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물

이마 다친 후 눈으로 내려왔던 시퍼런 멍이 이제 연보라색으로 변했습니다. 하여, 썬구리가 세 개나 있지만 얼마 전에 가볍고 폼나는 걸로  하나 또 장만했어요.  그런데 어제부터 어디로 숨어버린 건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안경이든 썬구리든 사용하시는 분들, 이 물건 잃었다가 뜻밖의 장소에서 찾은 경험 있으신가요? 알려주세요.
몇 되지도 않는 가구 서랍장마다, 주방 싱크대 곳곳까지, 심지어 냉장고 냉동실까지 다 살펴봤는데 없습니다. 사물들은 사라진 후에야 그 빛을 발한다고 하더니 그 존재증명을 하기 위해 어디로 떠나버린 걸까요.

방금 스스로 눈을 망가트려 안경 쓰는 언니와 통화 중 위의 질문을 했더니 왈, "물건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딱 하나야. 주인이 자신을 쓰레기 취급한다고 느꼈을 때."(에라이~)
    • 저도 집에서 없어진 물건 찾을 때마다 늘 미안하다고 울부짖으면서 찾습니다 ㅠ

      • 지금 사라진 썬구리가 문제 아니에요. 휴일에도 집에 안 가니까 아버지가 바둑 한판 두러 오시겠다고 해서 저녁 메뉴를 고민 중이었거든요.


        며칠 전에 친구가 말복에 먹으라며 삼계탕용 중닭 한마리를 주고 갔어요. 그걸 분명 냉동실에 넣어놓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없네요. 김치 냉장고를 뒤져봤는데 없어요. 썬구리야 몇 년 후에 어디서 나타나도 상관없지만 닭은 못찾으면 어디서 썩을 수밖에 없는데....  하쿠나~ 대체 저는 무슨 정신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건지. 지금 보니 그새 무엇에 부딪쳤는지 콧잔등에 또 연두색 멍을 들여놓았구만요.

    • 잘 안쓰지만 안경이 없어져 셜록의 분석으로 찾았는데 다핀 담배곽을 던지는ㅡ아직 집에 있으면 버린게 아님ㅡ박스가 차면 큰비닐봉지에 비우는데 거기 안경이 들어있었다는걸 추리해서 큰봉지를 방바닥에 다 부어 찾았음 그외 실마리를 찾지못하는건 우연히 보이는 것밖에 도리가,언니말이 맞죠
    • 양말(살색덧버선), 우산, 똑딱이머리핀. 항상 없어지고 우연한 장소에서 찾고 또 없어지고 찾고..의 반복이네요


      사물에도 생명이 있어서 찾으려고 들면 안나타납니다. 그냥 잊어버리고 있으면 이넘의 관종들이 슬그머니 '나 여기있다!' 나타나죠

    • 엄마는 늘 말씀하셨죠.


      양말은 발이 없어!

    • 다행히도 닭은 찾았습니다. 샤워타올에 쌓인 채 세탁기에 들어 있더군요. 제가 손세탁을 하지 세탁기는 안 써요. 


      썩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긴 한데 버리노라니 닭에게도 ( 먹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일까요?) 닭을 준 친구에게도 미안하네요. 


      맞습니다. 사물들은 발이 없죠. 넋 놓고 그들을 어디에다 묻어버리는 사용자가 있을 뿐.

      • 어떻게 세탁기까지 들어간 지가 궁금해지네요.

        • 저는 동시에 두 가지를 못하는 사람이에요. 관심의 방향을 A, B, C 여러 곳에다 동시에 둘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저는 무엇 하나에 에너지를 집중할 때는 그것에만 두뇌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닭을 보관하는 순간에 아마 무슨 생각이나 틀어놓은 음악에 몰두했던 거겠죠. 그래도 닭에게 세탁기 안은 너무했어요. 아무튼 이제 썬구리도 나타나줬으면 좋겠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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