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봤어요.

감상보다는 체험 영역에 해당되는 영화였습니다. 서사라고 할만한 건 후반부에 몰려 있는데 이 부분도 체험으로서의 영화관람을 꽤나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같아요. 광활한 사막과 웅장한 건축물, 그리고 모래 벌레 같은 것들을 음악과 함께 피부에 와닿게 제시합니다. 그래서 아이맥스가 아니면 감상이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 싶네요. 


특히 전반부가 그렇습니다. 고대 유적을 구경시켜주는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엄숙하고 장엄하게 구성되어 있거든요. 피부에 와닿는 생생함이 아니면 좀 지루한 면도 있어요. 전반부에 이 방식으로 설득되지 않으면 후반부는 사실 고만고만한 영웅담이라 더 심드렁해질 수 있고요. 특수효과 역시 기기묘묘하고 현란한 화면 보다는 웅장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어요. 


제국주의와 식민지배, 오리엔탈리즘 같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당시의 정서와 취향이 잔뜩 베어 있는 것이 지루함 반 익숙함 반 그랬네요. 고전적인 영웅서사를 즐길 마음이 처음부터 없으면 그다지 노잼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이런 강렬한 체험이 와닿는다면 다회 관람도 가능하겠죠. 글로 쓰인 원작부터 이런 장르는 VR마냥 세계관 자체에 대한 대리 체험 기능이 서사보다 우선하는 면이 있으니까요. 이야기와는 별개로 잘 짜여진 세계관만이 머금을 수 있는 감상이 있구요. 


그런면에서 아이맥스고 뭐고 영화에서 현실을 보고 싶거나 현실적 판타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당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허무맹랑 공상이 되겠죠. 그런 관객에게 이런 게 먹히려면 적어도 이런 걸 소화하는 게 세련된 문화적 취향의 소유를 나타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마케팅 정도는 빡씨게 들어가 줘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못지 않게 지루한 반지의 제왕은 특수효과가 워낙 혁신적이고 압도적이었죠. 


영화랑은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 매트릭스-반지의 제왕-아바타는 특수효과가 계단식 점프를 하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요즘은 제작비 절감 쪽으로 혁신이 쓰이는 것 같아요. 언젠가 CG 배우가 아무런 이질감 없이 실사에 등장한다면 다음 혁신이 될 수 있겠죠. 딥러닝 기술로 만들어진 광고모델을 보면 머지 않은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 안 좋은 점을 말하기도 어렵지만(굳이 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박진감이나 활력이 떨어진다는 거) 초반 꿈하고 침공 빼면 그다지 명장면이라고 할 부분은 없는데, 시퀀스 자체는 괜찮게 기억합니다.
      • VR체험관 같은데 들어간 기분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구닥다리 사고방식이 깃든 <반지의 제왕>시리즈도 프란 월시,피리파 보언스란 여성 제작자가,이번 듄에도 여성 제작자가 참여했더군요.  화이트 스트레이트 남성들만 제작에 참여한 게 아니더군요.

      • 고전은 고전이고 나름 맛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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