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뒤끝

업무의 특수 성격 때문에 새벽 2시에 출근해 일하고 좀전에 퇴근했습니다.
DPF와 아점을 같이 했는데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너의 정신과 정서에 결정적인 역할을 끼친 사람들이 누구야? 가족 제외하고."
'글쎄, 각 분야마다 내 정신과 접목된 이들이 있지. 고흐, 바흐, 도스토옙스키... 등등."
"흠. 도스토옙스키에 반한 건 알고 있지. 근데 그들이 널 사로잡은 강력한 매력이 뭐야?"
'글쎄... 삶을 잘 살아내는 사실의 위대함을 알고 자신의 최선을 다한 그런 삶을 살아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
'일찌감치 삶의 난해함을 감지하고 그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준 사람이라는 뜻이야.'
"흠. (삐죽삐죽. ㅋ))"

뭐 역사적으로 뛰어난 모든  천채들도 삶의 난해성은 모른 채 살다 가는 것 아닌가요? 나 따위에게 뭘 기대하고 저런 질문을 하는 걸까요.
(속으로만 버럭!)                                     
    • 문득 생각이 나서....  


      고딩시절,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수준을 놓고 갑론을박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단연 도스토옙스키 편을 들었죠.


      "톨스토이가 문학사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라는데는 동의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나에게 신비로운 세상을 열어보여준 작가다." 요렇게 말했다가 한 친구에게 발길질 당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어요. 요즘은 뭐 주식/집값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쳇.

    • 고흐의 삶의 방점은 비참함이 아니라 비참한 가운데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다는 그 부분에 찍혀야된다는 제 생각과 닮은 글이라 좋군요.


      어제 알프레드 시슬레의 그림에 관해 친구와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말년에 궁핍하게 살아야했다는 걸 알고 좀 속상하더군요. 그만큼 그의 그림들을 더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 지난달부터 지인들과 함께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읽고 있는데 (죄와 벌-> 백치 -> 카라마조프가 -> 악령 순으) 심리소설로서의 탁월함은 공통적으로 지적하나 로쟈를 인셀로 보는 감상평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찌됐든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의 심리를 낱낱이 보여준다는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데 로쟈는 왜 갑작스레 회개할까요?

    • 세상과 연결하는 사람은 음 그담 뭐드라
    • 댓글 단 두분의 글을 읽노라니 떠오르는 오래 전 기억.


      제가 정치학을 공부했으니 일반인 보다는 친구/선배들과 치열하게 사회현상에 대해 논쟁을 해본사람입니다. 


      학창시절, 선배들과 싸우던 중 한 친구가 그들에게 칼날을 날렸죠. '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사회적으로 중대사가 된 예가 있는가? 우리가 민주주의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누릴 이유가 있나?"


      거기에 한 선배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중대사가 되는 경우는 드물어. 그게 지금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거야. 이해하기 힘든 관민 일체가 이뤄지는 나라랄까. 너희가  좀더 나이가 들면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될거야. 우리 세대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는 마."




      이제서야 그게 무슨 말씀이었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고맙고 안쓰러운 선배 세대들. 


      뭐 주절거리고 싶은 말이 있어 들어왔는데 이 댓글 다는 동안 또 까묵~ 어쩔겨~

      • 아, 하고 싶었던 말 기억났어요.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성경은 꼼꼼 침착하게 여러번 읽었습니다. 뛰어난 문학서잖아요.ㅎ


        아무튼 마태복음의 한 문장이 떠올랐던 거에요. 예수 가라사대,  "지금은 용서하라. 그게 우리가 정당한 일을 하고 있다는 당연한 증명이다." 그때 선생님이 제 머리에 알밤먹이시며 한 반론. "그걸 용서하라는 건 지금 우리가 다 죽어야한다는 뜻이야~" 


        문제는 며칠 후 선생님의 심장에 갑작스레 문제가 생겨서 생을 마감하셨다는 것. 저와 상관없는 일이란 건 알지만 절 소심해지게 만든 강력한 사건이었다는 것.  - -;

    • psf를 과대평가한듯요.

      질문은 개나소나 할 수 있어도

      대답을 이해하기란 쉽지않죠
      • 같잖은 제 글 읽고 달아주시는 모든 댓글에 부비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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