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라는 직업으로 밥을 벌고 있는 친구가 있어요. 이 새벽에 난데없이 자신이 쓴 시 몇 편과 단편소설 하나를 보내며 평을 해달라는군요.
아니, 제가 글에 대해 머선 잘난 체를 해왔다고 이런 과제를 떠안기나요?
그런데 읽어보니 시도 잘 썼고 소설도 뛰어납니다. 학창시절, 쓸데없이 재미있는 짓을 골라할 때부터 감지했는데 세상을 건드릴 줄 아는 재능을 타고 났네요. 글이 법학 전공자 답게 건조한 문체인데, 리듬이며 주제를 다루는 솜씨가 매우 유려합니다.
문체도 시적이지만 무엇보다 이념이 시적이에요. 일상의 지루함을 일상의 반대 구상으로 그려내는 건 배운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타고 나는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잘났네, 잘났어~)
글을 적잖이 읽어본 경험으로 판단하자면 시와 산문을 둘 다 잘쓰는 작가는 드물어요. 시대변화에 대한 대중의 감응도와 그에 대한 대응방식을 알아야 구사할 수 있는데. 얼핏 떠오르는 인물은 셰익스피어와 카프카입니다.
저는 시적인 세계상이 해체되고 산문적인 세계상이 등장했다고 느끼는 독자인데,
문학이든 영화든 이런 위협당하는 시적인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서사가 드물다는 것이에요.
아무튼 친구의 글을 읽노라니, 일상에 함락되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게 낭만주의의 궁극 목표구나라는 생각이듭니다.
(출간되도록 여기저기 좀 알아봐야겠는데요... 조심조심 가만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