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의 카톡 15 (허튼소리)


막내:  어 누나. 글리세롤glycerol과 글리세린 glycerin, glycerine 중 어느 어감이 더 좋아?
나: 글리세린이지.
막내: 왜?"
나: 글리세롤은 기름덩어리가 롤빵처럼 말려 있는 느낌이잖아.
막내: 글리세린은?
나: 그건 크림처럼 부드러운 느낌이고.
 
막내: 이룩하다는 말과 거룩하다는 말은 관련성이 있는 거 같지 않아?
나: 어떻게?
막내: 룩이라는 어근이 뭔가 숭고한 점에서 같잖아.
나: 왜 그런 생각을 하지? 그럼 불룩하다거나 더부룩하다도 그렇게 느껴?
막내: 응, 그런 거야.
나: 왜?
막내: 뭔가 튀어나오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관계있잖아.
나: 납득 안되는데...

막내: 되새김질하는 건 소 같은 반추동물의 특징인데 굉장하지 않아?
나 : 뭐가?
막내: 사조가 바뀔 때마다 되새김질은 모던해졌다가 포스트모던해지잖아.
나: 어떻게?"
막내: 소화가 안돼서 다시 음미하는 것은 반성이 아니라 사유라는 뉘앙스잖아.

나:  씹었던 것과 지금 씹고 있는 게 두 개의 레이어처럼 겹쳐진다고?
막내: 응. 말하자면.
나:  왜 그렇게 기이한 방식으로 은유를 파고드는 거지?
막내: 잘 씹지도 않고 꿀꺽 삼겨버리는 인간들의 소화력이 굉장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지.
막내: 며칠 핫한 남자배우 스캔들을 접하노라니 그래.

나: 대체  이 청정한 시간에 왜 이런 카톡을 왜 주고받아야 하는 거지?
막내: 발광하고 싶어지는 부끄러운 옛기억이 떠올라서 그래.
나: 어째 로또 당첨됐다는 자랑으로 들리는데?
막내: 누나 보면 나도 여자가 되고 싶다.
나: 못 잔데다 알콜까지 작용하고 있나보구먼. 아가 지금이라도 자라.  빠빠이~ 

뻘덧: 자기가 정한 대로 '머저리'로 표기해야 하는데 순화된 '막내'로 바꾸노라니 맛이 안 사는군요. ㅋ

 


 

 

    • 말하며 놀기 재밌습니다 동생이 점점 많은 생각의 능력을 가질듯 합니다 금방 누나 따라잡을 듯.

      • 시간이 흐를수록 막내의 뇌는 자라고 저는 점점 참새머리가 되어갈 테죠. 부디 그의 진보에 이 누나가 한걸음 내딛는 역할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나이는 빛의 속도와 같아 아무리 빨리 쫒아와도 간격은 그대로이니 그걸로 자존심을 지킵시다 동지님
    • 단어 연상들을 들으니 재미가 있네요. 얼룩덜룩이라던가. 왠지 내용상 연계되어 머저리를 정어리로 바꾸는 상상을 했습니다.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유의어들로 바보, 병신, 얼뜨기를, 같은 말로는 어리보기를 들고 있는데 비슷한 범위에 있지만 다 다르네요. 허당이 좀 가까워 보이고.



      • 우리집 남매 서열 상 먹이사슬 최하위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정어리라는 닉네임이 맞춤하네요. '머저리'만큼이나 어울립니다. ㅋ
        한국에서는 냉대받지만  정어리가 유럽에서는 인기 있는 생선이에요. 포도주처럼 발효시켜서 몇 년 묵힌 정어리가 얼마나 맛있게요~ (꼴깍) 요즘이 제 철이죠. 인간의 생애에다 대입하자면 화양연화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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