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 잡담

로이배티님의 아래 리뷰에 20대, 30대도 안 된 이들이 젊음이나 시간의 회한을 노래한다는 걸 웃으며 읽다 보니 문득 저도 생각이 나서 끄적입니다.

노래방이 널리 보급되기 이전, 그 시절엔 모임이 끝나고 학교 앞 막걸리집에서 뒤풀이 같은 걸 할 때면 당연히 무반주(때로 젓가락 반주)로 생으로 돌아가며 노래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비상용 노래 한두 곡은 다 있었죠. 저는 노래를 못해서 가능한 짧은 걸로 외워 둔 노래가 두 곡인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곡이 조동진의 '작은 배'. 모임 성격에 따라선 부를 수 없기도 했지만 여튼 상황 모면용으로, 가사도 외우기 쉬워서 좋았어요. 

하루는 과 회식에서 이 노랠 불렀고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특히 중간에 '라라라라라 랄라라 ~ ' 길게 들어가는 부분은 먼산 보며 빠른 템포로 끝내고 겨우 자리에 앉는데 별로 안 친했던 옆 자리 동기가 '그게 뭔 염불도 아니고 뭐냐'하는 겁니다. 음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 무안함.

그때도 배가 있는데 작은 배로는 멀리 떠날 수 없다는 걸 이래저래 변형 반복하는 노랫말이 너무 낭창한 느낌에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스무 살 초반에 교수도 있는 자리에서 부르기는 말입니다. 참 우리민족 왜 이렇게 음주가무는 좋아해서.

아시겠지만 이 노래입니다.






    • 사실 제가 좀 비웃듯이 적었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에 깊이 빠질 수 있는 것도 젊을 때 특권 아니겠습니까. 정작 나이 먹고 나니 '오늘 점심은 뭘까' 이런 거 말곤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도 잘 안 하며 살구요. 껄껄껄.




      저도 그런 자리에서 신해철이나 무한궤도의 인생 철학 노래 같은 거 불러제껴서 분위기 싸늘하게 만들어 본 적이 몇 번 있어서 참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네요. 한 1년쯤 그러다가 결국 모임 자리용 노래 하나를 키워서 그걸로 무난하게 버티며 살긴 했지만요. ㅋㅋ

      • 그도 그렇습니다. 나이 들고 '작은 배'를 사람들 앞에서 부른다면 현실 비극이 될 수도...ㅎㅎㅎ

    • 아, 조동진. 이런 노래도 있었지. 아침부터 마음이 젖어오네요.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술자리에서 부르기에는.. 술자리에선 가사가 많은 노래가 좋더라구요. 노래방 시대에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만.

      • 네, 뭘 모르고 분위기 깨는 짓을 좀 한 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노래한테도 미안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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