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소외 현상에 분노하다
요새 새로운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정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홈페이지를 어떻게 이렇게 개떡같이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 이제 증오가 치밀어오릅니다. 가끔씩 홈페이지 문의가 전화로 들어오면 그걸 답변을 해줘야하는데 저도 그 홈페이지나 어떤 문서작성 진행 과정에는 문외한입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오류도 아주 잘 납니다) 옆 직원한테 물어물어서 이건 이거구나 하고 답을 해주고 나면 허탈감이 쫙 밀려옵니다. 이용자들이 뭐가 뭐고 어느 페이지에서 뭘 할 수 있는지는 좀 알게끔 디자인을 해야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봐도 엄청 헷갈리게 되어있습니다. 이를테면 뭔가 신청한 결과를 어떻게 조회하는지 문의가 엄청 들어오는데, 이게 결과 조회하기 페이지가 따로 없습니다. 그 항목을 홈페이지 메인에서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인터넷 짬밥이 있으니까 마이페이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겠다 하고 마이페이지로 가겠죠? 짜잔!! 마이페이지에서도 결과 조회가 안됩니다. 정답은 신청했던 신청 페이지 란에 다시 가야합니다. 그런데 뭐 배너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배너가 따로 있지도 않습니다.
공공기관이라면 전 국민이 잠재적 이용자이니까 약삭빠른 사기업들의 홈페이지보다도 훨씬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많은 사기업 홈페이지들은 고객민원으로 가는 경로가 숨겨져있습니다) 특히나 나이가 있으신 분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한번 보고 더듬거리고 헤매면서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끔 홈페이지를 디자인해야합니다. 그런데 그런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중장년층 분들이 컴퓨터로 자기가 필요한 서류 제출을 진행하다가 쩔쩔매는 걸 생각만 하면 진짜 화딱지가 납니다. 이런 디지털 세계에서 길을 잃는 건 엄청난 자괴감을 주니까요. 저한테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다 머쓱하게 '제가 나이가 많아서...'. '제가 콤퓨타를 잘 안써봐서...' 라며 굽신거리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납니다. 모두에게 같은 난이도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시간은 걸리더라도 혼자 원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해야죠. 세상은 변해가는데 그 변하는 세상에 발도 못들이게끔 세상이 기획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적지 않은 분들이 부모님께 온라인 주문 요청을 받으실 겁니다. 어느 사이트나 홈쇼핑에서 물건을 싸게 파는 것 같던데 부모님은 그걸 사는 방법을 모르겠으니 대신 주문을 해달라는 거죠. 이미 부모님 세대는 스마트폰에서 꽤나 멀어졌고, 그 스마트폰의 여러 어플들에서도 당연히 멀어져있는 상태입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시니어계층을 대상으로 재사회화 교육을 진행을 해야하는 게 아닌지요. 이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면 각종 혜택부터 기본적인 이용까지 불가해지는 세상이 이미 도래했습니다. 택시 어플을 깔 줄 몰라서 새벽에 계속 빈 택시를 기다리는 노인들을 봤다는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지금 중요한 건 메타버스 따위의 신기술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를 쉽게 통행하는 평등의 원칙이 아닐까 합니다. 어플을 개발할 때 이 어플을 쓰는 사람들의 98%는 고릴라라고 가정을 하는 그 기본적인 마인드가 더 잘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조금 다른 얘기인 것 같지만 제가 최근에 공적 기관 사이트 들어가서 무슨 정보를 얻어 뭘 신청해야할 일이 있었는데요.
그냥 보기 좋은 척만 하는 공식 사이트엔 참고할만한 게 아무 것도 없었고.
결국 ARS로 전화 걸어 한참 대기한 후에 통화한 상담사 역시 신청시 필요한 서류 목록만 읊어주고선 그걸로 이해가 잘 안 돼서 추가한 질문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니 알아서 하라 그러고.
결국 셀프도 이박 삼일간 틈틈이 계속해서 검색한 결과 걍 일반인의 블로그 포스트 하나에서 대부분의 답을 얻었습니다. ㅋㅋㅋ
기술소외도 심각한 문제지만 제가 겪은 건 그거랑은 결이 다른 것 같고.
그냥 모든 일을 온라인으로 돌리게 하면서 정작 그 온라인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의 편의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그걸로 돈 벌 것도 아닌 공공 기관이라 그런 거겠거니... 하고 생각하니 더 짜증이 나던.
요번에 대법원 등기소(웹)에서 이것 저것 뽑을 것이 있어서 뽑는데, 설치의 가시밭길이더군요. 그나마 되는게 감사하긴 하지만, 정말 농담 안하고 프로세스 하나당 프로그램을 6개 이상은 깔았습니다. 웹 페이지 열기, 로그인, 신청하기, 파일을 문서 형태로 열기, 결제하기. 다 하면 40 - 50개 정도 깔았고, 특히 결제는 까는 도중에 되돌아가면 진행되던 결제를 취소할 수 없어서 한참 꼬이기도 하고.
온라인 창구라는게, 담당자 없이 이용자가 모든 정보를 집어넣고 결과를 받아드는 상태로 만들어지다 보니 더욱 곤욕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보통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담당자와 개발자가 열심히 분석하고 디자인해야 하는데 그렇게 잘 되지 않죠. 담당자는 개발을, 개발자는 현 업무를 몰라서 보통 그런 반쪽 짜리 상황이 되는듯 싶습니다. (거기에 진행되는 문제는 실무자가 덤터기..) 원하시는 대답은 아니겠지만, 수정 사항 잘 정리해서 고칠 수 있을 때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ㅋㅋ.
시니어 계층을 위한 휴대폰 교육 같은건 실제로 있는 사업이긴 한데, 일상 생활에 녹아들기에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건승하십시오 ㅠㅜ.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오네요 ㅋㅋㅋ 저도 가끔 정부 홈페이지 이용하면 무슨무슨 설치가 와다다다 뜨는데 정말 환장 직전까지 몰리더군요. 오죽하면 "깔고 아저씨" 영상이 나왔겠어요.
개발자와 담당자의 퓨전이 잘 이뤄지는 현장들이라면 얼마나 좋을지요 ㅠ 참고로 저는 해당 페이지에 대한 아무 권한도 없어서 그냥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교육 좀 크게 하면 정말 좋을텐데요. 예전에 코세글자 피시알 검사하러 보건소 갔을 때 신분증명을 큐알코드로 하라고 하던데 시니어 계층들은 전부 그걸 모르니 접수를 받는 사람들도 고생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