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라는 소.음.

미용실에 갈 때마다 살짝 괴롭습니다. 원장님의 취향이 그러한지 아니면 고객 다수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흘러간 한국식 이별노래들이 게속해서 나오니까요. 평소에는 절대 들을 일이 없는 노래들이라서 신청곡 리스트를 원장님께 내고 싶기도 한데, 그게 또 일터에서 원장님의 유일한 청각적 안식일까봐 그냥 참고 맙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이별의 애절함들마저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극도로 낭만화한 결과로서 동전의 뒷면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별에 너무 피폐해져봤기 때문에 그 떄의 피로가 떠오르면서 별로 체감하고 싶지는 않은 감성입니다. (감성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싫을 수가...!!) 롤러코스터의 라스트 씬 정도가 딱 제가 좋아하는 이별 노래인 것 같습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홀린 듯이 그 노래만 주구장창 한곡반복으로 들었었는데 말이죠 ㅋ


다른 곳에서 일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건 또 죽을 맛이겠더라고요. 저야 그냥 돈을 쓰고 나오면 그만인 곳이라 선택의 권한이 있습니다만 근무지에서 그딴 노래들이 계속 나오면 진짜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울어제끼는 노래들을 듣는 것이며, 여물굶은 소보다 더 구슬피 우는 남정네들의 목소리가 무에 그리 매력적이라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취향에 합의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진짜 지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물쩡 신나는 케이팝이나 힙합을 끼워넣곤 하는데 힙합에 욕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다음부터 차마 끼워넣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의 고막에 애도를...


다수의 취향으로 어우러진 예술품들이 강제로 감각을 타격할 때, 그 때는 달리 피할 길이 없죠. 어쩌면 고독을 누리는 것이 하나의 권력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일반 시민은 길거리를 다니면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권력이 없으니까! 권력이 있는 자는 음악을 끄게 하거나 음악의 종류를 골라서 강요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그 일반적 감성(으으...)의 노래들이 침범하지 못하는 독단적인 공간을 구성할 수도 있겠지요. 돈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비싼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독립된 무언가를 구성해나가는데 힘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실로 그럴싸 합니다. 


차라리 발랄한 노래들은 좋습니다. 얼마전에 공원소녀? 라는 아이돌의 바주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리듬게임의 사운드트랙같은 느낌이 너무 진하게 나는 게 신기해서 바로 검색해서 듣고 다녔습니다. 미노이의 노래도 그런 식으로 들었었구요. 들척지근한 느낌은 괴롭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생기가 있고 뭔가 "안늙었다"는 최면같은 걸 주기도 하니까요. 외제차 외제차 외제차 외쳐대는 허무맹랑한 랩이 보고싶다고 한곡조 울어대는 김범수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케이팝은 눈물이 아니라 환희에 찬 발놀림에 있는 것은 아닌지...? 저도 괜히 한류에 업혀가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도 모르지만요 ㅋㅋ



그게 비와이의 개성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우원재처럼 아예 가라앉지는 않아도 껀들거리는 것만 줄이면 진짜 좋을 것 같은데 가사에 난데없이 욕이나 야이새끼야 같은 주댕이털이가 들어가서 아쉽습니다 ㅋ

    • 저는 가요보다는 카페 인테리어 용 책에서 그런 걸 느낍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전혀 나오지 않는,주워다 놓은 건지 자기 계발과 처세술과 소설,에세이가 나란히 있는 풍경요. 고상한 분위기를 내고 싶지만 키치하기만 한 책들요. 쇼핑몰에서 영어 책 진열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영어 말고 프랑스 어,스페인 어 책도 좋을 텐데요
      • 뭐 그런 책들에서 그런 걸 느낄 수도 있겠지요. 책은 제목과 표지로 보이는 풍경의 일부라서 눈에 거슬리는 정도라면 음악은 더 직접적으로 실시간 자극을 줘서 괴로운 측면이...ㅠ
    • 그러고 보니 요새 무선 이어폰 귀에 꽂고 다니는 것도 자신에게 불필요한 소음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나름 권력을 취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네요

      • 개인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개개인의 권력이 작동한다는 뜻이겠지요. 취향의 단절과 고립은 자신만의 성을 건축하는 것과 비슷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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