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그래?

고래 Whale를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열살 무렵 부모님 따라서 태평양 근처로 여행갔다가 봤는데 첫인상이 non-human person이었어요. 물론 돌고래였습니다. 그런데도 고래 한 마리의 음량으로 태평양이 하나의 콘서트홀이 될 수 있구나라고 강렬하게 느꼈고요.

남극 빙붕해에서 <일리아드> <오딧세이> 급의 장대한 서사시를 노래하면, 베링해에서 들을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와 상하이에서도 당연히 들을 수 있다고 하죠. 고래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이론상 인도양, 대서양에서도 가청할 수 있다더군요.
그 ‘대상 없는 진동체’의 체험을 우리는 무엇이든 '태평양’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태평양’은 광통신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청각적 체감적 진동의 체험이자 체험을 사랑하는 체험인 것이니까요.

깊은 바다 8km에서 울려퍼지는 20hz의 초저음은 바닷물이라는 미디엄에 녹지 않고 전지구의 대양에 4분만에 전달시키는 힘 그것이 고래입니다. 칼 세이건이 그런 말을 했었죠. 고래의 노래로 통합되는 태평양은 이미 “사운드로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망으로서 먼저 와 있는 포스트휴먼이다."라고. (정확한 기억은 아님.)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 무엇의 영향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랬을 때만 나는 ‘생각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고, ‘생각’의 새로운 생산을 추구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이 생각을 해보는 건 오늘 누군가로부터 ' 너는 고래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으로는 제게 아무 영향 미치지는 못하는 표현이었으나 '개인의 고유 이미지는 보호해줘야지 뭐 저런 표현을 하지?' 라는 생각은 들더군요. -_-

고래는 매우 큽니다. 그 고래 한 마리의 음량에 의해 감지되는 ‘태평양’ 역시 진동이 큽니다. 그런데  고래 = 태평양이라는 도식은 어떤 발상으로는 작은 ‘새우’에 의해 뒤집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새우의 뿔과 뿔 사이에 “태평양이 있다”라는 화엄적인 발상이 동양에는 당연하게 있었습니다. “겨자씨 안에 우주가 담긴다”는 이야기의 태평양 버전입니다. 여기서 ‘새우’는 무엇일까요? 어느 철학자에 의하면 고래의 노랫소리 못지 않게 바닷속에서 만만치 않은 사운드를 내는 것이 새우의 타악기 소리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딱총새우’라는 종으로서 120 데시벨에 달하는 놀라운 음향가입니다.

제가 어릴 때 읽었던 글인데,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가 고래에게 삼켜져 고래 뱃속으로 들어 갔다고 해요.  들어가 보니 그 곳에서는 이미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더군요. 또, 곁에서는 옹기장수가 옹기지게를 버텨 놓고 도박 구경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나 뭐라던가.  - - 그런데 도박을 하던 사람이 잘못 옹기짐을 쳐 박살이 나자, 옹기 파편에 찔린 고래가 날뛰다가 죽고 말았다고 해요. 이로서  고래 뱃속에 있던 사람들은 옹기 파편으로 고래의 배를 째고 탈출했다고 합니다.

기운이 없으니 나아가고자 하는 의욕이 안드는군요.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잔꾀만 내는 정치인들에게 화는 나는 것보니 절규할 힘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단지 정신이 다 했을 뿐. 공회전의 언어들, 공회전의 그 무엇들, 덩달아 공회전하면서 시대를 알지 못하는 눈 먼 사람들이 현재 정치판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네요. 




    • 201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출장을 겸비한 휴가를 갔을 때 Southern right whale 을 봤습니다. 저는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이라 고래보러 갈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같이 간 사람이 꼭 봐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해서 해양 사파리를 보러 갔는데, 아 엄마고래가 아기고래를 배위에 올려놓고 노는 장면을 보자, 와 대단하구나 생각만 들더군요. 선물이는 여전히 그때 이야기를 합니다.




      스웨덴 요떼보리 The museum of Natural History 에 가면 오래전에 죽은 어린 고래 박제가 있습니다. 어리다고는 하나 얼마나 큰지, 음 스웨덴 언어 놀이로, 투표와 고래가 val 이거든요, 그래서 투표하는 날은 이 고래 안에 들어가는 게 허락된다고 하더군요. 







      • 같은 사막의 종교라는 이슬람은 바다에 대해 열려 있었던 것 같아요. 바다는 거래와 무역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이란 것을 유럽보다 잘 알았던 것 같거든요. 기독교의 뿌리인 유대교에서조차 이런 해상 무역에 딸려서 바다가 이야기될 만도 할 텐데, 그런 언급이 거의 없는 것 보면요. 어릴 때 바다는 굳이 상상력을 자극할 이유가 없는 곳으로 보였던 건 나이에 의한 저의 무지에 의한 것이었겠지만요.
        민망한 고백인데 저는 Kaffesaurus님과  저 아래 글 올리신 Koudelka님을 자주 혼동했어요. 이젠 확실하게 두 분의 글을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hehe

    • 기운없다고 다 죽은거 같이 그러기 없기 입니다,고래? 나도 동물원에서 봤지 아니 고래 없을걸 실제 못봤어요
      • 강원도에서 군복무 중인 남동생1이 (의사) 저를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내일 온다고 해요. 아픈데 없다니까 산 생명이 그렇게 못먹는게 제일 아픈거라며 한달만이라도 요양사 간호받으며 병원에 있으라더군요. 한국 병원에 병실 확보 못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느무시키가...


        어디로 도망을 가야하는데 멀리 갈 체력은 안되고 호캉스 계절이라 호텔도 다 찼을 테고. (깊은 한숨)

        • 그러세요 그러다 진짜 병날수도 있으니,뭐 괜찬은건 내가 더 잘알기야 하지만 남이 그러면 겁도나니까
    • - 혼잣말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지구의 기온이 2도 올라갔고, 지금도 1도가 또 추가되는 과정이라고 한다. 1도가 더 올라가면?
      6천5백만 년 전에 거대한 천체가 지구를 강타하여 대멸종이 찾아왔다. 지구사의 파국은 무려 6차례에 걸쳐서 일어났고, 그때마다 대다수 생물종은 종의 종말을 맞이했다. 이 중생대 말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무려 1억 8천만 년이라는 천문학적 시간 동안 지속되어온 공룡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대양에는 고래라는 새로운 종이 살기 시작했다. 6천5백만 년의 파국을 피해 바다로 도망친 포유류가 다윈의 도그마를 보기좋게 배반하고, 시간의 역류를 택했다. 고래는 물고기와 달리 심해로 잠겨들었다. 그 깊은 곳에서 방해받지 않고 묵상에 잠길 수 있었다. 그 묵상은 놀랍게도 5천만년이 넘는다.
       
      19세기 포경업과 20세기 미 해군의 소나음이 고래가 사는 대양을 시끄럽게 했다. 마치 층간소음처럼 고래를 고뇌하는 실존주의자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제 1도가 오르고 있고, 다시 또 1도가 오른다면, 인간종은 멸종하고 말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될까? 
      고래가 지구를 통치해온 시간 동안, 고래는 인간종을 만나지 않았다. 거의 99.99%의 시간 동안 인간과 접하지 않았다. 인간은 고작해야 4만년의 시간이 주어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지구를 망쳐버렸다.

      이제 1도에 더해 1도가 더 오른다면, 4만년의 시간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無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변함없이 6천5백만 년 동안 진행해온 대로 이 신생대의 시간은 고래의 시대가 될 것이다.
    • 영어학원에서 60세가 넘은 할아버지 영어강사분에게 회화수업을 들었어요. 그분이 고래를 바다에서 본 이야기를 해주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셔서 얘기를 하시더군요.


      고래와의 만남은 그만큼 특별한 것 같습니다. 


      필리핀 세부 여행갔을때 고래구경하는 패키지가 있었는데 안했습니다. 저는 그저 나름대로 고래를 지켜주고 싶었어요

    • 올려주신 글을 읽고 고래의 슬픔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이 넓은 바다 어디에 있던 동족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생명체라면 과연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걸까요? 인간에게만 연민과 그로 인한 슬픔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오랫동안 살아온 크고 위대한 존재라면 동족의 공포와 슬픔을 늘 들을 수 있는 바다라는 공간을 떠나 살지 못하며 그로 인해 얼마나 켜켜이 쌓인 깊은 슬픔에 놓여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고래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 아이들이 있는 분들에겐 동화 <천일야화> 읽혀주길 권합니다. 만화 같은 상상력이 작동하여 정령들이 인간을 태우고 간다든지 아주 커다란 새의 다리에 터번으로 자신의 몸을 묶어 같이 하늘을 난다든지, 섬인 줄 알고 정박했더니 고래였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죠. 
      엉뚱한 얘기들이지만 인간 외의 동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해요. 사실 이야기처럼 인간을 설득하는 건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악인들도 용서할 수 있는 여지를 주거든요.

      동화지만 <천일야화> 주인공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등장 인물들-  그들의 삶에는 남들의 호기심과 연민 그리고 부러움을 자극하는, 곧 감정을 울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소설 하나 쓸 분량의 삶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저는 그다지 동감하지 않습니다. 그런 저로서도 이런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말하는 이야기꾼들의 능력은 놀라워서 아이들에게 꼭 읽혀보라고 권합니다. 당연히 읽지 않은 어른이라면 먼저 읽어야할 책입니다.
      • 난 천일야화를 에로 이야기로만 알았어요
    • 저를 입원시키겠다는 남동생1과 그의 후배 의사와 제 상태를 고자질한 막내가 와서 반나절을 놀다갔어요. 


      소갈비와 돼지갈비 반반 섞어 양념해놓고 석쇠 두개 준비해놨더니 자기들끼리 의논해가며 맛있게 구워먹더군요. 


      이 작은 집에 장정 세명이 들어서니 얼마나 부담스럽던지..... 보스가 들여준 에어컨에 감사했습니다.


      근데 이 친구들이 고기만 맛있게 먹고 제 집에 온 이유를 까묵하고 그냥 갔다는 거에요. 하여튼 재밌는 현상이 많아요. ㅋㅎ



      • 보니 암시랑토 않네 하고 놀다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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