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기로에 선 에단 헌트, 딜레마의 얘기 ‘미션 임파서블7’

영화는 딜레마의 철학을 곳곳에 심어 놓는데 서구인들이 갖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 곧 종교적 의미에서도 그 점을 드러낸다.



에단 헌트를 비롯해 모든 첩보원들이 기를 쓰고 추적하는 엔티티 구동의 열쇠는 십자가이다. 두 개의 십자가가 겹쳐져서 입체형 십자가로 돼야 작동이 된다. 근데 그 십자가 형 키를 처음에 손에 넣는 사람은 그레이스, 곧 은총이란 이름의 여자이다.



신의 은총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이다.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는 뛰어난 기술을 지닌 소매치기이다. 첩보전에서는 ‘듣보잡’이자 ‘갑둑튀’의 여자이다. 인물들의 이름이 지닌 종교성은 이 영화가 지닌 최대의 딜레마일 수 있다. 지나치게 전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피날레로서 그지 없이 좋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의 대속(代贖)의 행위를 전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매달리게 되는 예수처럼.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마도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서구 합리주의 근대 철학)의 결합과 그 갈등의 축을 영화 전체에 풀어 넣으려고 애쓴 것처럼 보인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야말로 이번 영화의 키워드인데다 주인공 에단 헌트를 통해 니체의 초인(超人) 사상을 실현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에단 헌트는 엔티티를 뛰어넘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는 완벽한 자아이다. 그러나 그가 초인으로서 세상의 또 다른 절대적 권력이 될지(그게 과연 옳은지) 예수처럼 대속의 행위를 이어 갈지(그게 과연 현실적일지)는 현재까지의 이야기 전개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이러자니 논리가 안 맞고(니체의 얘기대로 괴물을 없애려고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러자니(일종의 히어로물이 되니까) 너무 진부해진다. 한 마디로 딜레마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쉴 새 없이 고민에 빠진다. 전 세계 정보조직의 거간꾼이자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뛰어드는, 일명 화이트 위도우(바네사 커비)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엔티티의 키를 두 쪽 다 가지려 하고 그렇게 될 경우 그것을 어느 쪽에 넘길 것인 가를 놓고 고심한다.



한쪽(예컨대 CIA)은 그걸 가질만한 힘이 있지만 그 작동 방법을 모른다. 또 한쪽(예컨대 가브리엘이나 에단 헌트)은 엔티티의 구동 원리를 이미 알고 있거나 알게 되겠지만 믿을 수가 없다.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IA에 키를 넘기면 전 세계 다른 정보 조직에 쫓기게 된다. 가브리엘 등에게 넘기면 영원히 그의 하수인이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 가를 두고 영화는 등장인물들을 베니스의 한 호텔에 몰아넣는다. 그 장면은 이번 영화의 주제를 극대화하는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



심지어 에단 헌트는 여기서 자신의 현재 애인인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와 새로운 여인 그레이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파우스트(고민을 하는 인간)냐 그레이스(신이 내린 존재)냐, 인 셈이다.



하지만 에단의 오랜 동지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루터(빙 레임스)는 그에게 이런 식의 충고를 한다. ‘가브리엘을 죽여선 안돼. 그를 살려서도 안돼. 그냥 키만 갖고 도망쳐야 해. 해답은 거기에 있어.’



에단 헌트도 위기의 순간 일사 파우스트에게 소리친다. 최대한 멀리 도망쳐! 일사를 보낸 후(버린 후) 그는 그레이스를 구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그레이스는 자꾸 그런 그에게서 벗어나려 애쓴다. 신의 뜻은 다른 것인가.



그 모든 복잡한 수사학에도 불구하고 딜레마의 주제의식을 액션 한방으로 보여준 씬이 바로 열차 폭파 신이다. 에단과 그레이스가 탄 열차는 노르웨이 어딘 가 절벽에서 철로가 가브리엘의 폭탄 테러로 끊기게 되고 차량 한 칸 한 칸 밑으로 수직 낙하한다. 두 남녀는 칸마다 뒤로 가야 살 수가 있다.



절벽에 세로로 차례차례 대롱거리게 되는 기차 차량 안에서 뒤로 간다는 것은 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을 위해 전진하는 것의 방향성이 뒤틀려지게 된다는 것인 바 이건 마치 대형 크루즈였던 포세이돈호가 태풍으로 전복된 후 사람들이 살기 위해 오히려 뱃속, 배 밑바닥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딜레마를 벤치 마킹 한 아이디어이자 설정이다.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의 가장 짜릿한 액션 신이자 세트와 특수 촬영, 스턴트와 CG의 절묘하면서도 극상의 결합을 보여준다. 현대 할리우드 테크놀로지를 테크놀로지의 느낌이 아니라 인간 육질의 느낌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톰 크루즈의 장인 정신이 배어 있는 부분이다. 그가 독보적인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이다.



‘데드 레코닝2’는 1편에 이어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에단 헌트는 목숨을 잃을 것인가. IMF는 영구 폐쇄되는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 것인가. 벌써부터 호사가들의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딜레마이다. 이러자니 너무 아깝고 저러자니 여기까지 온 얘기를 더 이상 정리할 수가 없다. 우리의 삶은 모두 선택의 결과이다. 정말 그렇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전문

https://www.kgnews.co.kr/mobile/article.html?no=755949
    • 그레이스라는 이름이 너무 흔한 편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해석하자면 의미가 확실히 있군요. 파우스트도 그렇고. 가브리엘도 대놓고 신의 의지를 옮기는 대천사고요. 엔티티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다루는 흔한 단어라 뭐라 할 말이 없군요.

      • 그레이스는 자기 생존과 쾌락에 충실했던 일반인이 자신뿐만 아니라 남을 살리는 요원으로 거듭나는 인물이라 요새 뜨는 여성서사에도 부합된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엔티티의 수수께끼 중에 "항상 다가오기만 하고 오지는 않는 것"을 그레이스가 "내일"이라고 맞추는 게 의미심장하더군요,내일이란 없이 살던 여자잖아요.




        우리 모두는 과거의 패턴을 반복한다는 키트리지 말대로 일사 역시 이산이 도망가라고 했지만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과거의 패턴 반복


        그레이스를 도둑으로 설정한 데는 이런 해석도 있군요


        Key, 십자가의 상징


        영화에서 2개가 교차되어 십자가 모양이 되는 열쇠(key)는 이 미쳐 날뛰는 엔티티를 통제할 유일한 실마리가 된다.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 할 이가 이 열쇠를 손에 넣어 엔티티를 이용해 세계를 발아래 두려는 야욕을 내비칠 때는 절대반지의 유혹에 사로잡힌 골룸이 오버랩되었다.


        주인공 에단은 엔티티가 세상에 존재해선 안된다는 명징한 신념을 지니고 열쇠를 쫒는 유일한 인물이다. 열쇠는 탐욕과 죄가 가득한 세상에 그가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의미하는 듯하다.


        인간의 원초적이면서 끝을 모르는 탐욕, 그리고 유일무이한 절대적 파워에 대한 경계가 결국 이번 시리즈의 주제의식으로 보인다.


        열쇠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 동료가 되는 여주인공 그레이스의 전직이 도둑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성경에 기록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양 옆에는 같이 십자가형을 받은 범죄자가 있었는데, 그중 오른쪽에 있던 도둑(good thief)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속죄하여 구원을 약속받는다. 영화에서 그레이스는 크게 한몫 챙기면서 자신의 안위를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순간에 이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 IMF에 합류하는 선택(Choice)을 제안받아(구원받아) 그 일원이 된다.



        나머지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945099

    • https://www.luxurytraintickets.com/belmond-venice-simplon-orient-express


      기찬 안에서 arret/stop 쓴 거는 과거 오리엔트특급 열차 향수 일으키려고 일부러 불어로 쓴 걸까요
      • 1920년대 풍으로 완벽하게 복원했다니까 그 시대 기준으로 불어 표시가 적절한가봐요. 홈페이지 홍보 문구들을 보니 그 시기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대한 환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나본데, 이스탄불 기차역에서 거기가 오리엔트 특급열차 종착역이라고 선전하던게 생각나는군요.  

        • 불어가 상류층 쓰는,좀 세련된 언어라서 그럴까요 ㅋ 저는 알버트 피니 나온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에서 Helene를 어떻게 읽느냐 갖고 범인 유추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ㅎ


          엔티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래 장소를 정한 수도 있고 1편의 tvb 열차 장면 소환도 있고 여러 모로 아날로그 추구하는 7 분위기와 맞네요
    • 그렇다고 데가가 굳이 excusesz moi 이러면서 불어쓸 필요없었을 거 같은데 ㅋ

      그 친구는 로마에서



      captorre per terrorissimo/sotto controllo


      이러면서 이탈리아 어도 하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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