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헌책 몇권을 더하며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방 하나를 책방으로 쓰고 있습니다. 거실도  한쪽을 책으로 가득 채운 채 서재로 쓰고 있고요. 서재는 지적 관심의 상징이니 가진 양만으로는 제가 보통 독자는 아닙니다.  
물론 보유한 책의 양과 지적인 수준은 그다지 상관이 없죠. 지금까지 여러 집 서재 구경을 해본 바, 많은 경우 서재는 보여주기 위해 설치돼 있는 장치더라고요. 그래서 희귀본을 많이 소장한 서재를 보면 주인이 좀 달리 보입니다.
워낙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책들이 독자를 공산품의 소비자로 전락시킨 감이 있잖아요. 하지만  헌책방에 내놓아도 알아볼 사람이 많지 않은 책들을 소장하고 있는 독자와 그들의 자부심이 있는 거죠.

오래 전, 청계천 헌책방을 애용한 적이 있는데, 주인장들이 대개 공산품이 아닌 희귀한 책을 수집하고 싶어하는 분들이더라고요. 그런 거죠. 누구나 다 가지지 않은 희귀한 책에 대한 열망을 갖는 이들이 있어요. 책 읽는 사람에게 희귀함과 희귀하지 않음은 책의 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구별되는 게 아닙니다.  책은 저자와 독자가 나누는 대화잖아요. 어떤 책이든 그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건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래서 책에 그런 대화가 남겨져 있는 흔적을 찾아내는 것에 몰두하는 책 수집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만사에 깔끔떠는 성격이지만 책에 대해서만은 깨끗한 걸 우선으로 하지  않습니다. 여백에 수많은 낙서가 남겨진, 독자가 반응한 흔적, 책에 때가 묻어 있는 걸 보면 미소가 피어올라요.  
어제 온라인으로 헌책 세 권을 구입했습니다. 책마다  주인이 그 내용과 관련된 신문 기사들을 오려내어 끼어둔 것들이 흥미로워서 써봅니다. 그것 역시 그 책의 일부인 것 같아서요. 그의 손때가 타서 더러워진 책이지만, 아 이 책은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 싶어서요. 

덧: 책 제목들은 안 갈쳐드림.  메롱~ 

    • 누가 버린걸 주어온 철학서적 세계교양명저 열권과 옆에 같이 있어 한권만 가져온 전설의 고향은 발행일이 똑같은 1984년 오월, 모두 한페이지도 안본걸로 보이는데 삼성출판사 관계자가 출판기념으로 집에 놔둔걸로 추정함,어디로님의 말을 듣고 생각하니 좀 더러워도 전책주인의 숨을 느낄수있는 책이 좋은거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생의 이면이란 말이 무슨말일까 저면보다 못하단 말인가
    • 생의 이면을 검색하니 이승우 작가의 소설이 나오네요,굴절되고 왜곡돼도 사실은 사실이다 꼭 증류 상태의 진실이 필요한가
    • 왕부럽! 책장 속으로 얼굴 파묻고 싶네요. 김에 찰떡이나 먹자는 심사로 '책이 뭘까' 시타로를 봐봤어요. 근데 저는 시집이며 책이 권도 돼요. 며칠 이사 완벽하게 잃어버려서. 지금 읽기 시작한 소설책으로 시도해봤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듀나님 단편집 <구부전>입니다. (질문이 중요해요. 펼치자마자 왼쪽글자) 






      나에게 (너라는) 책은 뭘까?”






      몸속에 숨어 있는 이질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여전히 사랑이었다. 안은성에 대한 지속적이고 끈질긴 사랑의 감정.



      그것은 성적인 것인가? 없었다. 로맨틱한 것인가? 그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든 해석될 있는 위험한 단어이다. 






      (중간 생략)






      윤정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데이트는 억지로 거쳐야 하는 통과제의였다. 









      112페이지. 추억충, 듀나.








      여전히 사랑이라.. 재밌네요. 읽어봐서 책의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나에게 너라는 책은통과제의 같은 데이트인가봅니다. 그런데 있어야말이지. 암튼 너무 맞아요. 읽는 정말 힘들어하거든요. (귀찮아) 읽고나면 마음 후회스럽게 좋고. 뭐라니.

      • [추억충]을 다 읽고 나시면 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실 수도 있겠군요. 저도 따라서 몇몇 책을 펼쳐 봤는데 인용할 구절이 없네요, 흑흑.

        • 그런가요? 갑자기 읽기 싫어지고요ㅋ 바라건데 좀비나 귀신만 안 나오면 됩니당. 

          • 하하, 그런건 나오지 않으니 걱정 없이 읽으셔도 됩니다.
            • 저 페이지 펼치기 직전까지 진짜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좀비 한 마리 툭 튀어나올까바. 온몸으로 구부정ㅋ

    • 제가 한국에서 본 서재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아버지 따라가서 본 김우창 평론가의 서재였습니다. 


      최근에 사진으로 구경해본 중 좋았던 건  파트릭 모디아노의 서재이고요.




      Nobelpreis 2014 Literatur Patrick Modiano



      • 오 할아버지 멋있어요 ^^ 잘생기셨네요

    • 작년에 6단 짜리 책장을 처음으로 들여, 어찌어찌 가득 채우고는 뿌듯함과 난망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저로서는 서재가 따로 있다는게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군요. 대신 도서관에 꾸준히 희망도서를 신청하여 대리만족 중입니다. 타지역에 들를 때 가능하면 도서관을 방문하는데, 신간 코너 등을 살피면 그 지역의 서재를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듭니다. 타인의 서재를 구경하는 만큼 재미난 일이 없는데, 못 가본 지 너무 오래되었네요.




      들이신 책들 제목 안 밝히는걸 얄미워하면 되나요. 

      • 책이 짐이 되는 순간부터 저는 도서관만 가요. 그런데도 오후님처럼 타인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것 만큼 재미난 일은 드무네요. 부러움도 안 사라지는 걸 보면 이 심리는 뭘까 싶고.

      • 돈 좀 있는 책 애호가+ 독신자의 특권 아니겠습까. 음하하하


        얄미울 일은 아닌데 제가 얄밉게 메롱~ 거렸네요. 물리학 책 두 권, 엘리엇의 시집 하나입니다. 


        구입한 곳은 여기. https://skoob.com


        마음 동하는 날 제가 좋아하는 유럽 헌책방 함 소개해 볼게요.



    • 과거에는 헌책도 꼭 필요하면 사고 도서관에서 대여도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 니가 산 책이나 제대로 읽어라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사고 읽은 것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아지더군요.


      그리고 또 어느 순간 남의 손이 닿은 책을 못 읽게 되었습니다. 책이란 게 몇 날 며칠 끼고 만져야 되는데 ...전엔 안 그랬는데...손도 지나치게 씼고 약간의 병적인 증세가 생기네요. 


      다른 거는 돈 쓴 거 계산하는데 책값은 얼마나 샀는지 의식도 않고 계산 안 하는만큼 보고 싶은 책은 그냥 사서 봅니다. 책값이 크게 부담될 정도로 많이 사지도(읽지도) 않고요.


      파트릭 모디아노 좋아해서 번역되면 꼬박꼬박 샀었는데.. 노벨상도 타시고...요즘은 잘 안 읽게 되네요.

      • 헌책이든 빌린 책이든 제가 소독하는 법.


        1. 약국에서 파는 알콜을 구입해 분무기에 넣고 치익~ 뿌려준다.


        2. 집게로 집어 페이지가 좌르륵 펴지게한 후 한 시간쯤 햇빛으로 이차 소독한다. 


        넘 오래 햇빛을 쪼이면 책이 오글쪼글해지고 누렇게 탈색돼요.

        • 나도 깔끔 떠는데 책소독은 처음봐요 책과 같이 있으면 당연할 일인데
    • 안보는 책은 분리수거합니다. 미안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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