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안 되거나 재미있거나

# 어머니는 스마트폰과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없으신 듯합니다. 연락받는데나 쓰시지 아무 관심이 없으세요. 심지어 폰으로 전화하면 집전화로 다시 하라며 톡 끊어버리십니다.  ​
기기는 자주 가지고 노는 사람이 잘 다루게 마련이죠. 이것은 평범한 진리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매우 당연하게-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마우스로 OK라는 네모 아이콘 누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상당히 자유자재로 잘 다루고 있습니다.

어머니 세대라고 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닌데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삶의 배경을 살고 계시는 게 의아해요. 재미있는 사실은 어머니가 수학 전공자라는 사실입니다. 어릴 때 우리에게 강변하시곤 했죠. 우주의 일부인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언어를 먼저 배워햐 하는데,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져 있다고. 그리고 수학을 해야 철학이라는 위대한 책을 읽어낼 수 있는 거라고. 수학은 다양한 학문 중의 하나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특정 경지인 거라고. 아니 그런 분이 스마트폰 다루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은 흠흠~ 

모든 연애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기계와의 연애도 초기에는 고통을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고통들을 담보로 해서 보다 편한 세상이 생성되는 것이고요. 세상은 연애를 통해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남과여, 불과 얼음, 병과 병마개 같은 모든 것들이 시간의 외줄을 타며 열렬하게 사랑한 결과로서요.

# '나를 찾아줘 Gone Girl'를 뒤늦게 봤습니다. 원작의 작가 길리언 플린이 직접 시나리오 각색에 참여해서 완성도를 높혔더군요. 
연출을 맡은 데이빗 핀처는 '에이리언 3’로 데뷔해 ‘세븐’, ‘더 게임’, ‘파이트 클럽’, ‘조디악’,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까지 스릴러 장르에서 천부적인 감각을 뽐낸 감독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가장 많은 상을 안긴 영화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크의 실화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 같은 것이라는 것.

아즈마 히로키라면 '자아 찾기'는 피하고 싶은 것의 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좌표계의 복원력은 상응적인 과정의 도착경[倒錯景]에 일방적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한 현실적 요청에의 부응 같은 것을 지적했겠죠.  바닥이 붕 떠있는 케이지 속의 종견이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는 그 광경이 지금 제 마음속에 가득합니다. 솔라 시스템의 천체 3이 이해 못하는 눈동자 속에 빠져드는 상태죠.
이럴 때는 지구의 인간족에게 친절을 베풀까? 라는 의문이 새삼 전두엽에 자리를 잡아요. 허공에 뜬 채 다시 발을 디뎌야 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무능해진, 오버로드를 기다리는 시대에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간을 지날 때마다 실시간Live Now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갈릴레이처럼 찾아봅니다. 무엇을?  우주에서 신을 찾기.

    • 소셜 네트워크도 파이트 클럽에서처럼 수컷의 무리짓기를 비웃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Gone girl은 소설의 결말을 더 좋아해요. 에이미는 어메이징 에이미의 틀을 연기하고 텅 비었잖아요. 당신은 당신이어야 하니까 안 됐다는 닉의 말로 끝나는 건 의미심장했어요. 핀처가 로자문드 파이크한테 캐롤린 비셋 케네디 참고하라고 했더군요.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 낸 사람이라고 해서요. 비셋 역시 몇 가지 사진 외에는 그 사람의 실체를 사람들은 모르죠
      • 음. 끄덕끄덕~ 이 영화는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업무가 있는데 시작해봐야 못 끝낼 것 같아서 이런 낙서질이나 하며 빙빙 피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겁없는 편인데 무척 부담스럽네요. 제가 삐긋하면 회사에 타격이 큰 일이라... ㅜㅜ

    • 아,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한달 공사한 옆집이 오늘 들어왔는데요. 뒤늦게 인사를 왔더라고요. 탑스타인 가수분이셨어요. 아드님 중 한분에게 집 사준신 듯.


      공사 기간동안 고생하셨다며 한참 어린 이웃에게 구십도로 깍듯하게 절하시니까 (연예인 특유의 예의법) 쌓였던 짜증이 좀 풀리더군요. ㅎㅎ

      • 글에서 얼른 떠오르는 가수가 송대관씨 아닐까
        • https://www.youtube.com/watch?v=mvcUGXybhNU


          의외로 리메이크곡 작업을 많이 하셨더군요. 저는 데뷔곡만 알고 있었... - -



          • 잘까 하다,저때 조관우를 알았었나 기억이 좀 저노래 나훈아 노랜데,조관우 아빠가 명창이신데 가수 아들한테 넌 왜 내시 목소리를 내며 노래하냐고 신경질을 내셨다는
    • 엄마는 아날로그 네이티브 천성적 디지탈이 아니신듯, 휴대폰이 너무 대단해 이제 1/3정도 컴퓨터와 시간 보냅니다,종교적 열정 아니면 진정한 사랑을 유지하기 힘들단 말에 동의 합니다 약한 동물을 강압적으로 하는게 종교가 하는 일이죠
    • 수학과 중에서도 연필과 종이만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있더군요. 

      • 뜬금없이 안철수의 부인 김미경 님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임상병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복수 전공했는데도,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수학의 정석'을 구입해서 다시 공부했다고. 흠

    • 저도 아마 아날로그 네이티브로서 어떤 디지털 기기에는 영원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폰도 그래서 쓰다가 때려쳤구요

      • 어허~ 부분 기계치이신가 보군요. 그거 사용해서 뭐에 쓰게? 라는 회의 갖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세요. 기기 없이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마는 세상이니까요. 토스터만 작동시킬 수 있어도 모든 걸 다 다룰 수 있어요. ㅎ

    • - 혼잣말


      오전에 우연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자기 소개서를 읽었다. 


      "나는 아주 가벼우면서도 완고하며 휴대가 편리해서 공격이든 후퇴든, 언제 어느 때라도 이동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다리를 만들 수 있다"라는 선언이었다.


      오호~ 삶의 진실이 녹아 있는 순수한 시간의 표현과 인식을 위한 기제를 이렇게 매력있게 표현하다니. 그러나 그의 미장센에 내재된 회화성은 시간에 대한 남다른 신념이라는 전제적 요건의 결과로만 해석하기에는 대단히 독창적인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어서 천천히 곱씹어봐야할 듯하다.



      • 브레송 노트를 읽고 있는데 다빈치 노트를 언급합니다.
        • Haruki의 소설 <Norwegian Wood >를 영어본으로 읽고 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나지막하게 읊조리면 그 문장의 맛이  쌉쌀했을 것 같은데 거실 책상 앞에서 읽자니 아쉽군요. 일본어나 한국어처럼 교착어로는 느껴지지 않는 맛이 있는 문장이라서요.
          그런데 그의 대표작 속에 나오는 인물은 저보다 아래의 나이대인데, 정작 회고는 15년 전의 과거를 대상으로 하더군요.  이건 이상하네~ 라는 인상이 컸습니다. 몇살  더 먹은 제가 오래전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어서요.

          차라리< Kafka on the Shore>가 지금의 제게  더 성독하기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는 하루키의 소설은  Norwegian Wood 아니면 After the Quake 정도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선택 혹은 유예가 멋쩍긴 하나 진전이 안 되네요. 무엇보다 좀 자야하는데 침대에 누워서 숫자를 세어봐도 잠이 안 와서 오락가락 헤매는 중이에요. - -
          • Kafka on shore는 저도 영어본으로 읽었어요. 무라카미의 1Q84를 읽고 있던 영국 여자애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책이 Kafka on shore라고 했죠.




            저는 무라카미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더군요. <Norweigan wood>를 쓸 때 그는 유럽을 돌아다니며 카페에서 옆 방에서 일 치르는 남녀의 소리가 들리는 호텔에서 썼다고 했죠. 그걸 읽고 그 책의 부유하는 듯 한 인물들이 조금 이해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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