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정겨운 제목에 끌려서 본 영화, 찰스 브론슨의 '냉혈인' 잡담입니다

 - 1972년작. 100분이고 결말 스포일러는 피하겠어요. (어차피 보실 분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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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그를 ~~~라고 불렀다!!!" 요 카피 오랜만이네요. ㅋㅋㅋㅋ)



 - 원제 The Mechanic이 살인청부업자를 가리키는 은어라네요. 찰스 브론슨이 그런 사람이구요. 자신의 프로페셔널함을 자랑하며 홀로 고독 간지를 추구하며 살던 이 양반에게 인생의 큰 변화가 생기는 거죠. 의뢰 때문에 죽여 없앤 가까운 지인, 구체적으로 말해 자기 아빠 친구의 아들이 대뜸 찾아와서 막 들이대니 제자로 받아 키워주게 되구요. 재능은 확실하지만 뭔가 좀 많이 돌아이 같은 제자놈과 더블로 고독한 프로페셔널 간지를 내뿜다가 슬슬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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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원수를 사부로 모신다!!! 멜로드라마틱합니다만 그쪽으로 갈 생각은 없는 영화구요.)



 - 도입부가 나름 과감합니다. 십여분 동안 대사가 없어요. 그동안 우리 브론슨 아저씨가 표적 하나를 잡고 어떻게 준비해서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나름 건조하게 보여주는 거죠. 이 기조를 이어 받아서 영화가 내내 심플하고 건조하게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이 분야로 유명한 감독 하나가 떠올라요. 장 삐에르 멜빌이요. 개인적으론 멜빌 스타일을 추구한 게 맞다고 봤네요. 방금 말한 대사 없이 길게 이어지는 '프로페셔널한' 범죄 장면 연출도 그렇고. 믿을 놈 하나 없이 끝까지 고독 고독한 폼을 잡는 캐릭터들도 그렇고. 또 세상 허망해지는 결말도 그렇습니다. 짧게 나오는 브론슨의 애인 캐릭터도 뭔가 멜빌 영화의 알랭 들롱 캐릭터 설정이랑 닮았고... 뭐 그래요. 대체로 70년대 헐리웃식으로 번안한 멜빌 없는 멜빌 영화 같아요.


 근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멜빌은 알아도 '마이클 위너'는 잘 모르죠. 아니 사실 알긴 합니다만 인생 대표작이 '데스 위시' 시리즈인 분이라 무게감으로 멜빌과 비교할 분은 아니구요. 찰스 브론슨과 잔 마이클 빈센트 조합을 이브 몽땅과 알랭 들롱에 비교하는 것도 좀 많이 무리구요. 네, 그러니까 열심히 따라하긴 했는데 많이 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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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전문적으로 보이기 위해 애 쓰고 계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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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기 전에 총이나 좀 성의 있게 들어주십...)



 - 방금 말 한 것처럼 이 영화의 문제(?)는 무게감입니다. 

 '진중한 프로페셔널' 뽕을 채우기엔 액션이 너무 가볍게 방방 떠요. 도입부에 십여분 이어진다는 암살 장면도 뭔가 아마추어들이 열심히 만든 골드버그 장치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렇구요. 이후의 액션들도 걍 평범하게 과장 가득한 그 시절 헐리웃 활극 영화 톤입니다. 배우들이 아무리 고독하게 폼을 잡아도 뭔가 중2병 걸린 아저씨들 느낌이고요. 그러면서 계속해서 주인공 둘이 선문답스런 대화를 나누는데 그게 마치 '어떠냐 나의 이 의미심장하고 중후한 표정이!' vs '훗. 저의 이 싱그러움과 치명치명함이 공존하는 섹시 카리스마는 어떠신가요!!' 라는 대결 보는 기분(...) 덧붙여서 아무 의미 없이 짧지 않게 등장하는 검도, 카라테 도장씬들 같은 부분도 가오를 심각하게 잡아 먹었죠. 와패니즈!!!

대체로 배우들보단 각본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구요. 오히려 배우들, 특히 잔 마이클 빈센트는 할만큼 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의 '호크' 아저씨한테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 많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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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이 무슨 시트콤의 시골 총각처럼 나왔는데 영화 속에선 훨씬 낫습니다. ㅋㅋㅋ)



 - 재미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방방 뜬다고 방금 디스했지만 영화 톤과 안 어울려서 그렇지 나름 성의 있게 방방 뜨기 때문에 그 시절 스턴트 액션 구경하는 재미는 있구요. 또 각본이... 이게 참. ㅋㅋㅋ 그러니까 뭔가 괜찮은 재료들은 잔뜩 가져다가 그럴싸하게 엮어 놨어요. 그래서 부분부분은 괜찮은 게 있구요. 특히 결말 같은 건 꽤 좋았구요. 멜빌 스타일이다 보니 자연스레 홍콩 느와르 생각도 좀 나고 그래서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뭣보다 옛날 헐리웃 '액션'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톤이라는 것도 나름 장점이구요.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네요. 내가 이걸 10대 때 봤다면 남들과 다른 쩌는 숨은 명작이라고 칭송하고 다녔을지도! ㅋㅋ 하지만 지금 제 나이가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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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영화 속 어둠의 간지남들에겐 필수템 : 독수공방 애인만 기다리는 여인네)



 - 뭐 그렇습니다.

 이제와서 '꼭 한 번 챙겨보시라!!!'고 막 추천할 영화는 아니구요. 좀 B급 향기 풍기는 액션 스타 시절 찰스 브론슨 영화들에 추억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 합니다. 혹은 멜빌 영화가 헐리웃으로 가면 어떤 모양이 될지 궁금하시다든가. ㅋㅋㅋ

 제게는 추억의 외화 스타 잔 마이클 빈센트의 푸릇푸릇한 시절 모습을 구경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던 '옛날 액션 영화'였어요. 뭐 그냥 딱 그 정도였습니다.




 + 잔 마이클 빈센트 근황을 찾아보니 비교적 근래에, 정확히 2019년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알콜 중독으로 커리어 망치고 인생도 여러모로 망치셨다는 듯. 명복을 빕니다. 이제 도미니크도 호크도 세상에 없네요. 추가로 확인해 보니 아케인젤도. ㅠㅜ



 ++ 덤으로 이제사 에어울프를 살짝 찾아보니 유명한 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꽤 나왔군요.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쌤, '킬 빌'의 빌, '엑스파일'의 담배남 등등. 무슨 역들로 나온 건지 궁금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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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이 부족하여 그냥 월터쌤만 찾아 올려 봅니다. 아아 파릇해!!!!!



 +++ 다들 아시겠지만 제이슨 스타뎀이 나온 '메카닉'이 이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앞서 말했듯 재료들은 괜찮아서 누가 잘 고쳐 쓸(?)만한 이야기라 생각했거든요.

    • 아니? 하이젠버그 ㅋㅋㅋㅋ 브배 이전에도 참 꾸준히 오래 활동하셨더군요. 나름 히트했던 무슨 시트콤에 고정으로 나온 적도 있다고 하던데 

      • 찾아보니 배우 데뷔가 1968년이에요. ㄷㄷㄷ 보니깐 에어울프에는 에피소드 하나에 단역으로 나오신 듯. ㅋㅋ

    • 저는 길티 플레저라는 개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렇지만 제 영화 애호 중에 길티 플레저에 제일 가까운 게 있다면 마이클 위너 감독의 영화들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빈말로도 연출력이 좋다고 말해 주기는 어렵고, 성질 거지 같기로 악명이 높아서 요즘 같으면 틀림없이 일이 끊겼을 법하고, 실제로 영화에서도 틈만 나면 그 착취적인 태도가 엿보이는데, 용케 번번이 초대형 스타들을 캐스팅해서 이미 훨씬 더 나은 모델이 있는 장르로 들어가 뭔가 대단한 영화라도 만드는 것처럼 폼을 잡지만 결국에는 본연의 천박함을 드러내고 마는 모습이 묘한 쾌락과 연민과 동질감 등등을 자아낸다... 고 하면 너무 변태적일까요.


      "찰스 브론슨과 잔 마이클 빈센트 조합을 이브 몽땅과 알랭 들롱에 비교하는 것도 좀 많이 무리구요"라고 하셔서 좀 웃었는데요, 마이클 위너가 이브 몽탕은 몰라도 알랭 들롱하고는 [스콜피오]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거든요. 사실 이 사람이 평생 함께 일해 본 배우들 명단이 진짜 황당무계해요. 오슨 웰스, 말론 브랜도, 버트 랭카스터, 로버트 미첨, 로버트 듀발, 알랭 들롱, 올리버 리드, 페이 더너웨이, 제레미 아이언스, 앤소니 홉킨스, 소피아 로렌, 제임스 코번, 마이클 케인, 로저 무어, 크리스토퍼 워큰, 밥 호스킨스, 벤 킹슬리... 카메오 출연 명단 같은 걸 박박 긁어 모은 게 아니고 죄다 주,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 명단입니다! 이게 전부도 아니고요! 박스 오피스에서 잘 나가던 전성기에 잠깐 그랬던 것도 아니고 70년대 초 할리우드 진출 이후 99년에 마지막 영화 만들 때까지 거의 30년 동안 줄기차게 스타 캐스팅! 말씀하신 것처럼 대표작이 [데스 위시]고 [데스 위시]보다 더 나은 영화도 만들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훨씬' 더 나은 영화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고 당연히 [데스 위시]보다 못한 영화도 잔뜩 만들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가 하면 영화감독 은퇴할 무렵부터는 [타임스]지의 일요일 판인 [선데이 타임스]에 "위너의 디너(Winner's Dinner)"라는 제목으로 레스토랑 평론을 20년 넘게 연재하면서 미식 평론가로 새로운 명성을 누리다가 건강 때문에 연재 중단하고 이듬해에 훌쩍 세상을 떠났어요. 첫 회고록 제목이 [Winner Takes All]이라는데, 정말 속 편한 "승자독식" 인생을 살다 갔다고 말하더라도 실례는 아니겠죠. 아무튼 만든 영화들의 품질에 비해 참으로 화려하고 즐겁게 인생을 누리다 간 양반이라서 괜히 더 신경도 쓰이고 헛웃음도 나오고 그렇습니다.
      • 아아 역시 사람은 이름을 잘 지어야... 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네요. '위너의 디너'를 보면 본인도 즐긴 것 같구요. ㅋㅋㅋㅋ


        말씀하신 알랭 들롱의 '스콜피오'를 찾아보니 이 영화 바로 다음 해에 나온 작품인데 시놉시스를 보니 "이미 훨씬 더 나은 모델이 있는 장르로 들어가"라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뭔가 약간 때를 잘 만난 김성모(...)스런 구석이 있는 양반이로군요. 덕택에 재밌는 정보 알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 앗, 아아... 김성모... 으음... 반박할 수가 없네요... 분하다(?)

    • 한국 이름: 찬손 부르튼손.  //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옛날 서부 영화보는 것처럼 전 이 양반 액션 영화가 다 엇비슷해 보이거든요. 그리고 예전에 비디오가게 가서 <더티 해리>없으면 대신 빌려오던게 <데스위시>였던가...호크 형님의 말년 인터뷰는 정말 눈물없이는 보기 힘듭니다. 지금 발 킬머 볼때와는 또 비교도 안 될 정도였어요

      • 찬손 저거 무슨 개그맨이 밀던 거였죠. 어렸을 때 들은 기억이 나요. ㅋㅋ 지금 보면 좀 신기해요. 찰스 브론슨의 액션 연기는 지금 보면 되게 어설퍼서 좀 웃기거든요. 시대와 캐릭터를 잘 만났던 것인지.




        잔 마이클 빈센트 말년 사진을 봤는데 차마 못 퍼오겠더라구요. 어쩌다 그리 망가지셨는지, 알콜 중독의 무서움을 새삼 느꼈습니다.

        • 개그맨...하니까 남보원 생각나네요
          • 검색해보니 남보원 맞는 것 같습니다. ㅋㅋ
    • 여친 역의 질 아일랜드는 브론슨의 실제 부인으로, 결혼 후 그의 영화에 여친 역할을 독점해서 출연했다나요 ㅎㅎ

      • 보니깐 7~8편 정도를 연달아 함께 했던데, 이 영화 속 출연 분량을 보면 영화들 완성도에 딱히 해는 안 됐을 것 같기도 하구요(...) 옛날 영화판은 뭔가 요즘 상식으로 개판인 부분이 많아서 뒷얘기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ㅋㅋ

    • 찰스 브론슨은 동양적인 느낌이 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안볼테닷

      • 최민식 닮았죠. ㅋㅋ 오대수를 닮았다고 해야 정확하려나요.
        • 기회되면 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진짜 오대수닮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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