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을 그리워하는 것

친구와 함께 산책을 했어요.   

바람에 살랑거리는 발갛고 푸른 나무들이 저를 한없이 가볍게 해주는 것 같았어요. 

아차 싶어서 친구에게 실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내가 죽고 몇백년이 지나도 여기는 존재하고 있겠지?"


제 친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그건 누구나 지니고 있는 근원적인 노스텔지어야." 


원래 말 번지르르하게 하는 배틀같은 걸 자주합니다만 이번 판은 제가 졌다는 걸 느꼈죠. ㅎㅎ

친구가 먼저 번지르하게 했으니 저도 한마디 해야했습니다. 


"응 맞아.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는 감각은 그리움이겠지. 절대로 가지 못할 길이니까." 


친구는 또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어요. 


"그래도 그건 꽤 낙천적인 히스테리인 것 같아." 


응. 졌어. 



    • 아무것도 없는 머리가 스치는 누구 흉내내며 세상의 그리움 같은건 갖고 살지 않네 하며 젊을 때 말빨로 이기곤 했었는데요 왠걸 미래의 생각을 미리 말하는 신통력이 있었다는 하하하
      • 제가 졌네요. ㅎㅎ

    • 저도 졌네요. 하지만.. 뻔한 일상은 뻔하게 표현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닐까요? 그렇게 맘 편하게 생각해 봅니다. 

      • 맞습니다. 다들 복잡해보이지만 특이한 몇몇 꼭지점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뿐 대부분은 뻔한 일상의 반복이죠. 맘이 편해지네요. 감사합니다.
    • 역사책 이거저거(특히 만화책들 래리고든이라든가 무적핑크라든가)읽다보면 내가 없던 시공간에 그들과 같이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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