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게임장르에 대한 아재 오지랖.

일목요연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재능이 부족하여. 부디 가벼운 흥미로 읽어주시고, 딱 그 만큼의 재미가 있기를 바랍니다. 


장르라는. 이 지난하고 단순한 순환. 관객과 감독의 뻔한 데이트. 

하지만 장르 안에서 우리는 재미 이상의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장르 자체에 충실하면서 성취를 이뤄내는 리들리 스콧. 데이빗 핀쳐같은 감독.

또, 뻔한 공식들을 재배치함으로써 뜻밖의 소격을 이뤄내는 타란티노

봉준호처럼 장르의 자장을 뚫고 나오려는 개구쟁이도 있구요. 

장르는 엄격하지만 그 안에서는 느슨하기도 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죠. 전 장르를 폄하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데쓰게임장르에 대한 거부감은 있어요. 저는 경쟁과 생존 예능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1박 2일에서의 복불복게임같은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벌칙이 되었든 탈락이 되었든 패자에게 주어진 불이익이 정당화되고 당연시되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돈 걸고 토론 배틀하자는 게시판에서의 사건에서도 한마디 한 적이 있죠. 꼰대처럼... 


들뢰즈가 살아있었다면 데쓰게임장르에 대해 어떻게 비평했을까 궁금합니다. 

아마 이런 단평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거봐 내가 뭐랬어. ㅋㅋ"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것이다라는 말이 정말 이렇게 실현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ㅎㅎ


데쓰게임 장르 영화의 시초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이슈가 됐던 작품 중에 큐브가 있을 겁니다.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큐브에 갇혀서 잔인하게 찢겨 죽어나가는 인물들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죠. 각 방마다 탈출 방법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고 생존해가는 인물들. 

관객은 주인공들에게 적극 개입하면서도 그 게임 자체를 흡사 오징어 게임의 VIP처럼 즐깁니다. 


그리고 또 헝거게임도 데쓰게임이죠.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시도를 했죠. 자본주의의 부정적 이미지들. 그리고 그것이 주인공의 동력이 되는 점. 

대중들에게 중계하고, 그 대중들의 인기가 생존에 중요하게 작용, 

참가자들은 각자 계급이 있고. 제일 마지막 하층 계급이 우승한다는 점.  그리고 그 판 자체를 주인공이 파괴하면서 끝내는 것. (오징어게임 시즌2가 이렇게 될 것 같은데)

헝거게임의 관객들은 중계화면을 보는 특권층들과 같은 안전한 위치에서 영화를 봅니다. 

주인공은 그 판(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극복을 하지만... 관객은 글쎄요. 생존게임이 플롯에서 빠지고 주최자를 갈아 엎는 마지막 편이 제일 흥행이 저조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헝거게임의 흥행 요인은 주인공이 자신의 기지를 이용해 생존하고 우승한다는 지점까지입니다. 


결국 데쓰게임 장르를 보는 관객의 위치는
자본주의에서의 대중의 위치 딱 거기까지입니다. 데쓰게임 장르를 보면서 관객들이 느끼는 쾌감은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오징어게임의 그 VIP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데쓰게임 장르가 자본주의 프로파간다라고 한건 감독들이 그러한 의도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죄송해요. 그냥 농담같은 표현이었어요.

영화는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죠. 현실의 반영일 뿐이니까요. 

갈 때까지 간 작금의 자본주의가 창작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하나의 양식으로써 데쓰게임 장르가 흥하는 거겠죠. 

오징어게임의 황동혁은 장르적 쾌감에만 집중하지 않고.. 슬픔과 연민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 충분히 박수받아야하고, 흥행에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완성도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건 형식적인 부분인거고 황동혁은 결이 선량한 사람이라서 함부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겠죠. 


단지 제가 짚고 싶었던 것은 창작자 뿐 아니라 관객들도 지금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허상들을 경계했으면 하는 것. 

정말 들뢰즈의 예언처럼 세상이 영화가 된다면 누가 빨리..이 영화와 세상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징어 게임같은 것들이 일주일에 몇번씩 TV쇼로 나오잖아요..



지난 번에 술 취하고 쓴 글이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설명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설명에 짜증이 나신다면 반박하셔도 됩니다.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답변드릴께요. 또 급마무리...



갑자기 생각나는데 미카엘 하네케의 퍼니게임!  데쓰게임장르라 할 수 있죠. 그 영화는 장르적 쾌감이 아니라 불쾌감을 줬죠. 

아주 좋은 영화였어요. 

    • 본문 중에 헝거게임 말씀하시니 헝거게임,메이즈러너도 본토에 비해 우리나라에 흥행이 안 된 편 아닌가요? 나라마다 코드란 게 있긴 한가 봅니다
      • 메이즈러너는 안봤지만 나라마다 코드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인도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이 잊혀지지 않네요. 엄청 슬픈 장면에서 때창이라니!

    • 음.. 쾌감을 언급하시는데, 전 오징어게임의 희생자들이 불쌍했어요.. 물론 주인공들에 이입돼 주인공이 살아남은 거에 안도는 했지만. 얼마나 많은 가여운 무고한 약자들이 죽었나요? 이건 단순한 대리만족 스트레스 푸는 게임 슈팅게임이 아니었다구요.. 유리게임에서 vip와 비슷한 감정이었다라.. 그보단 내가 성기훈이었어도 어쩔수 없이 타인이 죽는 걸 선택해야했겠다는 싶다 정도. 물론 그 서바이벌에서 관객이 쾌감을 느꼈냐 허무함이나 가여움을 느꼈냐, 열린 해석이 될 순 있겠죠.

      • 본문에도 썼지만 오징어게임은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장치들이 많아요. 특히 구슬치기 에피소드는 좋은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쾌감 허무함 가여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한미녀와 장덕수가 죽을 때 누구에게 집중하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은 다르겠죠. 저는 감정에 머무르느냐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문제까지 들어가느냐. 이게 데쓰게임의 한계라고 보는 입장이구요. 제 기준에 그 근원까지 관객을 안내하는건 퍼니게임 정도였고. 오징어 게임은 멜로적 접근으로 그걸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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