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기계, 퇴화되는 감각

새 게시판엔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ㅎㅎ

 

밑에 올라온, 신형 아반테에 자동 주차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글 보니 생각나서요.

 

처음 몰았던 차는 수동변속기를 단 작은 차였습니다. 네비게이션도, 후방감지기도 없었어요. 그걸 한 2년 탄 것 같습니다. 많이 헤매긴 했지만, 그럭 저럭 잘 탔어요. 멀리 놀러갈 때는 인터넷 지도에서 가는 길을 찾아서 프린트해서 들고갔고, 평행주차는 완전 지옥이었지만 그래도 극복했습니다. 묘기 수준의 주차는 못하지만, 그래도 남들도 하는 주차 수준은 할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그러다 네비게이션을 달았는데, 이때부터 슬슬 길찾기 감각이 둔화되기 시작하더군요. 모르는 길도 두려움 없이 가게 된 건 좋은데, 어쩌다 네비가 안되면 패닉이에요. 그리고 지도를 안보다보니, 멀~리 갈 때는 지금 가는 이곳이 우리나라 지도에서 어디쯤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뻔히 갔다온 곳인데도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도착지점 바로 앞 지리는 기억하는데 정작 그 지역이 어디쯤인지는 모르는 현상이... ㅠㅠ

 

후방감지기가 더 치명적입니다. 후방의 거리에 대한 감이 없어지고 양쪽 백미러를 보는 주의력도 산만해졌습니다. 어쩌다 후방감지기가 없는 차를 빌려타다가 긁어먹기도 했고, 지금도 아무 생각 없이 후진하다가 삐익!!! 소리를 듣고서야 급브레이크를 밟고 "내가 저걸 왜 못봤지?" 하며 자학하는 일이 생깁니다. 수동변속기 차량을 다시 몰 기회는 없었지만, 아마 지금은 수동변속기 차량을 주면 시동 수십번 꺼먹을 것 같습니다. 제때 기어 변속 안해서 차 다 망가뜨릴 것 같아요.

 

뭐 기계가 편리해지는 건 어쨌거나 좋습니다만, 문득 기계때문에 제 감각이 퇴화된다는 걸 느낄 때면 기분이 좀 묘해요. 그렇다고 기계를 버릴 수도 없고 말이죠.

    • 후방감지기는 정말정말 고맙습니다만.. 네비게이션은 동일한 이유로 저도 싫어해요-ㅅ- 정말 바보가 되는 느낌;
    • 저도 내비게이션 달고 나서는 암 생각 없이 운전을 하게 됐어요. 목적지 주소만 알아두면 어떻게 갈지 아무 계획도 떠오르지 않고 그냥 시동걸고 주소 입력 후 내비게이션의 조종을 받으며 멍하게 돌진.

      그런데, 그 퇴화하는 감각이라는 게, 첨부터 필요없는 기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요. 수동변속기라는 기계장치가 있으니 사람이 그걸 익혀서 사용했을 뿐이지 꼭 그게 존재할 필요는 없는 거고, 자동차를 후진해야 할 필요성이라는 것도 그렇게 생겨먹게 자동차를 만들었으니 사람이 적응을 하고 사용법을 익혔을 뿐이라는 생각이죠. 그런 장치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능숙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제가 쟁기질하는 감각이 평생 농사짓는 분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서 그런 기능을 능숙하게 익혀야 할 필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핸들조작을 할 필요가 없는 자동차 비슷한 어떤 기계가 나온다면 지금의 운전이라는 조작도 필요없어지겠지요 ^^
    • 기억력이 확실히 퇴화하고있어요 핸드폰 메모로 다 저장해놓거나 하면 되니까요...
      근데 또 볼펜으로 메모지에 끄적끄적 해서 갖고다니는거나 다름없다고 생각을 해보면...
      다시 말하자면 '생각'할 기회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거 같긴 해요
    • 운전한지 15년째고 작년에 차를 바꿨어요.
      제가 후진할 때 감각이 좀 남달라서(공간에 대한 지각이 없어요. 저만 알아요. 남들은 눈치 못 챔)
      15년전이나 지금이나 창문 내려서 고개를 내밀고 후진 및 주차를 하는데 새차에 후방감지기를 달아도 그걸 못 믿어서 고개를 내밀어요.

      전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목적지가 따로 있어서 내비게이션까지 켜놨는데 늘 가던대 길 그대로 집으로 가고 있었을 때..
      무섭더라구요. 정신이 나간 것 같아서.
    • 구미에서는 이미 십 수년 전에 마켓의 계산기가 작동을 멈추면 거스름돈 계산도 못했다잖아요.
      저도 전화번호는 몇 개 밖에 기억하지 못합니다. 휴대폰 없으면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서 급한 연락도 못해요.

      네비게이션도 조금 더 발전해야 합니다.
      모든 차량들을 1개의 길로 몰아 넣는 바보짓을 하고 있거든요.
      모두들 뇌는 잠시 뒷주머니에 넣어두고 개미들 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라니...
    • 노래방 기계 나오면서 제대로 가사 외우는 노래가 없어지고 있는 것과 같겠죠.
      네비는 tpeg인가 하는 기능이 나오고 있지않나요?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주는..
    • 고인돌/아! 저도 동네 수퍼 갔는데 컴퓨터가 다운되서 다시 켜는 동안 기다렸어요. 거스름돈이 문제가 아니라 주인이 물건값을 다 몰라서 계산 자체가 안 됐어요.
    • 어떤 광고에서 바퀴가 90도로 꺾여서 옆으로 주차하는 장면 보면 속이 시원해요. 과학적으로 가능한 건지.
      소형차 몰때는 정말 모든 게 쉬웠는데 (중간에 교통사고 나고) 큰차로 바꾼 후에는 주행시에도 떠는 편이고 주차는 너무너무 어려워요.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거니 했는데 벌써 10년 가까워오는데 왜 그대로인지.
    • 삐삐 들고 다녔을 때만 해도 그많은 친구들 전화번호를 어떻게 다 기억하고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제 전화번호도 까먹을 때가 있는데...
    • 아..그리고..현대 모비스 광고 보면 "장난치나?" 싶은 생각 밖에 안들어요.
      평행주차기능이 조금 다르긴 해도 실용화된지 꽤냐 된 기능이거든요..폭스바겐, 벤츠가 일부 소형차에 기본으로 달아줌..

      그 전에 광고하던 사람감지해서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도 볼보가 이미 개발완료해서 한참 테스트 중인 기능이구요.
      시속 30km이하에서 앞차가 갑자기 섰을때에 자동으로 멈추는 정도는 실용화 해서 팔고 있습니다.

      대단한 미래기술인양 광고하는데, 얼척이 없더군요..
    • 이전에 사귀던 여친 전화번호를 지웠었는데, 몇달만에 전화오니 누군지 모르고 받았었죠..-_-;;

      수백번 아니 천번쯤은 전화를 걸었을 껀데도..첫날 번호 입력하고 한번도 번호눌러서 건적이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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