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바다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 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부픈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이성복, 바다

 

 

 

 

 

 

사소한 일에도 울음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버리던 감수성 예민하던 스무살 시절에, 시는 무엇보다 큰 고통이였고 괴로움이였습니다. 일주일에 4번이나 시수업을 들으면서도, 내 다시는 시 수업을 수강하지도 시집을 사기는 커녕, 시를 읽지도 않겠다고 다짐하곤 하였죠.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시를 철저히 잊고 살았습니다. 이성복 시인 시의 한구절처럼 '내 괴로움에는 상처가 없' 다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상처가 없으므로 상처없는 가벼운 괴로움으로 살고저, 괴로움으로 무장된 시에서 벗어나 가볍게 살고 싶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질거라고, 책장 안쪽 구석에 쌓아두고 외면하고 살았는데도, 정처없이 서러운 날이면 밤을 지새우며 서럽게 읽었던 시들이 어지럽게 떠다니곤 합니다. 서럽게, 서러움이 달려오고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시는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상처없는 가벼운 괴로움에도.

    • 이성복은항상너무좋으면서도너무불편해요상처를건드리는말할수없는저놀라운경상도마초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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