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일요일이지만 오늘까지 마감해야 하는 업무가 있어서 일하는 중입니다. 

제 능력에 부치는 일과 직면하노라면 정신이 집중력에 대해 저항하는 현상을 보여요.

마음이 하얗게 텅 비어 버리는, 병적인 쾌감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달까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니 세상 모든 것과 하나가 돼보고 싶은 사랑을 느꼈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성실한 자세로 노력하며 나이들면 의식이 점점  개화되고 또렷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겁니다.


네... 이게 바로 타고난 게으름의 상태인 거겠죠. 그래도 또 가서 일에 매진해야 하는 거고요.

햇빛이 좀 기운없긴 한데, 그래도 바라볼 만합니다. 창밖 한번 보세요.

    • 그게 안깊히 따져도 게으름 때문이라면 아주 공감합니다 난 뼈속까지lazybones
    • 무리뉴가 기자와 싸우는 동영상 보면서 사람은 어딜 가든 타고난 기질대로 산다는 걸 실감하며 저도 타고난 게으른 기질로 살기로 했어요
    • 평범한 것, 하찮은 것에 대해 관심을 두고 사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오늘만 해도 오래 묵어서 향이 날아간 커피, 참새, 만원도시버스, 맛을 모르겠는 얇은 햄, 달아빠진 김밥 따위에게 존경을 표하며 영접했네요.  


      고딩 때 선생님에게서 들었던 충고 하나가 기억나서... 


      "니가 접하는 세상 모든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보거라. 사랑까지는 안 해도 된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에 책 한권으로 그 목록을 기록하거라. 나하고 약속하자." 

      • 와 뭉클한 감동이 이는군요 저 말씀은 나이 많을수록 가까히 다가올거 같은데요 우리집 날아와 내쌀 뺏어먹는 참새를 넣어주니 더 실감나네요,근데 가까이야 가까히야 바꿔 쓸 때마다 이거말고 저거 같은
        • 선생님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더랍니다. 소설 한편과 에세이 한편은 남기고 죽겠노라고. 


          이상하게 제 글을 참 좋아하셨어요. 그 안목에 믿음은 안 갔으나 용기는 엄청 얻고 받았죠. ㅎ


          선생님 기대에 부합할 필요는 없겠으나 뭔가 써보긴 할 거에요. 기둘려보세요. 불끈~

    •  이탈리아 기사에서 본 ossessione라는 단어에 꽂혀 비스콘티의 영화를 찾아 보니 유튜브에 있군요.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를 비스콘티가 헐리우드브다 먼저 영화화했죠. 주연인 마시모 지로티는 나중에 비스콘티의 senso에도 나옵니다






      https://youtu.be/AF_nxt2wRqI




      20분 정도 봤는데 꽤 재미있는데요. Senso에서도 거울의 쓰임이 흥미로웠는데 이 영화의 팜므파탈이 거울 보다가 자신이 늙을 거란 두려움에 사로잡히죠. 여인의 이름은 Giovana 젊은에서 온 이름.




      Senso  남주를 비스콘티는 처음에 말론 브란도 고려했는데 왜 그랬는지 알겠어요. 

    • 다 봤는데 그냥 불쌍한 남녀 얘기네요. 제가 본 비스콘티 영화 주인공들은 하찮은 것에 매달려 파멸합니다.

      오늘 하루 불어와 이탈리아 어만 듣습니다
    • 저는 그럴땐 맘카페 한판 때리며 한시간쯤 딴짓하다 업무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퇴근도 늦어졌지만 뭐 저는 퇴근시간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직장도 맘카페도 그만두었지만 다 아련한 추억이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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