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잡담

프랑스 영화의 보편적인 느낌은 무엇일까요. 제게는 아담하고 깔끔하고 소소한 이미지입니다. 제일 처음 저를 매료시켰던 프랑스 영화는 TV에서 명화시리즈로 방송해준 마르셀 까르네의 [천국의 아이들 Les Enfants Du Paradis]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인생유전'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듯.) 
넋을 잃고 봤습니다. 곧  DVD를 구입했죠. 제 나이 여덟살 때였어요. 뒤이어 르네 끌레르, 장 르누아르, 쥘리앙 뒤비비에, 르네 끌레망 감독 영화들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은 아녜스 바르다입니다. [끌레오]를 봤을 때 무엇 때문인지 충격을 받았고, 중딩 때 천리안 영화게시판에다 난생처음 영화감상문을 쓴 게 그 영화인데 글이 남아 있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저는 프랑스 영화 1세대를 모르고 위에 언급한 2세대 감독들의 작품을 봤을 뿐입니다. 이른바 '누벨 바그'죠. 
누벨바그는 1950 말에서 시작해 60대 초까지 프랑스 영화를 혁신 시킨 새로운 운동을 지칭합니다. 확고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결집한 운동은 아니었으나 기존의 영화문법을 버리고 자신만의 표현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개성있고 재기넘치고 신선하고 유니크한 영상으로요.

아버지와 휴일 바둑 중인데, 갑자기 영화 쪽으로 대화 방향이 흘렀어요. (서로를 견제하는 술수랄까~ ㅎ) 갑자기! 이제 와서 알랭 레네 감독을 파리에서 만나본 적이 있다고 하셔서요. 그의 나이 예순살 무렵이었고 은발이었는데도 미소가 깨끗하고 정중하고 겸손한 에티튜드였는데,  무엇보다 피부가 너무 희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시는군요. 제가 고딩 때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 감상문을 올린 적도 있고 잘 쓴 감상문이다고 칭찬까지 하셨으면서도 왜 그때는 그와의 인연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던 걸까요. (먼산)

네는 소년시절 중고시장에서 8mm 촬영기를 만난 후 영화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반 고흐] [게르니카] 등 단편영화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나치수용소를 그린  단편영화 [밤의 안개]가 명작이었다고.
뭐, 다시 바둑판으로 돌아갑니다. 언젠가부터 저를 한번도 못 이기는 아버지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진 채.

뻘덧: 어머니가 저의 [히로시마 내사랑] 리뷰를 가지고 계시는지 여쭤보고 있으면 함 올려보겠습니다. 




    • 내용은 잊었지만 바르다 본거 같아요 어제 보니와 클라이드 보니가 주인공인우리제목 슬픔은 파리에 젖어를 구했는데 아직 안봤네요 배우 이름을 자꾸 까먹어요
    • 아녜스 바르다는 감독 이름이군요 베가본드 봤고 5-7시 까지의 클레오는 영상이 기억에 남아요
      • 맞습니다. [Cléo de 5 à 7]
        바르다의 남편 자끄 드미가 만든 [쉘부르의 우산]에서 까트린 드뇌브를 보고 여성배우에게 처음 반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저는 나이대 중에서 취향이 올드한 편이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ㅎ

    • 장 자크아노 감독의 '불을 찾아서'를 EBS 에서 봤는데 


      초저학년이었는데 뭔가 저걸봐야 우아해질 것 같아서. 지루했지만 참고 봤습니다.


      '남과 여'라든가 먼가 프랑스영화만의 먼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알고보면 별거 아닌데 

      •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감상하는 것들 모두가 별로 좋은 것도, 어려운 것도. 복잡한 것도 없죠. 각자의 그릇/취향만큼 소화하고 즐기고 받아들이는 거니까요. - -:


    • 알랭 레네는 영화의 영상이 리얼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감독이랄까요. 그의 작품에는 관객의 상식을 부숴버리는 무엇이 있습니다.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L'Année dernière à Marienbad] 를 비롯해 [스모킹/ 논스모킹]등 그의 작품마다 작가로서의 고유한 특징이 도드라져요.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에 비하면 그는 극단적으로 과작인 감독이죠. 작품이 어려워서 그의 영화 제작에 자본을 대기 꺼려했기 때문이었다는데, 글쎄요, 그의 작품이 어렵나요? 아무튼 그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영화문체의 창시자임은 누구도 부정 못할 것입니다.
      아버지와 인터뷰할 때 그가 말했다는군요.
      "내 작품을 좋아해주고 칭찬해주니 고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아카데미즘에 들어가 옛영화인 취급을 받는 것 같은 비감도 든다. 사실 매체나 대중에게 작품을 인정받는 게 나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 방금 최신 프랑스 영화 한 편 봤는데..ㅎㅎ  "O2 Oxygen" 넷플릭스 영화라 프랑스, 미국 합작으로 나오네요.
      재밌어요, 보세요~

      천국의 아이들은 같은 제목의 영화가 두 편 검색 되네요.
      97년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것과 45년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것...근데 줄거리 읽어보니
      8살 짜리가 넋을 잃을 만한 건 97년 작 같은데? ㅎㅎ 갈까님 엄청 조숙하셔요~

      난 인공지능이 바둑 절세고수들을 묵사발 만들기에 이제 바둑 두는 사람 없어지는  거 아냐 했더니...으음!
      바둑 그거 무슨 오묘한 도리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누가 경우의 수를 더 많이 빨리 찾아내는가 아니에요오??
    • 동생이 결제해준 넷플릭스를 지난 달 두어 번 사용했네요. 재밌다고 추천하셨으니 찾아보겠습니다.
      제가 좀 조숙한 편이었죠. 하지만 금지된 꿀을 일찍 맛본 이가 망하는 케이스를 우리가 많이 보잖아요?  그게 미리 알면서 여행다니는 마음으로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ㅋ
      이세돌이 인공지능에게 패했으나 저는 여전히 이세돌 편입니다. 인공지능에게는 오류나 거부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없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요. 창의성이 없으니 자체 성장도 없습니다. 대국은 이기는 게 목적도 아니고요. 
      • 이세돌 넘 멋집니다. ㅎㅎ 목소리도 넘 멋져요. 섹쉬하다고 했더니 모 아줌마카페에서 어떻게 그사람이 섹쉬할수가 있냐고

        • 내가 그사람과 똑같게 그려도 남은 전혀 눈치를 못채는거와 같은 이유,근데 섹시 그러면 야한데 섹쉬 그러니 노인네 수영복 차림 같이 안야한
          • 이런 댓글이 그냥 시라니까요~

        •  "목소리도 넘 멋지고~"라는 팬심에 살큼 놀라네요.- - 이세돌의 특유한 음성은 입단 후 열네 살 때 스트레스가 심해 실어증이 왔는데 신경이 마비돼서 형성된 거였죠. 일단 바둑인들은 제게 기본으로 친애감 점수 받게 됩니다. - -

    • 속물인 저는 천국의 아이들 너무 힘들게 봤어요. 주인공 여배우가 영화내 설정과는 달리 나이가 너무 많은것 같은데 그게 그 오래된 흑백영화인데도 숨겨지질 않더라고요. 상대적으로 마임하는 남배우가 참으로 여리고 아름다와보였어요.


      끌레오에서 어떤점을 좋아하신걸까요? 저는 크라이테리온 채널을 구독하는데, 아녜스 바르다라는 그분이 크라이테리온이 제일 좋아하는 분인지 엄청 뭐가 많아요. 그중 제가 본건 끌레오 하나뿐인데 아직 어떤 매력을 발견하지는 못했어요. 다른걸 찾아봐야겠어요.


      갑자기 영화 보고싶은 기분에 빠졌는데, 잘 시간이네요. 꼭 이래...

      • 저는 이 영화가 서민들을 위한 연극과 판토마임이 잘 어울려 펼쳐지는 무대라는 것에 심쿵했던 것 같아요. 
        가난한 배우와 범죄자들 거지, 포주, 광대들 같은 듯 다른 무대 뒤의 삶이 펼쳐지는 것이 어린 의식에도 인지됐고요. 시계를 훔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마임으로 연기해서 모두에게 알려주는 장면 같은 건 매료될 만하지 않나요? 
        무엇보다 바티스트의 무언극이 아름다웠어요. 전문가들이 시나리오에 참여한 자끄 프레베르를 재조명한 작품이라고 공치사한 것에도 공감합니다. 

        바르다 감독이 마치 유언으로 남기려는듯 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소개한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를 보셨는지요. 추천합니다. 그의 첫영화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보노라니 그는 거장이 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메시지를 품고 영화작업을 했더군요.


    •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건 프랑스 영화다!' 라고 알고 본 영화... 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라붐'과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이었던 것 같아요.


      극장에서 본 걸로 치면 '디바'였던 것 같았는데 의외로 '세 가지 색 블루' 로군요. 이건 순수 프랑스 영화는 아니지만... 근데 전 왜 고딩 때 이런 걸 보러갔을까요. ㅋㅋ


      그리고 대학 들어가서 무려 영화 '비평'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일년간 누벨바그 고문(ㅋㅋㅋ)을 당한 기억이 납니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작가주의 작가주의 작가주의!!!! 으허허; 뭐 마침 뤽 베송이나 레오 까락스 같은 사람들도 막 각광받기 시작하던 시점이라 어찌됐든 부러운 영화 강국이란 이미지가 강했는데. 21세기 넘어오면서 한국 영화가 이 정도로 분발해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네요.




      근데 알렝 레네 감독을 본 적이 있다... 는 걸 넘어서 그게 누구인지 알고 만나셨다는 점에서 어디로갈까님 아버지도 범상치 않으신 분이셨군요. 되게 신기한 일화에요. 

      • 라붐'에서 씨익 웃었고요.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에서 서늘해졌습니다. 로이배티님은 제가 본 중 영화에 대한 충성도 1%에 해당되는 분이에요. ㅋㅎ

        영화 감독/제작자라는 용어가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자기 세계를 구축한 씨네필 내부공동체의 인정투쟁 승리자에게 붙혀지곤 했죠.이것은 누벨바그라는 일종의 컬트 문화의 일종의 조명을 받으면서, 영화를 종교적 페티시즘의 대상으로 재신성화하는 과정의 일부였던 것 같아요.  

        자본주의가 점차 이미지의 폭력을 무수한 대중의 소구력으로 전환할 때, 고전적 시네마 스튜디오의 장인에 지나지 않았던 감독들이 사실은 자신의 낭만주의적 개성 그 이상으로 기이한 이콘화 같은 것을 부여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영화적 이콘화, 그 은밀한 그노시스의 빛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실은 당대 웰메이드의 자국 대중영화들에는 경멸과 조롱을 숨기지 않았으면서 말이죠. 영화적 이콘화는 "여기 아닌 다른 곳에 내가 있다"는 걸 선언한 셈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그런 영화가 강림하는 게 자신들의 손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었고, 그렇게 선언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것, 그들이 바로 '작가'였던 것입니다. 

        울 아부지는 제가 아는 남자 중 가장 따스하고 지적이고 편견없는 분입니다. 평범하지는 않죠. hehe

        • --  ‘어필링 파워’가 광고(廣告)업계에서 쓰일 때에는 다른 번역어로 쓰이고 있다. 바로 ‘소구력(訴求力)’이다. 이것도 그 밑바탕에 깔린 뜻은 ‘호소력’과 동일하다. 야후 사전은 ‘소구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광고 등이 잠재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강도. 즉 잠재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힘을 말한다. --


          광고업계 사람인가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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