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하는 일부 예술가에 관한 잡담 (막내와의 카톡 16)

막내/ 어 누나, 이 질문엔 특히 솔직히 답해주길 바라.
나/ 밑밥 까는 것보니 끊어야겠는데?
막내/ 예술가들 중에 약을 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어떻게 생각해?
나/ 약의 범주에 알콜, 카페인, 니코틴 같은 일반적인 전달물질도 포함시키는 거야?
막내/ 일단 다 넣자요.

나/ 자기 몸에 침투하는 그런 물질들이 독특한 대사작용을 일으킨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겠어?
막내/ 대사작용?
나/ 약을 하면 자신의 바깥으로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듯한 감각이 온다고.
나/ 오감 이상의 그 감각을 포기하지 못하기 땜에 끊지 않고 계속하는 거라고.
막내/ 뭐야, 약이 오감의 미지화나 증폭화에 가닿게 하는 역할을 하는 거라고?
나/ 그렇다더라.

막내/ 감기약도 안 먹는 누나 입장에서 그런 사람들이 이해돼?
나/ 메를로 퐁티 같은 몸철학자 책을 눈동냥하노라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야.
나/ 20세기 이후로 약의 역사는 모더니즘의 모험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철학자가 적지 않단다.
막내/ 헐
나/ 자기 몸을 기반으로 형이상학이나 상상과학을 실험적으로 증명해보는 거라는 이들도 있고
나/ 법의 울타리 밖에서 원초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재미 때문이라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고.
막내/ 에? 그건 너무 가련한 쾌감이잖아.

나/ 자,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밝혀야지?
막내/ 그저께 페인 앤 글로리를 봤어. 잔상이 남아서.
나/ 알모도바르?
막내/ 응
나/ 글쎄. 그의 경우는 약이  삶의 거죽을 벗겨내기 위한 것이었지 않나?
막내/ 쾌락에 순응한 것도 가두리와 타협한 것도 아니었지.

나/ 그만하자, 이런 얘기.
막내/ 하나만 물어볼게. 
막내/ 누나 콧속 혹 제거하는 수술할 때 마취제 거부했잖아.
막내/ 통증을 쌩으로 견디고 얻은 게 뭐야?
나/ 초월적 고통을 통해 내 속의 은밀한 내공을 알게 된 거? ㅋㅎ
막내/ 음
나/ 약에 대한 통제권을 발령해보면 자기권력이 뭔지 알게 돼. 건강하자. 빠빠이~

    • 모더니즘보다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이 통하지 않는 부분을 건드는거죠


      게다가 약은 유사임사체험을 경험하게 하죠


      죽다 살아나는....(마치 지져스처럼요)

      • post라는 접두어의 모호성으로 인해 설왕설래가 오가는 부분이겠죠. 철학자들 중에는 모더니즘의 독해 능력을 바탕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기술의 능력을 열었다는 식으로 묶어서 판단하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유사임사 체험은 굉장히 과한 경우이겠고, 약이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 것 같아요. 운이 좋으면 시간에 관한 독특한 꿈을 꿔보기도 하는 것 같고.   
    • 합법적 마약류 관리자로써 예술가가 불법적인 마약류를 투약하는 것과 합법적인 마약류(?)를 투약하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순 없어요.


      술마시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고백을 한다든가 


      남들이 안해본 경험(해본사람이 완전없다기보다는...아파트 돌화분에서 드러누워 자본다든가)을 해보면 술을 안마실수가 없어요. 


      예술로 풀어낼 소재가 무궁무진해지거든요

      • 약에 대해서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몸에 좋지 않은지에 대한 완전한 판단을 개인이 할 수 없기에 하지 말라는 공권력이 개입하는 거겠죠.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니까요.
        그런데 창조 에너지는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리려는 욕망이 커서 판단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면이 있어서 뭐...
        지금까지 발표된 어느 예술에 약이 들어가 있는지는 영원한 비밀이겠죠? 아직도 사강의 26 년 전의 항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적잖이 옹호되고 있는 것 보면요.  - -
    • 의식의 정체를 더 알아보려는 그들의 수단은 긍정적이기도 하네요 마취를 거부한 어디로님은 상당히 순하면서 기가 쎄네요
      • 기가 약한 편은 아니죠.  자연화된 사회, 자연화된 경제, 자연화된 교육에 순종하고 따라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버뜨~ 우리 집에서는 저를 편향된 고집의 소유자라며 외면해버리는 경향이 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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