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부담되는 막내의 질문

막내/ 애성(哀性)과 애정(哀情)은 개념이 다른 어휘인 거지?
나/ 다르지. 세상사 관계는 성이 아니라 정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인 거고.
막내/ 내가 왜 요즘 두 개념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냐하면.... 
막내/ 하늘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애성을 지닌 체질이고 그런 이들에게 의해 세상이 조금씩 변화 혹은 발전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부쩍 들어서야.

나/ 흠... 분명 너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현재의 사태나 역사적 인물이 있을 텐데, 무엇이며 누구야?
막내/ 조선시대 역사서를 읽고 있는 중인데 두 인물을 또렷하게 구분해놨더라고. 이덕형과 이원익이라는 두 재상.
나/ 나도 알고 있는 인물들이네.
나/ 이덕형은 '절대 속이지 못할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고 이원익은 '차마 속일 수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지.
막내/ 그건 명석하고 직관이 강한 사람과 어질고 바른 사람을 구분한 걸까?
나/ 뭐 각자 판단하기 나름이겠지만 당시엔 이덕형보다 이원익이 더 높이 평가 되었다더군, 요즘도 마찬가지겠지.

막내/ (쩝쩝) 나처럼 아둔한 사람으로는 따라잡기 힘든 구분이네.
나/ 우린 현대인으로서의 고집을 갖게된 사람들이니 옛사람들이 전해주는 천기를 쉽게 따라잡지는 못해.

안넘어가는 밥을 억지로 입 속으로 밀어넣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노라니, 기억도 깜빡거리고 마음도 깜빡거리고 세상 빛도 깜빡거리고 그러네요. ㅎ
    • 억지로라도 식사를 하시니 다행이네요. 몸 챙기셔요. 

      • 고백하자면 지난 한 달 밥 반공기도 안 먹었습니다. 가족과 지인들 모두 제가 먹는 척할 뿐 못 먹는다는 걸 알아서 조마조마해하진 않아요. 그러고도 여태 살아있으니까요. 우스운 건 그런 제가 튼튼한 몸에 대한 관심은 크다는 것. ㅎ

    • 둘 다 첨 들어봐서 저 애자를 갑자기 잊어버렸네요 그렇죠 옛사람들의 천기를 감지하는 마음의 아날로그 기술은 지금은 알수 없는거죠 잘하고 계세요 먹는게 중요하긴 하데요 안먹고 나름이지만 질적으로도 못먹으면 병이 생기더군요
      • 제가 주변인들에게 자주하는 조언이 '나처럼 안 먹는 사람 믿지 말고 무슨 일을 함께 도모할 생각마라' 입니다. ㅋㅎ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솔직히 기운이 너무 없어서 일하다가도 쓰러지기에 괜춘한 장소나 찾아 헤맨답니다. 솔직히 요즘은 이러고 살아서 어떤 뒤끝을 보게될지 좀 신경이쓰여요.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주변에 폐는 안 끼치고 그래야할 텐데...

    • 베란다에 관엽식물 열 그루 정도 키우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할머니들이 손바닥만한 어린 것들을 팔고 있길래 어서 집으로 가서 쉬시라고 사온 거였죠. 걔들이 삼년 만에 이미터 정도로 자라며 얼마나 튼실한 잎들을 내뿜고 있는지 몰라요. 


      댓글 달다가 창밖 바라보느라 쟤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러는 것 같네요. "우릴 봐요~ 스스로 힘빼는 소리하지 말고 우릴 봐요 우릴~"

      • 사람은 평생 자기가 자기 돌봄에 의지하며 사니까 별탈 없을걸로 알지만 그래도 더 잘 챙기세요 몸이 시원찮으면마음이 몸 따라가기도 하고,쟤들이 정말 그렇게 말하네요
    • 따로 제목 달고 글쓰기는 그래서 댓글에다 기록해둠.


      후지하라 다쓰시의 <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라는 책을 몇일 째 틈틈이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끌렸던 관심사의 모호한 정체를 우주의 보이지 않는 전능한 작인의 장난에 의한 것이라 적시해놓은 책이네요.

      페이지 아무 데나 펼친다고 해서 이렇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용모단정하게 하고 호흡과 정신을 수습한 다음 흡사 49개의 나뭇가지라도 던지는 기분으로 책을 펼치게 되는 것이죠. 이건 그가 적시했 듯 '아기가 아무것도 모르고 바닥을 기어다닐 때, 손에 얻어걸리는 아무 책이나 펼쳐서 페이지를 찢는 원초적인 행위'입니다.

      이상하고 뜬금없는 비유이지만 처음 홍어회를 먹어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발효와 생성이 결합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에피소드가 그렇습니다.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군요.

      • 글 테두리가 예쁘게 책 포장한거 같네요 무슨 html 태그를 쓴거 같은데요 전 배탈이 나냐 안나냐 정도로만 발효와는 무관한게 살아서, 쓰다보면 사람이 삶으로 오타가 나는데 같은 말인듯 그런 기분이 들곤 해요, 책 딱 펼쳐 성공한 적 거의 없어요 왜 그런지는 어디로님이 바로 알듯 하고 하하, 이제 보니 전능한 작인 없는거 같아요 그래도 허전할 땐 맘에 붙여보기도 해요 우리 옆집 사는작인의 엄마만
        • 저는 듀게에 낙서질하면서 가영님이 숨겨왔던 내공을 끌어내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해요. ㅋ 왜 그렇게 내공을 드러내지 않고 듀게질하셨어요?


          그건 그렇고 제 신경을 긁는 인물들이 두어 명 있어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임) 혈압은 오르고 심장은 서늘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확~ 어떻게 들이받아보고 싶긴한데 제가 평생 쌈박질은 안해본 스타일이라~ 그러고 다들 예쁜 사람들이라... 에잇~



          • 하하 숨긴게 아니라 어디 조금 나진거죠 금방 가족과 통화를 하고나니 신경질이 났지만 아니지 나의 예쁜 사람들인데 했네요 그래도 좀 밉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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