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와 점심을 먹던 중 받은 질문

인간의 역사는 합리적었을까요 비합리적이었을까요? 실존주의자들은  역사는 항상 합리적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숙한 제 판단으로는  역사는 극히 비합리적인 것이거든요.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이해 못할 바도 없지만, 앞날에 대해 무슨 일이 펼쳐질런지 에측할 수 없다는 것. 
문명의 역사를 추진하는 가장 큰 힘이 뭔지에 대해 제게 설명해준 역사가는 없었어요. 뭐 그 힘을 안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현재와 미래를 지배할 수 있었을 테죠. 

보스와 점심을 먹었는데  "당신은 인류의 장래를 어떻게 예측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제가 예언가도 아닌데 거기에 무슨 답을 할 수 있겠나요. 그냥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었죠. 
- 역사는 합리적이 아니므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할 수 없겠다는 느낌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보면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고, 과학의 이용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스: 그래? 난 많은 문명이 각자대로 감동적이던데. 왜냐하면 내가 소속된 문명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 못한 문명들을 볼때 - 지금은 한국의 문명- 에 대해 감동적인 것은 세계가 발전하는데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나: 과거의 문명 중 당신의 마음에 가장 든 문명은 무엇인가요?
보스: 굳이 하나를 꼽자면 19세기 초반의 유럽 문명이다. 하지만 모든 문명은 제 나름대로 다 빛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록해두지 않으면 휘발되고 말 것 같아서 몇자 기록해둡니다. 나중에 더 생각나는 게 있을 거고 덧붙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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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기 전 기억을 쥐어짜서.....)

나 :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을 비교할 때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보스: 내가 거기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적당한 존재지. 이런 감상은 있다. 동양문명은 서양문명의 발전과정에서 있었던 장애를 건너뛰어 상당한 수준의 완성을 이룬 것 같다는 것. 특히 한국!
유럽은 혁명에 의해서만, 전통적인 가치의 파괴를 하면서만 산업시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내가 일본과 중국과 한국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건, 
동양은 전통적인 구조와 개혁 사이의 균형을 서양보다 잘 유지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 대해 크게 감탄하고 있다. 

나: 어쩐지 신화적으로 한국을 보시는 것 같은데요?
보스: 현대에도 신화는 있지. 고대인들이 설정했던 점에 포커스가 있지 않다는 것뿐.
나: 전에 사르트르에 대해서 비판하신 게 기억나네요. 그 판단은 아직 유효한가요?
보스: 그 질문은 당신이 좋아하는 물리학이 의사보다 세상에 더 유용한가?를 묻는 것처럼 덧없는 질문이라 대답할 수 없다. 

(우리 보스 잘났죠? ㅋㅎ)

    • 그냥 엔트로피의 흐름이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살려하는 자들이 뭉친 에너지라 나지기 마련이죠, 껄끄런 자리에서 저런 질문 받으면 난 난감해서 해낼수 있을까
      • 그래서 엔트로피에 도달하는 작업도 힘든 겁니다. 지식을 구조화하는 작업은 엔트로피에 역행하는 행위이기에 그만큼 힘이 들어가잖아요. 우리는 수많은 사소한 것들에 매달릴 때에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거니까요.  산만한 정신에도 들이는 에너지가 엄청나요.  산만하게 밀려들어오는 정보들에 관심을 허용하는 순간 관심 경제에 따르자면 그것에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니까요. 곧 관심은 에너지 소모로 이어진다는 것. -_- 
    • 그나저나 지금 계속 사내 방송 중인데 어느 사무실 앞에 둔 화분 셋 가져간 사람 자수하고 갖다놓으라고. .. 아니, 뭘 그런 걸 훔쳐가나요.. ㅋㅋ 웃노라니 없던 기운이 살짝 돌아오는 느낌적 느낌이. 

    • 합리적이 되려면 단어의 정의부터 해야죠.


      내가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역사는 타인에게 나에 대한 감정을 심는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죠. 제가 그 부분에 대해 쓴 것 아닌가요. 사내방송이 반복되어서 뭣 땜에 웃는지 자각 못하면서 웃는 중이에요. ㅎ

        • 다 눈감아 가져간 사람 여기 놔두고 가 그래야지 자수하라면 안하지
        • 아 그부분에 대해 쓰셨군요. 아직도 그부분에 대해 쓰셨나 알쏭달쏭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ㅜ ㅜ  저 보스가 그 ... 유식(?)하다는 외국인 보스인가요

          • 네. 독일 철학박사에요. 얼굴도 출중하게 잘 생기셨어요. 근데 아내분이 더 미인이라는 것. 


            아무튼 화분 훔쳐간 사람을 향해 계속하는 사내 방송 때문에 웃음이 터져서 없던 기운이 솟구치고 있어요. ㅋㅋ 


            그래도 운전할 자신은 없으니 택시타고 퇴근하려고요. 


            보스는 알랭들롱에다 로버트 레드포드를 묘하게 섞어놓은 외모에요. ㅎ

    • 합리의 대파동속에 비합리의 소파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 간명한 문장 마음에 듭니다. 나중에 뒤집어서 함 써먹어보고 싶어요. '비합리의 대파동 속에 합리의 소파동이 있었다'고. hehe

    • 저는 근본적으로 역사가 대단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결과론적인 것이고요. 물론 이 또한 짧은 기간을 사는 저라는 인간의 시간감각의 한계에 갇혀있는 것이겠죠. 그나저나 보스분은 외국분이신가봅니다. 저는 한국인 입장에서 서양의 개혁을 구조만 빌려왔을 뿐 개념의 정수에서는 하나도 도입하지 못하고 여전히 문화지체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거든요.

      • 그는 독일인이고 한국에서 산 지 십년 정도됩니다. 바깥의 시선이라는 게 따로 있는 거니까요. 처음 한국 왔을 때만 해도 어이없고 헤매는 듯한 나라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급속도로 줄어든 걸 느낀다고 하더군요. (이른바 적응?)
        한국은 민주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의 욕망에 따라 비정한 사건들이 더 많아지긴 했움에도 불구하고. 저도 판단보류하며 분노하는 부분이 많지만, 관공서에 가보면 확실히 십년 전과 분위기는 달라졌어요. 변화를 느껴요.
    • - 혼잣말 


      아파트 근처에 소소한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계시다. 집앞에서 키우시는 상추 쑥갓 오이 같은 것들. 


      휴일에 나가보면 새벽부터 나오셔서 하루종일 의자도 아니고 싸구려 매트에 앉아 판매를 하신다.  그래서 열흘 전에 오이 한 망을 사와서 오이지를 담궜다. 그걸 내가 어떻게 혼자 다 먹겠는가? 


      양념해서 부모님에게 드리고 멀리 런던 언니에게도 보냈다. 근데 방금 욕 문자가 날라왔다. "아니 이렇게 식욕당기는 음식을 보내서 내 살을 불릴 거냐고오~" 


      뱅기로 보내서 배달료도 만만치 않았것만 저런 욕질을.... 



      • 오이지는 그방 먹는게 아니고 오이김치를 비행기로 보내셨구나 무슨 김치든 다른 음식과는 달리 세월의 넋이 만드는거라 난 결국 포기한게 익지가 않고 상해버려요
        • 오이지를 몇 달 혹은 몇 년 묵혀서 쓰는 식품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던데, 고거 아닙니다아~


          딱 5일 정도만 소금물에 저장했다가 5분 간 물에 담궈 짠기를 뺀 후 입맛에 맞는 양념으로 버물버물해서 드셔보세요. 굿~이랍니다,



          • 난 꼬들꼬들한거 별로라 더 좋은데요 그동안 잊어버리고 소금물에 놔두면 되는군요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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