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 봤는데 질문있어요

펀이나 그밖의 사람들이 유랑하는 이유가 집을 구할수 없어서 어쩔수 없이 돌아다니는 건가요?


처음엔 그런줄 알았는데 나중에 동생 만나는 장면 보니까 원하면 집에서 생활할 수도 있는거 같더군요.


그러니까 궁금한건 이들이 유랑하는게 어쩔수 없어서 하는거냐 유랑이 좋아서 하는거냐 이겁니다.

    • 동생네 신세지기 싫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 원작 책에서 인용해봅니다.


      P.14~15

      임금은 낮고 주거비용은 치솟는 시대에, 그들은 그럭저럭 살아나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속박에서 자신들을 해방시켰다. 그들은 미국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들에게도 생존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필사적인 노력으로 시작된 것은 좀 더 위대한 무언가를 외치는 함성이 되었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 이상의 무언가를 열망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음식이나 거주지만큼이나, 희망이 필요하다.


      P.24

      상승하는 집세와 낮은 임금의 충돌, 멈출 수 없는 힘과 움직일 수 없는 대상의 부딪힘이라는 모순. 그들은 마치 바이스에 낀 것 같았다. 영혼을 탈탈 털어가는 소모적인 노동에 자신의 시간을 몽땅 바치는 대가로 간신히 집세나 주택 융자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보수를 받으면서, 장기적으로 상황을 나아지게 할 방법도, 은퇴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없는 상황에 끼어버린 느낌이었다.


      P.55

      나는 린다의 이야기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며 주의 깊게 들었다. 그러면 사라지지 않는 몇몇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어떻게 해서 열심히 일하는 예순네 살 여성이 결국 가진 집도, 영구적으로 머무를 장소도 없는 처지에 놓이고, 살아남기 위해 앞날을 알 수 없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게 되는지를. 해발 2킬로미터에 이르는 높다란 삼림지대에서, 오락가락하는 눈과 함께, 또 어쩌면 퓨마들과도 함께, 소형 트레일러에 살면서, 변덕을 부려 근무시간을 삭감하거나 심지어 그를 해고해버릴지도 모르는 고용주들의 뜻대로 화장실을 문질러 닦으며 살게 되는지를. 그런 사람에게 미래란 어떤 그림일까?


      P.99

      둘 중 누구도 그들의 집값보다 높은 대출금을 갚으면서 남은 생을 보내는 일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2003년형 피프스휠 트레일러 카디널을 샀고, 길로 나섰다. “우린 그냥 걸어 나왔어요.” 애니타가 말했다.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중얼거렸죠. ‘우린 더 이상 이 게임 안 해.’”


      P.328~329

      그들은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자신들이 홈리스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들 그 단어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 수 있을까? ‘홈리스’라는 용어는 문자 그대로의 정의를 넘어 전이되면서 끔찍한 위협으로 변해버렸다. 그 말은 이렇게 속삭인다. 추방된 사람들. 낙오자들. 타자들. 빈털터리가 된 사람들. “우리 사회의 불가촉천민들.” 라본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렇게 지적했다.


      P.400

      미국 곳곳의 집들에서는 부엌 테이블 위에 내지 못한 청구서들이 흩어져 있다. 밤늦게까지 전등은 꺼지지 않는다. 피로 속에서, 때로는 눈물을 터뜨리며, 사람들은 똑같은 계산을 하고 또 하고, 다시 하고 또 다시 한다. 임금에서 식료품 구입비를 뺀다. 의료 요금을 뺀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뺀다. 공공요금을 뺀다.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을 뺀다. 그리고 이 모든 지출 중에 액수가 가장 큰 것. 집세를 뺀다.

      점점 커지는 예금과 부채 사이의 간극에는 질문 하나가 매달려 있다. 계속 살아가기 위해 당신은 이 삶의 어떤 부분을 기꺼이 포기하겠는가?
    • 사람마다 케바케죠. 정말 경제적 사정이 이럴 수밖에 없는 노매드들도 있고 펀처럼 본인의 마음의 상실감, 진정한 의미의 집(home)이 없어서 그냥 주거할 수 있는 집(house)를 거부하고 방랑하는 사람도 있고요.
    • 펀의 경우에는 전 재산을 몰빵해도 하우스푸어가 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그럴바엔 집에 몰빵하지 말고 유랑을 택한거라 봤고 그것이 하나의 삶의 형태라는 것을 보여준 영화라 봤습니다.

    • 추수감사절 데이브네 집에 방문했을 때, 근사한 창문이 있는 손님방 침대에서 나와서 한밤에 자기 차로 자러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는 이제 펀의 집은 '선구자' 밴이라고 생각했어요. 

    • 영화에서는 자발적인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각자 개인적인 계기나 여건이 있지만요. 펀의 경우도 그렇게 사는 게 자신에게 맞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책의 경우는 이들의 노마드적 삶에 배경이 되는 사회적 요인, 시스템 분석이 자세히 나온다고 해요. 집 하나 유지하기엔 너무 많은 대가, 비용을 치뤄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그것을 거부한 삶의 모습이니까 어쩔 수 없는 유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사실 웬만한 영화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 정보없이 보는 게 좋지만 노매드랜드는 배경지식이 좀 필요한 영화입니다. 특히 원작이 사회고발성 논픽션이라 영화 관련 팟캐스트 정도는 듣고 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9bJ0YjqAL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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