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지식인들의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급하게 해결해야 할 업무를 마감하느라 자야 하는 시간을 놓치고 날밤을 샜습니다. 짧게 자더라도 잠들 시간에는 자야 하는 사람이라 정신이 안정되지 않네요. 요즘 업무 보면서 새삼 자각하는 건 90퍼센트는 아직 100퍼센트가 아니라는 겁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이 간극은 메우기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어요.

제가 입사했을 때,  직속 상관이 소설가를 꿈꿨던 경제학도였습니다.  그는 말끝마다 "미치겠다"라는 후렴구를 달고 살았는데,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든가 융의 <인간과 상징>을 읽어보라며 제게 권유하곤 했어요.
그의 감탄사가 달린 입담에 의해 저는 그런 책들에 입문하기 시작했으나, 그의 느낌이 제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기에 관심은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책이란 개인의 감흥과 결부지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제가 누군가에게 어떤 책을 권하지 않는 건 그런 경험의 축적이 역할을 일정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두 책을 찾아내서 뒤적뒤적하고 있어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저는  책 자체를 물신적으로 대한 적은 거의 없다라는 것. 제본이 예뻐서 산 책들은 있지만요. -_-

뜬금없이 저 두 책을 찾아내 책장을 뒤적이노라니 상징이라는 기초 개념은 한국사회에서 사회화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의식-이미지의 상상적 장소-언어적 자아의식-심층 무의식으로 구조화될 수 있는 마음의 영역에 대한 이 사회 내부의 크리스탈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뉴스 사이트를 통해 한국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정치인의 언설들을 접하노라니 그들이 의외로 허약한 데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전부터 그들이 자기 마음의 구조가 어떻게 셋팅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다는 희미한 판단을 해오긴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어필되는 주요 인물들을 주로 파면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존재증명을 한다는 것.

요즘은 인터넷에서 활발한 세대 간의 발언 강도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드네요. 배운 분들이 상징개념을 재발명하기를 바랍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거품이 꺼진 이후 갈곳 몰라 정처 없는 이들에게 독일의 낭만주의가 파란 가스등 역할을 해주고 있는 면이 있는 것처럼요.
독일 낭만주의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하나의 레퍼런스 구실을 해줄 가능성은 높습니다. 벤야민을 읽어도 좋고, 니체를 읽어도 좋고, 현재 20대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 역시 준안정적 상태의 재료들에 지나지 않는다 걸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 당연합니다 어제 본 동영상에 스피노자의 말도 하나 있는데 절망은 자신의 굴종이 아니고 자신의 파멸이라고, 사실 온전한 세상이치란 불합리한 말이지만 어찌됐건 살며 싸우는 사람이 인생을 이기며 사는거겠죠
      • 유대인들 중에는 의외로 무신론적 철학자들이 꽤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스피노자와 마르크스죠. 아, 노발리스도 빼면 섭섭하겠네요. 혁명에 실패한 마르크스는 영국으로 망명했고, 교황청의 노여움을 산 스피노자는 네덜란드에서 잘 살았어요. 그들이 초상집의 개로 살지 않았던 건 존경하나, 그러나... 그러나.... ( 그만 뚝!) 
        졸음이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이만 자러갑니다.
        • 9시에 자는군요 좀 이른듯 하지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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