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반찬, 일어나기 (잡담)

1. '맨 프롬 엉클' 초반 동독 장면은 괜찮네 그러고 봤어요. 

이어서 동서독 진영(소련과 미국)이 이러저러해서 협력에 들어가게 됐음, 하더니 다음 장면에 여성복 매장이 나옵니다. 

동독 출신 알리시아 비칸데르한테 옷을 골라 입히는 거 보고 생각하게 된 건데요, 옷 가게에 (돈많은)남과 여 같이 가서 여성 캐릭터에게 이런저런 옷 입어 보게 하는 장면이 싫습니다. 이 영화 경우 작전에 필요해서지만요. 

'프리티 우먼' 이후로 참 많이도 본 거 같은데 이 장면이 들어가면 영화에 신뢰가 떨어집니다.(최근 우영우 드라마에선 웨딩드레스 입어보기가 나오던데요, 옷 입고 짠 나타나면 눈빛 변하는 남주 표정에 카메라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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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리치 감독의 '맨 프롬 엉클' 감상은 좋음과 중간과 나쁨의 자가 있다면 중간과 나쁨 사이에서 눈금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름기가 덜한 예전 007 영화 느낌입니다. 앞 부분 동독 장면 이후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전개가 산만하면서 전반적으로 선남선녀가 활개치는데도 인물들의 매력이 안 사는 거 같았어요. 많이 봐 온 장면들...그래도 뭔가 60,70년대 풍의 촬영이 가이 리치 감독만의 특이함을 보여 주는 면은 있었고 음악이 세련되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모 남배우는 사생활에서 한 짓 땜에 클로즈업 될 때마다 섬찟했습니다. 끝. 


2. 태풍 온다고 해서 장을 좀 봤어요(자주 사는 건데 '미리' 산 거라고 할까나요.)  

오이고추, 꽈리고추, 단호박, 계란, 감자라면, 자두, 토마토, 파래김, 호밀빵, 우유, 구운고등어, 우엉조림, 파스타소스, 강아지간식. 

오오래ㄴ만에 밑반찬도 세 가지 했습니다. 비바람 오면 환기가 어려우니까요. 

꽈리고추멸치볶음, 고추장볶음, 황태채양파무침. 맛은 그리 좋지 않고 다 비슷하네요. 제가 대체로 음식을 잘 못 하지만 오늘 한 반찬은 양념이 다 거기서 거기니 맛이 비슷한 거 같습니다.  듀게 님들 요즘 무슨 밑반찬 드시나 궁금하네요. (질문 금지) 

하루에 몇 가지 식품을 먹는지 앱에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칼슘이나 비타민 섭취 정도도 알 수 있고 해서요. 대략 양념 빼고 20여 종류 이상의 식재료를 먹는 것 같아요. 이것 입력하면서 매일 이렇게 열심히 먹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때도 있습니다. 인간, 현상 유지에 참 품이 많이 듭니다. 


3. <보르헤스의 말>을 펴놓고 슬금슬금 읽고 있습니다. 스페인 말에 아침에 잠을 깨울 때 '일어나'라고 하는 대신 '너 자신을 생각해내라, 너 자신을 기억해내라(recordarse)' 라는 말이 있답니다. 보르헤스 같은 사람도 아침에 잠에서 깨면 늘 실망스러운 기분이 든대요. 낡고 어리석은 자신을 확인하며 다시 보르헤스로 돌아가서 똑같은 게임(하루)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거장의(본인은 자신이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단언합니다.) 재는 것 없는 솔직한 표현들이 실질 내용의 암담함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됩니다. 









    • 옷 입고 짠 나타나면 눈빛 변하는 남주 표정에 카메라 고정...


      -> 아악!!!!!!!!!!! 저 이거 너무 싫어요!!!!!!!!! 특히 웨딩 드레스.



      • 싫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 1.이게 아마 60년 대 드라마 리메이크한 거라서 그런 듯 해요

      여주인공이 하고 나오는 귀고리 중 에트루리아 스타일이 있는데 에트루리아 전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보고 온 다음이라 그게 눈에 들어 왔어요


      3. 보르헤스도 그러했다니 위안이 됩니다
      • 3. '나는 죽음을 탐낸답니다. 매일 아침 깨어나 '흠, 내가 여기 있군. 다시 보르헤스로 돌아가야겠네'라고 반복하는 걸 멈추고 싶어요'

    • 3. 엥 보통사람이라면 우울증아냐? 병원가봐 그랬을텐데 철학자라 

      • 다 이런 식으로 아침에 눈을 뜨진 않겠지만 저는 비슷합니다. 저는 우울증은 아닌 거 같은데.

    • 대단한 반찬 구성 입니다 난 한가지만 먹어요 요즘은 참치캔 하나에 식자재마트에서 묶음으로 파는 오이고추 다진거 다섯숫가락 올리브기름 한숫갈 마요네즈 좀 많이 넣어서 섞으면 한사발 됩니다 그거 하루에 먹어요,그렇다고 생각해요 내가 미워지는 다 사는건 거기서 거기죠
      • 참치캔에 있는 기름은 버리고(너무 질척해서) 참치 + 고추 다진 거 + 마늘 + 고춧가루 조금 = 반찬으로 괜찮아요. 올리브 오일, 마요네즈는 안 넣네요. 

    • 여배우 두 분이 다 호감 배우님들이라 솔깃! 하다가 평을 보고 사르르 식고 있습니다. ㅋㅋㅋ 


      원작인 '나폴레옹 솔로'(한국 방영제입니다)는 제 탑골 추억의 무비들 중 하나였는데요. 007 시리즈를 보기 전에 그걸 먼저 봐서 제겐 007보다 더 호감 가는 스파이였어요. 문득 그 옛날 옛적 원작이 보고 싶어지네요.

      • 0011 나폴레옹 솔로 역 로버트 본 배우는 영화에서 몇 번 본 분이네요. '타워링' 출연 기억납니다. 저는 보통이었지만 로이배티 님은 예전 거랑 비교도 하시면 재미 포인트를 더 찾으실 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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