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대 선물

남동생1이 TV를 사서 보냈네요. 이게 ‘낡은 매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서 아예 집에 들이지 않고 사는 걸 알면서 무슨 만행인가요.  헛참. 이 작은 집이 감당 못하게 크기도 엄청납니다. 헛헛참.
오늘날 TV를 통해 접하는 퍼포먼스와 그를 통한 감각이 진정으로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느끼는 저 같은 사람은  TV가 전하는 존재론적 ‘본질’의 직접성과 확실성에서 벗어나 있다고 감각하는 것인데. 웬 강요를. 헛헛헛참.

동시에 피카소의 <삶 La vie>이라는 그림을 고화질로 프린트해서  붙여 보냈네요. 그의 '청색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죠. 이 그림 전까지는 피카소의 그림이 주목받지 못해서 힘든 삶을 살았다던가요. 이 그림은  누드화에 대한 피카소의 관심이 들어나 있습니다.
https://www.amazon.com/Artist-Picasso-Poster-Painting-CANVAS/dp/B081ZR8N4B

이 그림은 종교화의 느낌이 두드러지지만 은근히 불경스럽다는 느낌도 듭니다. 저 남자의 손가락 모앙을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이 남자에게는 아내가 있고 더군다나 아이까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저 손가락 모양으로 현재를 거부하죠. 두 여자 중에서 벌거벗은 여자는 그에게 가까운 반면,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은 그야말로 분노에 가득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성만이 유일하게 이 그림에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수녀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의무의 세계를 연상시키며 가정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명시하는 것 같달까요. 어쨌거나 피카소는 이 그림에서 의무의 세계를 거부하고 자기의 세계로 들어서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자기를 그리스도로 내세우는 듯하달까요. 물론 이 그리스도는 아주 불경스럽습니다. 

벌거벗은 이 남자는 자신의 새 여자를 지키려고 자신의 옛 여자이자 아이의 어머니를 거부하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20세기부터 현대판 그리스도의 모습을 저런 식으로 그려내는 예술가들이 많아졌진 것 같아요. . 이 불경스러운 장면 설정을 통해 피카소는 나르시시즘적인 예술가의 자기 이해를 그려낸 거고요.  

피카소는 의무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예술가 특유의 정서를 펼쳐보이는 작업을 한 것 같아요.  없다. 그는 자신을 예수로 상상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적 사명, 곧 자기의 삶을 희생하여야 한다는 운명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말이죠. 이 그림에서 그림 속의 그림인 두 편의 누드화와 액자에 해당하는 누드화의 형상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은 전혀 종교적이지 않기 때문에 해보는 생각입니다.

(아우들아 이젠 그만하자~ 누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줘. 엉?)

    • the-soup.jpg

      청색 시대에 그린 수프.


      좋아하는 그림입니다,제가 수프 좋아하다 보니.


      이 시기에 피카소는 맹인도 그렸죠

      • 하~  심쿵. 저, 고흐, 피카소, 바흐 정말 좋아해요. 


        그나저나 저 TV를 어떻게 해야할지. 일단 이 겨울에도 열매 주렁주렁 맺고 있는 올리브 나무와 눈 맞추라고 곁에 뒀는데...  




        와중에 창밖을 보니, 겨울 햇살이 웬일로 부드럽고 따스해보이네요. 핑계대고 안 나가려던 친구들 정규 모임에 나가게될 듯. 맘이 자꾸 여려지는 것보니 확실히 나이드는 듯싶... 이른 나이부터 이렇게 너른 마음으로 살았으면 주변인들이 편안했을 텐데. 제가 십대 때는 선생님들이 피해다닐 정도로 쌈꾼으로 소문난 아이였답니다. ㅋ



        • https://www.google.com/search?q=picasso+blind&client=ms-android-samsung-rvo1&prmd=isnxv&source=lnms&tbm=isch&sa=X&ved=2ahUKEwiHg-eHntv1AhUFUd4KHREcBy8Q_AUoAXoECAIQAQ&biw=384&bih=780&dpr=2.81
    • 먹을 것도 너무 많으면 잘 안먹잖아요 그렇듯 아니겠지만 너무 볼게 많아서 그럴수도 있을까 거의 유튜브만 봅니다 세상의 모든것은 유튜브에 다 들어있어 어제말 처럼 게으르고 지루한거 빼고 유튜브도 금방 실증이 날듯 하네요 근데 사라져버리면, 저 그림은 이러는거 같아요 메리가 아들한테 너 빨리 이리 못오니 하며 화내는
      • 아니구나 아들은 안고있네요
    • 훌륭한 동생을 두셨네요. 친구, 친지 불러서 같이 음식도 해먹고, 영화도 보고, 스포츠경기도 보세요. 어제 흙신 경기 같은거 할 때 tv 핑계로 모여서 맛있는거 먹으며 수다도 떨기 딱 좋죠. 테니스를 5시간을 칩디다. tv는 대대익선.
      • 유튜브,ott에 비해 tv는 켜 놨다가 좋은 영화나 프로를 접할 수 있는 확률이 큰 게 장점이더군요.

        11년 윔비 때 전 아스날 소속이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나달 이 천재의 경기 보느라 몇 시간을 tv앞에 있었다고 트윗했었는데 제가 어제 그 비슷한 걸 느꼈네요.
      • 훌륭하긴요. 감정만 넘치는 같잖은 애라고 단정하고 있어요. 흥. 제가 후원하고 있는 아동센터가 세 곳 있는데요. 보내준 TV는 그 중 한곳에 보낼 거에요. 아이들은 쓸데없는 영상보고 꽁냥꽁냥 정서를 나누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럼 나머지 두 곳은? 제가 사서 보내야죠. 


        계획에 없던 돈 쓰게 해서 동생에게 속으로 욕하는 중입니다. 


        그나저나 TV가격 검색해보노라니 난데없이 눈물이 콕 솟구쳐서 두 배로 동생이 더 미워요. ㅋ

        • tv는 아이들 정신건강에 안좋아요. 몸에 안좋은건 어팀장님이 쓰시고 아이들에겐 더 좋은걸로 해주세요.
    •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는 중인데, 자전거를 조심히 타는 어린아이 셋이 예쁘게 발질하며 지나가고 있네요. 어떤 어린이나 저렇게 평화로운 삶을 사는 세상이어야 할 텐데.


      이웃 어린이가 (여섯 살?) 엄마와 제 집에 한번 와본 후로 자꾸 찾아와서 벨을 눌러요. 인생 육년 차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집은 처음이라나 뭐라나~ ㅋㅎ 이게 계속되면 곤란한데, 지금도 와서 노크하고 있어요. (벨이 고장났거든요. - -:)

      • 애들 그냥 자전거 타고 가는거에요 어디로님 생각 뭔지 몰라요 애들 같이 그냥 가면 똑같습니다 아 웃긴다 꼬마 집에 뭐가 눈에 띠어서 그럴까
    • 후배와 통화로 논쟁하고 나니, 그냥, 그냥, 그냥 그만 살고 싶은 생각이. 아~ 살아낼 자신없어요. 이런 인물들이 득세하고 있는 세상. 


      와중에 우리집 고무나무들은 왜 저렇게 아름답게 자라고 있는 걸까요. 


      이럴 땐 좀 성질피우거나 혼자 울기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이거 어쩔?  에휴

      • 저 지금 햄버거 먹으러 kfc왔는데 패스트푸드라도 드시러 나가시면 기분전환되지 않을까요?
        • 제가 고른 재료와 제 손길을 거친 음식'만' 먹는 사람이에요. 패스트푸드 점? 동료들과 가기는 해도 사간 맥주나 마시지 거기서 나오는 음식 안 먹습니다. 재수없죠? ㅎ 대딩 1때 그런 곳에서 알바해봐서 실정을 잘 아는 터라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 배가 너무 고파서 잠을 못잤는데, 난데없이 고사리 육개장이 먹고 싶어서 24시간 영업한다는 가게에 연락했더니 설날이라고 쉰다는군요. 싸락눈 악천후로 팀 미팅 포기했고 이상하게 맥이 풀리면서 오늘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한 기분이 들고. -_-


      오전에 세배 드리러 가야하는데 벌써 엄청 부담 느끼는 중입니다. 제 몰골 보면 어머니 또 눈 마주치자 마자 껴안고 우실 텐데. 몰골이 말이 아니라 미리 주눅들어 있어요.


      한번도 살붙어 본 적 없지만 그래도 볼살만은 동그라니 예쁘게 올라있던 얼굴인데 지금보니 해골바가지라는 표현의 사실성을 알겠군요. 지금보다 젊었을 땐 안 먹어도 이렇게 흉칙한 얼굴은 아니었는데. 에휴

      • 아까 재밌어 댓글을 달려다 뭐하고 왔는데 새글은 이따 보고, 생의 조건이 달라져 살기 위해 먹는다란 게 더 많이 우세한 지금 육개장 고사리란 말을 들으니 거의 먹기 위해 살던 때가 쪼오끔만 그립군요 그때가 여명이었나 해질녁이었나 한낮이라고 말하기는 싫고요 암튼 육개장과 고사리는 한몸이지만 어쩜 식성이 나와 비슷하다고 내맘대로 결론이 나네요 그게 힐끔 날 보며 지나가는 듯한, 전에 육계장이라 알고 있어 지금도 육개장이 틀린 기분이 들어요,아 좀 뭐 몇가지 정해서 먹도록 해요 안스럽네요 전에 누가 날보고 너 왜 해골이 됐냐 그랬는데 그때 내가 날 보기엔 괜찮았는데 어디로님은 더 많이 형상이 그러한듯 하니 좀 먹는데 힘을 내시길
    • 저 바람피는 남자 그림에서 남자를 여자로 바꾸고 여자들을 남자로 바꾸면 어땠을까 인권에 대해 상전벽해가 일어난(그러나 실천은 제대로 안되고 있는) 현대에도 어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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