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해서 하는 낙서질

  •  업무 때문에 처음 만난 상대에게서 연봉이 얼마냐는 난데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 질문은 낭만주의자에게나 의미가 있지, 리얼리스트에게 던져봐야 무의미한 것이죠. 업계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꼬리를 숨기지 않고 책잡힐 그런 질문을 한 의도가 뭘까요.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났을 때, 질문이 환기하는 효과란 게 있기 마련이지만 질문의 반향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두 손으로 가슴 싸안고 지내다 밖으로 나와선 이상한 소리라도 뻘소리라도 해야지만 삶의 의욕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압니다. 뭐 그러면서 인간 원래의 기원과 역사적 내력도 시시콜콜 파헤치고 나눠보고 할 수 있다는 것도요.
    현재에 올인한 진지한 리얼리스트들, 자신의 현재도 흩어지지만 책 잡히지 않고..
    그런 대화를 장장 4시간 들었더니 귀가, 정신이 아직 멍멍합니다. 20억 정도의 회사돈이 얽힌 문제에 대한 맥락없는 요청을 거절했더니 모욕감을 느꼈다는 듯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더군요.

  • 집으로 돌아와 맥주라도 한잔 하고 잠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지쳐서 반 기절 상태로 밤을 보내고 지금 일어났습니다. 새벽 3:30 감정이  너무 텁텁합니다. 지금이라도 맥주 한 잔 해볼까 싶군요. 그런다고 개운해질 것 같지는 않지만.


    • 연봉 물어보면 대답안하는데, 알게되면 그사람이 연봉 숫자로 보여서요.


      저는 돈과 사람가치를 따로본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어느새 연봉크기에 따른 줄세우기를 하고있더군요

    • 어릴 때 할부지가 주셨던 조언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날들입니다. "살아남으려면 명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선이 어떻고 유명한 어록이 저떻고 마음에 새겨봐야 그런 건 너의 현재의 삶에 위세부리기나 하는 것이다. 관심밖으로 두거라. 그런데 역사를 버리고 낮게 무너져 ‘명상’을 할 수 있는 건 굉장히 어려운 경지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이 마흔도 안 돼서 제가 위태로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듯합니다. 나이 50 정도가“귀신과 상면도 되는 나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묵은 감나무처럼 실제 삶의 어두운 뒤란에 한번은 다녀온다는 뜻인가 보다 싶었는데 글쎄요~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도 모종의 영향력이 있다는 진화생물학상의 일리인 것 같은데, 나이가 몇이든 그러구러 애먼 짓 숭헌 짓 하는 게 인간인 것 같으니 그냥 가보는 수밖에요. 남 얘기할 것도 불만 가질 것도 없죠. 다녀와도 깨닫지를 못하는 건 너 나 없다 싶으니까요. 이런 자성이 요즘은 두려움보다 우울함으로 다가옵니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더 이상 더 괴물이 되지 않고 살려면,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지 않고 살려면 그래서 육자六字배기 두배를 하는 각오로 명상을 해야 할 텐데... 그러나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하니 이것참.
      • 답답한 가슴 부여안고 뻘소리라도 하고픈 사람이 나와 남 다지만 어디로님은 낭만과 리얼을 붙들고 사니 것도 어디 안그런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확실한 입장입죠, 할아버지 말씀 절대 지당한 말씀이고 공부해서 될일이면 의미가 좀 그렇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난 겁이 많치만 귀신 나타나길 은근히 바랬지만 한번도 내앞에 안나타났어요 나이는 숫자일뿐이 틀림없네요
        • 올해 들어 몸과 마음이 다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고 있어요. 끙끙 앓노라니 이젠 종수와 가짓수 줄여야 하나보다 싶기는 한데 성깔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에취) 이런 식으로 계속 살다가는 평타도 못 치겠구나 싶은 위기감이 마음 한쪽에 있어요.


          아니, 그 아래로 까라질 수도 있겠죠. 능력도 입력도 안되면서 한번 꽂히면 억지 강행군 하는, 누구에게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이 성질/느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런지 모르겠어요.


          • 이해가 갑니다 어찌 방법도 생각을해봐야지요, 아휴 이러다 내가 제명에 못살지 하고는 다 해봅니다만 건강이 결부되면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는 것도 좋죠
          • 아니아니 그냥 힘내요 답이 없는게 정답 같아요
            • 좀전에 독일인 동료 dpf가 자꾸 제게 딴죽을 걸더라고요.
              제가 머릿속에 뭔가 떠오를 때마다 부지런히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굉장히 신기해하며 자주 놀려요.
              'The blunt pencil is better than smart head. 무딘연필이 뛰어난 머리보다 낫다'는 걸 여태 모르고 있다니. 아직 애기예요. 애기. 흥

              • 전 과거의 능력에 기대지 않으려고요 허험, 할아버지 말씀 꼭 새기겠습니다 다른데 새겨놓치 않고 새기겠습니다 어디 잊어먹나 봐야지
    • 스포일러 게시판에도 이 글이 있어서 잠깐 놀랐습니다. 뭔가 심려가 크신 듯...
      • 아아 창피하여라. 덕택에 그곳에 올라간 글을 지웠습니다.


        메모장에 쓴 후 분명히 복붙한 것 같은데 없어서 다시 올린 거였거든요. 


        제가 요즘 제정신 아닌 건 자각하고 있으나 그정도일 줄은.... 하아~

        • 뭐든 한동안 멀리하면 어리둥절 해지죠 매일하던 컴을 얼마간 안하다하니 금방 서툴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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