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니콜라스 빈딩 레픈 & 엘 패닝의 '네온 데몬'을 봤습니다

 - 2016년작에 런닝 타임은 1시간 58분. 장르는... 아트하우스 호러/스릴러라고 해둘까요. ㅋㅋ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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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 이미지에 꽂히셨다면, 영화를 보셔도 좋습니다. 아... 사실 그렇진 않은데.)



 - 첫 장면은 뭔가 되게 인공적인 세트 느낌의 럭셔리 소파 위에 정말 곱게 차려 입고 목을 베인 엘 패닝이 피를 철철 흘리며 굳은 듯이 누워 있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메이크업과 조명빨로 사람이 아니라 마네킨 느낌이 드는 가운데... 왠 남자가 그걸 열심히 찍고 있어요. 컷이 넘어가면 멀쩡한 엘 패닝이 분장실에서 가짜 피를 벅벅 닦고 있고. 그걸 지켜보다 닦는 걸 도와주는 상냥한 분장사 지나 말론과 통성명을 하네요.


 이곳은 LA일 겁니다. 엘 패닝은 갓 상경한 시골 처녀이구요. 사고(?)로 부모님을 다 잃고 살다가 공부도 자기 갈 길이 아닌 것 같고. 기럭지 좋고 얼굴 예쁘니 모델 꿈이나 이뤄보겠다고 가능한 돈 박박 긁어 모아 LA로 와서 싸구려 모텔에 묵으며 모델 에이전시를 돌며 구직 활동 중이에요. 그리고...

 뭐 당연히 금방 기회를 잡고 승승장구 하겠죠. 그러면서 패션계의 음험한 변태들과 인연을 맺고 또 비교적 순수한 LA 총각에게 도움도 받고 갈등도 겪고 그러면서... 뭐 그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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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게 첫 장면인데, 포스터 이미지랑 중복이라는 걸 올리면서야 깨달아서 후회하며 그냥 올립니다. ㅋㅋ)



 - 굉장히 고전적이고 흔한 스토리라인이지만 비교적 요즘(?) 영화들 중에 퍼득 떠오르는 건 '쇼걸'입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대도시로 진출한 시골 처녀! 알고 보니 타고난 재능 뿜뿜!! 위험한 도시인들의 유혹!!! 과연 주인공은 타락할 것인가 승리할 것인가, 아님 뭐 어떻게든 될 것인가!!!?


 근데 이렇게 스토리는 대단히 비슷하다 쳐도 영화의 톤은 전혀 다릅니다. 일단 '쇼걸'처럼 볼거리를 막 던져주지 않아요. 뭔가 막 화려한 패션쇼가 자꾸 나오고 멋진 모델들이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워킹을 선보이고 이런 게 막 나오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잖아요? 안 나옵니다. 제작비가 정말 얼마 안 들었다고도 하지만 애초에 감독이 그런 거 찍고 싶어했을 것 같지도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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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rike a Pose!!)



 또 쇼걸처럼 그렇게 흥겹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도 아닙니다. 정말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단 1분 1초도 흥겹거나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은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걸 보시면 됩니다. 스토리상 분명 주인공이 행복해하고 있어야할 전개가 없는 건 아닌데, 그걸 그렇게 안 보여줘요. 시종일관 어둠, 칙칙, 가라앉음. 이것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이야기에 무슨 디테일이란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처음에 말 했듯이 굉장히 원형적인 이야기잖아요. 그렇담 이런 뼈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당연히 자신만의 디테일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부족하다'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그래도 '없다' 쪽이 좀 더 적절한 설명 같아요. 그나마 존재하는 디테일들이 죄다 의미가 없거든요.



 - 그렇담 도대체 뭘 하고 싶은 영화인가... 는 저도 모르죠. 근데 그냥 제 느낌엔 이렇습니다. 이야기 디테일 같은 거 다 걷어 치우고 시각 이미지 만으로 뭔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보다보면 자꾸만 뭔가 중요한 일이 터져야할 것 같은 순간에 영문 모를 형이상학적 이미지들이 신나게 펼쳐지거든요. 또 뭐 별 중요하지 않은 장면들도 화면 구도나 색감, 소품 디테일 같은 데 되게 신경을 쓴 티를 팍팍 내구요.


 근데 전 예쁘고 특이한 이미지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면서도... 그걸 분석하고 의미 부여하고 이런 건 잘 하지도 못하고 사실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 그냥 '그림은 예쁜데 이야기는 극단적으로 앙상한 영화'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ㅋㅋ


 솔직히 뭐 그리 대단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을 거란 생각도 안 들어요. 왜냐면 엔딩 부분에서 갑자기 되게 노골적인 풍자 & 은유가 팍 튀어나오거든요. 근데 그게 참 당혹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이어서, 이걸 보면 그동안 내가 뭔지도 모르고 넘어간 그 수많은 장면들도 사실 별 건 아니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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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이상학적이면서 철학적인 뭔가가 막 느껴지십니까!!? 원본 없는 복제, 다다이즘, 아방가르드!! 전 사실 이게 뭔지 하나도 모릅니다!!)


 

 - 더 길게 적으면서 제 무식을 바닥까지 드러내어 뽐내고 싶진 않아서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엘 패닝을 몹시 사랑하시고, 그래서 두 시간짜리 영상 화보라도 기꺼이 보겠다! 는 분들은 보세요. 

 그냥 독특하고 예쁜 그림을 잔뜩 볼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거의 없어도 상관 없다! 는 분들도 한 번 보실만 합니다.

 그 외엔 뭐... 글쎄요. 개인적으론 괴작 매니아 분들에게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인데, 이 영화는 특별히 괴작이라기보단 그냥 예쁜 그림에만 집착한 허술한 영화라고 느꼈거든요. 충격적이라던 결말도 뭐 거의 '양반전'의 그 유명한 대사 있잖아요. "지금 나를 도둑놈을 만들 셈이요!!!" 딱 이 정도 수준의 풍자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네요. 그나마 양반전은 조선시대 소설이기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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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그나마 엘 패닝이 이렇게 간지나게 나오는 장면도 별로 없습니...)



 + 키아누 리브즈가 나오죠. 그냥 나오기만 합니다. ㅋㅋㅋ '이 양반이 여기 왜, 어쩌다가 나오게 됐을까?'라는 망상이 영화보다 더 재밌었네요. 근데 뭐 키아누 아저씨는 워낙 쌩뚱 맞은 영화에 쌩뚱 맞은 역할로 뜬금 없이 잘 나오던 사람이라.



 ++ 극중 인물들, 특히 '거물' 역할 인물들의 대사로 계속해서 엘 패닝 캐릭터의 압도적인 스펙을 찬양하는 대사들이 나와서 좀 난감했습니다. 아니 엘 패닝 예쁘죠. 기럭지도 좋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패션 모델 업계가 배경인 것인데요. 그쪽으로 그리 잘 맞는 비주얼은 아니지 않나 싶었네요.



 +++ 마지막엔 꽤 불쾌하고 끔찍한 장면, 이미지들이 몇 번 나오긴 합니다. 근데 영화 비주얼과 분위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극단적일 정도로 인공적이어서 그게 그렇게 불편하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두 번 정도 피식. 하고 웃었습니다(...)



 ++++ 이거랑 뭔가 비슷한 느낌으로 난해하고 독특한 이미지가 난무하는 영화 하나가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언더 더 스킨'이 살짝 비슷한 느낌이 있는 영화였는데. 그건 친절하게 설명을 안 해줘서 그렇지 멀쩡한 스토리가 있는 영화였고 그 괴이한 이미지들도 다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고 그랬죠. 심지어 그 쪽은 재미도 있었으니 비교는 하지 않는 걸로. ㅋㅋㅋ



 +++++ 사실 원탑 주인공인 엘 패닝은 캐릭터가 넘나 얄팍해서 뭐 연기할 거리도 없었던 것 같구요.

 등장 인물들 중에 그나마 뭐라도 보여준 사람은 지나 말론이 유일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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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른 영화에서 좀 더 멀쩡한 역으로 만났으면 하는 느낌. 이 영화 찍으면서는 좀 불필요하게 고생한 것 같아요. ㅋㅋ

    • 개봉 때 블랙스완과 비교되었던 것 같은데 둘 다 아직 위시리스트에만 담아뒀어요.

      키아누 리브스가 특별 출연(?)한다니 보고 싶네요
      • 특별 출연(근데 정말 딱 그만큼 나옵니다. 심지어 역할도 아무 의미 없는. ㅋㅋ)이라도 좋으시다면 한 번 보세요. 하하.


        근데 블랙스완과 비교되었다니... 이 영화에 비하면 블랙스완은 매우 친절하고 장르적인 스릴러 무비 수준이에요. ㅠㅜ

    • 아직 언니가 난 더 좋아요
      • 충성도가 높은 팬이시군요!! 하하하. 사실 전 언니가 아기 때 그렇게 좋아하질 않아서...

    • 맞아요. 언더 더 스킨은 그냥 특이하단 얘기만 듣고 본 영화였는데 다 보고 되게 만족했거든요. 이 영화는 뭐 남는 게 없네요. 




      드라이브는 정말 괜찮았죠. 근데 퀄리티를 떠나서 느낌 자체가 워낙 달라서 같은 사람 영화 같지가 않아요. ㅋㅋ 알고보면 이 감독도 고용 감독으로 남이 갈궈줘야 제대로 능력이 발휘되는 타잎일지도요.




      색약은 모르겠지만 난독이라... 글 읽는 게 힘들어서 스토리 없는 영화를 추구하는 걸까요.

    • 이 감독이 할리우드에도 유명세를 떨치게 된 드라이브는 그나마 본인의 개성과 적절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졌던 것 같은데 그게 뽀록이었는지 바로 라이언 고슬링이랑 같이했던 차기작 온리 갓 포기브스랑 이거까지 보고나니 이 감독 영화는 그냥 스킵해야겠다 이런 수준까지 왔습니다. 드라이브는 OST도 샀고 아직도 간혹 생각나면 보는 작품인데....




      지나 말론이 연기한 캐릭터가 그나마 좀 낫다는 평에 동의합니다만 하필 이분이 제일 거시기한 씬에도 나오시는 바람에;;; 




      차라리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 중에 덴마크 영화 <더 모델>이라는 작품을 추천해드립니다. 어쩌다 우연히 봤는데 훨씬 나았어요. 시리즈온에서 1200원에 볼 수 있군요.




      엘르 패닝은 작품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참 험한 배역에 많이 도전하는 것 같아요. 언니가 아역배우로 한창 각광받던 도중 청소년 정도로 크고나서 처음으로 베드씬이었나 성폭행 당하는 씬이 있는 영화를 찍고 화제가 됐던 기억이 나는데 동생은 또 그런 거 찍었구나... 이런 반응? ㅋ 

      • 믿고 스킵이라니... 심각한 결정이지만 네온 데몬 느낌으론 존중하고 싶네요. ㅋㅋㅋ 정말 뭐 좋은 걸 못 찾겠어요.




        엘 패닝 출연작들 대충 보면 본인이 좀 마이너한 영화, 그리고 빡센(?) 역할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해마다 서너편씩 부지런히 계속 찍으려다 보니 그런 영화들도 자주 걸리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 정말 해마다 필모가 꽉꽉 차 있네요.




        추천작도 기억해 두겠습니다. 감사해요!

      • 엘 패닝은 다른 의미에서 보면 필모가 진짜 다채롭습니다. 디즈니 공주 이미지인데 절대 거기에 안갇혀있죠... 저는 <네온 데몬>을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있어요 엘 패닝이 자기 한몸 불살라가며 찍어줘서 ㅋ 그리고 본인도 이미지에 고정되어있는 걸 깨고싶어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 재밌겠네요. 예쁜 그림으로 떡칠된 영화는 불끄고 봐줘야 제맛.
      •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은 있었습니다. 그게 거의 다라는 느낌이어서 문제... ㅋㅋ

    • 그 해 제 최고의 기대작이었습니다. 김도훈 평론가가 gv하는 거에 일부러 맞춰서 갔구요. 보고 나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잔뜩 화가 났습니다. 김도훈 평론가는 인삿말하자마자 이 영화를 본 분들이 좀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 감독이 원래 그런 스타일이니 그 점을 양해바란다면서 쩔쩔맸구요... 그 다음부터 너무 불친절하다, 여성혐오적이다, 무슨 의미의 줄거리냐 맹질문 폭격을 받았습니다 ㅋㅋㅋㅋ


      저는 이 영화보고 나서 엄청나게 실망했는데 그래도 이쁜 장면이 많고 사운드트랙도 좋아서 그냥 좋은 영화(?)로 치기로 했습니다 ㅋㅋㅋ 근데 말씀하신대로 정말 살이 없는 영화죠... 순수한 여자가 비정하고 가혹한 패션계에 발을 들이고 점점 타락하다가 마녀들에게 철퇴를 맞는 이야기가 대체 뭔지...ㅋㅋㅋ


      극장에서 봤을 때는 그래도 멋있었습니다 클럽 씬이라든가 런웨이 워킹 씬이라든가...
      • '잔뜩 화가 났습니다.' ㅋㅋㅋㅋ


        근데 뭐 여성 혐오 같은 얘길 꺼내기도 난감할 정도로 이야기가 실체가 없어서요. 화는 안 나고 그냥 '음... 그랬구나. 이런 영화였구나' 이러고 말았습니다 전. 




        큰 화면으로 보면 건질만한 장면들은 있었던 것 같긴 해요. 다른 영화들에선 잘 안 쓰는 촬영 기법 같은 걸 즐겨 쓰는 것 같더라구요.

    • 으악 저의 최애 영화 중 하나인데 아쉽네요ㅜ 소피아 코폴라 좋아하는데 저한테는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ㅋㅋ
      • 취향 차이는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ㅋㅋㅋ


        그래도 보고 나서 화는 내지 않았으니 용서해주세요. 하하.

    • 드라이브는 좋았는데... 사실 그 영화도 뭔가 아슬아슬한 기괴함이 있었어요. 어느 정도 선에서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게 된 건 음악 영향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 맞아요. 사실 '드라이브' 보면서 이건 액션 영화인데 왜 이리 공포 영화 같지. 왜 이리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같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ㅋㅋㅋ 음악도 좋았죠. 나중에 비슷한 소재로 밝고 가볍게 나온 게 '베이비 드라이버' 아닌가 싶었네요.

      •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 음악 감독 콤비에요. 니콜라스 윈딩 레픈 & 클리프 마르티네즈...  <온리 갓 포기브스>도 음악은 너무 좋았습니다 ㅠ




        https://www.youtube.com/watch?v=4n6c339dsgs




        클리프 마르티네즈가 작곡한 건 아니고 다른 사람 음악을 영화에 픽한 건데, 이 장면에 나오는 긴장감과 리듬감은 정말 끝내줍니다

        • 덕분에 잘 들었습니다. 이분의 영화에서는 음악 역할이 큰 것 같네요. 장면이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 드라이브 정도되는 영화 만들었으면 된거죠 뭐 ㅋㅋ 아마존에서도 투 올드 투 다이 영이라는 빈딩레픈스러운 제목의 시리즈를 만들었는데...몇 에피 보다가 접었습니다. 시리즈도 아마 캔슬되었을 거예요. 

      • 맞죠. 그 정도로 평도 좋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 하나 남겼으면 된 거긴 한데... 그 후로 내놓는 영화들이 다 똑같이 악평이라 좀. ㅋㅋ 세상 예술가들 중엔 누군가 옆에서 적당히 갈궈줘야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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