 저랑 생각이 많이 비슷하네요. 저는 사실 원작과 다른 부분을 그냥 어렴풋이 인지하는 수준이었기는 한데, 정말로 임팩트 있었던 주요 사건과 요소들이 잘 살아 있어서 디테일이 바뀐 건 그냥 넘어가겠던데요. 사건의 시공간이 좁아진 건 예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줄 수 있고요.

      • 책이라면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장황하게 펼쳐질 때는 잠시 멈추고 곰곰히 생각해보거나 앞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읽어보거나 할 수 있지만, 영상물에서는 그게 쉽지 않죠.


        그래서 흘러가는 영상을 따라가면서도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게 적절히 각색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 책에서 영상으로 매체 표현 양식이 달라지면 '호흡'도 달라지는 게 맞죠. 그런 점에서도 좋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파나마 운하 장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촬영만 몇달을 준비했다고 하네요. 저는 넷플릭스에 있는 메이킹 필름까지 다 보았어요. 워낙 Sf라면 다 좋아해왔는데 이런 스케일에 이런 촬영이라니...


      베니 웡의 목소리가 얼마나 정확하고 깊이가 있고 예지적인지 베니 웡만 나오면 안심이 됩니다. 제작자도 정확히 그렇게 말하더군요.

      • 베네딕트 웡의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불만이라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랬어요. 소설을 읽으며 제 머리 속에 떠오른 스창의 이미지는 딱 베네딕트 웡이었거든요. 노련하고 유능한 업계 최고의 전문가.


        중국판의 우화위는 지나치게 정의로워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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