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 '저스트 머시', 이준석

1. '빅 피쉬'를 다시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웬 나르시시즘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볼 때는 울었어요. 현실이 팍팍하면 사람들은 픽션을 통해 자기 자신의 이고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큰 고통 앞에서 드디어 거짓말을 만듭니다. 이제 그 거짓말을 이해할 수 있네요. 


2.  '저스트 머시'. '블랙 라이브즈 메터'운동과 함께 떠오른 영화입니다. 월터 맥밀란이라는 흑인이 18세 백인 여성을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대에 오를 위기입니다. 하버드를 나온 흑인 변호사가 이 사람을 구해냅니다. 컨텍스트... 1989년 알라배마입니다. '앵무새 죽이기'의 고향입니다. 맥밀란씨를 죽이기 위한 증거는 조작된 거였고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승리합니다. 여러가지로 유용한 영화죠. 


3. '오터 레터'를 운영하는 박상현씨가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네요. 링크 이유는 '조장'이란 뜻을 잘 모르고 썼다는 점. 조장은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싹을 손으로 뽑아 오히려 죽게했다는 뜻인데, 이준석은 "민주당은 언제까지 선악을 조장해서 여론조사 정치하실겁니까"라고 페이스북에서 썼다는군요.


'선악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아마 선악 대립구도를 일부러 만든다는 뜻이겠죠. 현충원 방명록에 남을 글씨를 삐뚤빼뚤 쓰는 것과 단어 뜻을 모르고 쓰는 건 다른 층위의 이야기인데요. 물론 글씨 잘 쓴다고 알아주는 시대도 아니고, 단어를 부정확하게 썼다고 핀잔주는 세대도 아니고, 외않됀데의 시대니 개떡같이 말해도 언중이 찰떡같이 알아들어줘야겠죠. 

    • 선악을 조장한다니 민주당은 아브락사스가 된 건가요.

    • 엥? 조장이 저런 단어 아닌가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의 3번째 뜻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김."이 있는데요.

      • 아무튼 선악을 조장..은 틀린 표현이죠. 선악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될 수 없으니까요.
        • 그러네요. 본문에도 그 내용은 다루고 있고. 하지만 자라지 않은 싹 어쩌고 하는 뜻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네요.

      • 송나라 사람이 모를 키웠는데, 빨리 키우는 게 안타까워 손으로 조금씩 뽑아 주었습니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로, 조장(도울 조, 길 장)은 길게 늘도록 도왔다는 뜻이죠. 사람이 호연지기를 억지로 기르려하면, 싹 자라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손으로 길게 늘이는 것과 같다며 연결되는 말입니다. 

        • 아하, 들어본 적 있는 고사네요. 감사합니다.

    • 빅피시 후반부 저도 짠하더군요
      • 저는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 생각이 나더군요. 




        아 이 영화에는 이완 맥그리거가 나옵니다. 같이 보던 젊은 사람들이 뭐? 저 배우가 오비완 케노비라고? 하면서 놀랐습니다. 오비완 케노비는.... 알렉 기네스라고요...

      • 전혀 다른 뜻이죠. 조장과 주장이 다르듯... 하긴 이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이준석이 선점한 프레임이 중요하죠.  

    • <빅 피쉬>가 아버지가 죽는 내용의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슬펐던 영화였어요.
      • 저는 아버지가 죽을 때보다, 아버지 역할 배우 알버트 피니가 처참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너 내가 페이크라고 생각하냐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라고 말하며 아들을 봤을 때 가슴이 아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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