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에게 왔다

여러 생명체 중에서 제가 가장 예뻐하는 게 새입니다. 아버지 증언에 의하면 인간의 언어를 익히기 전부터 저는 새들에게 다가가 조잘거렸다고 해요.  제 집 베란다 창턱에 새들이 모여들어 시끄럽게 떠드는 게 우연인 것만은 아닌 거죠.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고 인간세계의 여러 언어를 익히면서부터 저는 새들과의 소통기능이 약해지고 말았습니다. - -

오늘 새벽. 한 권의 책과 밤새우기 시합을 하고 있었는데, 종류를 알 수 없는 새 한마리가 베란다 창틀에 날아 앉아 '저 달빛을 좀 보렴'이라는 듯 꾸꾸거리더군요.저는 그 새가 의미한 '달빛'이란 말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었을까요? 네, 네 그동안 제가 쎃아온 자연과의 시어가 작동했던 거죠. 하하.

인간 사이에만 아니라 어떤 생체명체와의 소통에도 언어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생명 간의 관계에는 하나의 - 독특하게 다른- 세계가 필요한데 거기엔 언어만으로는 작동할 수 없는 신비한 부분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매미와 풍뎅이와 참새와 나비와 까마귀가 제 의식을 돌아다녔던 즐거웠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제게 가르쳐준 대자연의 언어가 지금의  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거겠죠.
<곤충기>를 쓴 파브르의 글귀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책을 못버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기록-_-) 

"내겐 아주 큰 꿈이 하나 있다. 들판에 실험실을 갖는 것이다. 쓸쓸하고 황량함에 갇혀 살 때, 나는 곤충으로 인해 낙원을 갖게 되었다. 
아늑하고 조용한 그 작은 마을에는 온갖 풀과 꽃들이 자라났다. .... 여름이면 이들 모두가 귀청을 때리는 음악대로 변했다. 그들  때문에 나는 도시를 포기하고 시골로 왔다."

음식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올라오는데 어떻게 저를 따라온 건지 모르겠는 까마귀 한마리가 제 뒤로 태연하게,  현관으로 총총 걸어 들어왔어요. 일단 접시에다 물을 담아줬더니 할짝거리고 있는데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런지. 문 열어두면 날아가겠지만 그 전에 뭘 좀 먹이고 싶어서 까마귀의 주 음식은 뭔지 검색하는 중입니다. (벌레는 제공할 자신이 없는데...)

    • 의미가 아직 언어화, 규격화되지 않았던 시절. 자유롭고 다정하게 내 주변에서 춤을 추듯 날아다녔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의 파편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는 건 정말 귀한거라고 생각해요. 


      글 많이 써주세요. 어디로님 글을 읽으면 마음 안에 잘 쓰지 않아 잊고 있었던 근육을 쓰게 됩니다. ㅎㅎ

      • 그시절의 그것이 거의 그사람이니 사는건 너무 작단 생각도 들고요
        • 그 시절의 그것이 거의 그 사람. 그 시절의 그것이 거의 그 사람...
          홍상수 영화 제목같아요. 한국 영화중에 홍상수만큼 제목을 잘 짓는 영화감독을 못봤는데 여기 또 이런 인재가...

      • 검색해보니 까마귀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애벌레지만 잡식성이라 온갖 걸 다 먹는다더라고요. 열매도 좋아한다길래 집에 있는 블루베리와 자두를 다져줬는데 입도 안 대더군요. 집안 여기저기를 기웃대며 걸어다니는 꼴이 얼마나 귀엽던지. (날개는 왜 있음?)


        작은 집이라 둘이 살기는 곤란하니 그만 가렴~ 하고 문을 열어줬더니 힐끔 저를 바라보더니 (흥칫뿡한 듯) 천천히 걸어나갔어요. 인심 사납다고 친구들에게 소문내고 다니려나~ 

    • 동네에서 걷다가 뒤통수를 까치에게 공격당한 적이 있습니다. 마음이 멀어지더군요. 

      • 혹시 까치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거 아니었어요?  조류들도 은근 자기개성을 침범당하는 걸 싫어해서 우리가 이해 못할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ㅎ

        • 제맘을 어찌알고 네이버에서 기사가 올라왔는데


          물까치 까치 까마귀 류는 5월-7월까지 새끼를 길러서 그 새끼를 보호하기위해 공격성이 높아진다네요.


          제가 둥지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나 봅니다. 

    • 요즘 산비들기와 참새와 식량을 공유하고 있는데 내꺼 다먹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사죠뭐, 산비들기가 참새 못먹게 하지는 않아요,세상에 이런일이 tv에서 까마귀가 공원에서 사람과 잘노는데 보기엔 크지만 어린애라 그러네요 크면 멀어진다고,얼마전 본 지어준 까마귀 이름이 제목인 영화 제목이 뭐드라
        • 제목이 펭귄 블룸 펭귄은 이름이고 블룸은 나오미 왓츠 이름, 앤드류 링컨이 남편 블룸인데 저게 바로 남편이지 생각이
      • 첫 문장 읽으면서 아이 예뻐라~ 했어요. 생명체끼리 뭐든 나눠먹어야죠. 그렇고 말고요. - -
        <펭귄 블룸>은 스토리 전개는 취향이 아닌데도 세 번 정도 봤어요. 인간과 까치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격려하고 지지함으로써 든든한 가족이 되어준 게 신파극이 아닌 실화라더군요. 날개를 다치고도 겁에 질려 움츠러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삶을 살겠다는 자세로 당당하게 날아오른 까치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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