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요일의 병'
2017년 스페인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딸이 8살 때 작별인사도 없이 떠난 엄마를 35년만에 찾아가서 열흘 동안 같이 지내기를 요구합니다. 부유한 남편을 만나 사교계의 거물로 생활을 하던 엄마는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워 변호사까지 대동하여 (친자포기)조건을 내건 후 딸의 요구대로 하게 됩니다. 모녀가 딸이 어릴 때부터 살았던 숲속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 냉담한 두 사람의 내면을 궁금해 하며 따라가게 되는 영화입니다. 초반에 갖게 되는 '왜'는 두 가지인데 딸은 '왜 이제 와서 같이 지내고자 하는가'와 엄마는 '왜 그때 떠났는가'입니다. 이런 궁금증과 연결되어 딸의 분위기, 외딴 집 때문에 약간은 스릴러처럼 느껴지지만 내용이 진행되며 딸의 이유는 쉽게 짐작이 되고 엄마의 이유 역시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 채로 밝혀집니다.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딸이 엄마에 냉담한 것은 이해되는데 주의가 가는 것은 엄마의 태도였습니다. 35년만에 만나 함께 지내게 된 딸에 대한 경계, 첫 날부터 조깅을 하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자신의 이 비밀이 유지될 것인가를 가장 신경씁니다. 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라고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으로 보일 뿐 보통(?)의 엄마가 보여주는 후회의 정이나 관심은 느껴지지 않아요. 영화 중반 너머 딸이 직설적 표현을 한 이후부터 그나마 속에 든 말들을 하게 됩니다. 물론 터놓고 날밤새며 얘기한다거나 붙잡고 운다거나 이런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앞 부분의 냉담함으로부터 대화를 하게 되는 분위기로 접어 든거죠.
자연이 아름다운 장면이 종종 있습니다. 영화 첫 장면에 커다랗고 메마르고 뿌리가 드러난 두 그루의 나무가 오래 잡힙니다. 한참을 보여줘요. 화면이 정지되었나 싶어 자세히 보니 근처 풀이 움직이네요. 그 나무 둘, 한 쌍의 나무는 거의 비슷하게 생기고 한 그루가 살짝 큽니다. 숲, 호수, 오래 된 집, 비 등이 조용하면서도 비애가 깃든 분위기를 조성하고요.
한 눈에도 모두 명품 같은 차림새로 숲속 집 도착한 엄마.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엄마 집에 고용인으로 잠입한 딸.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 엠 러브'나 전달 방식은 아주 다르지만 '캐빈에 대하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들보다 훨씬 모녀의 관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강하고 관습적 모성애 강요를 떠나 모녀간의 유대감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흐를 수 있는지 더 나아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적인 아름다운 화면, 모성애에 대한 질문,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등 저는 다 좋게 보았어요. 큰 화면으로 보려고 오래 찜해 두었다가 봤는데 다른 분께도 조금 큰 화면 추천합니다.
이런 포스터와 간략한 소개만 봐도 땡기는 작품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챙겨봐야겠습니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도 있었고 추천 글도 봤는데 저도 뒤늦게 챙겨 봤습니다. 보시고 좋았으면 좋겠네요.
어제 올라왔어야 했던 글! 이라고 썩은 드립을 치고 싶지만 오늘도 괜찮네요. 오늘 쉬고 내일 출근이니 기분은 일요일이라... ㅋㅋ
소개나 스틸샷들로 봐선 재밌을 것 같아요. 배우들 두 분 다 되게 폼나게 생기신 것 같구요. 하하. 찜해두겠습니다!
드립은 언제나 환영이죠. 두 여성의 외모가 저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 엄마를 보니 나도 나이 먹어도 열심히 조깅을! 은 무리고 걷기라도. 사진 밑에 농담 삼아 넣은 '잠입'이란 단어에 낚이시진 않았을까 살짝 걱정이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