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보글부글

# 약속이 있어서 와 있는데, 질문할 게 있어 주인장에게 갔더니 그의 책상에 놓여 있는 책 제목이 <산문팔이 소녀>더군요. 
다니엘 페낙의 옛소설이죠. 몇년 전인가, 이 제목이 알라딘인지 예스24인지에 <신문팔이 소녀>라고 올라와 있길래 '일좀 제대로 합시다. 어떻게 이 소녀를 가판소녀로 둔갑시킨 겁니까?''라는 항의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산문파는 소녀> 정도면 되지 <산문팔이 소녀>는 또 뭡니까. 이 뛰어난 재미의 소설 제목이 이렇게 헤매다니는 꼴을 보노라니 또 한숨이... -_- 
다니엘 페낙의 소설은 프랑스 문학이 생산한 최고의 즐거운 소설입니다. 상황이 주는 재미와 말로센식 유머의 결정판이죠. 아멜리 노통브나 르 클레지오 같은 작가들은 깨끗이 잊어도 좋다는 감상문을 옛블로그에  썼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버지와 예닐곱 살쯤으로 짐작되는 아이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건네는 선물 포장지를 뜯더니 
아이> 내가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어 아빠?
아버지> 선물은 주는 사람이 좋자고 하는 거지 받는 사람의 가치 때문에 하는 게 아니야~
저 아이가 이 말의 의미를 이해했을까요? ㅎㅎ

#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그 고질병을 못 고치고 35분이나 지났건만 감감 무소식이군요.
오래 전, “네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다.” 는 고백을 제게 했을 때
- 너는 그전에 곳과 곧의 뉘앙스 차이나 먼저 새겨보는 게 낫겠는데? 라고 응수했었죠.

"뭐? 어쩌라고?"
- 니가 시간 약속을 잘 안 지켜서 하는 말이야.
'곳'은  아무리 작은 장소라고 해도 별우주까지 갈무리해 차곡 품는 걸 뜻하고 '곧'은 아무리 짧은 상념이더라도 시간의 역사가 단박에 되는 걸 말해. 곳과 곧은 존재, 우주, 연애 등등 시간짝 공간짝이 맞아야 하는 일에 적용되는 건데, 넌 시간 약속 하나 못 지키잖아. 그 기본적인 것도 말이야~
" 그런 말할 때보면 넌 갈데없는 15세기 사람이야. 현대의 시공간 감각을 모르는 거지~"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약속시간 하나 못지키면서 저런 요설은 잘도 풀었... 아 심심甚深합니다.

    • 카페에 자리잡고 노트북을 여시고는 마메 에뮬레이터로 보글보글을 즐기시는 모습을 상상하고 들어온 저....게임중독일까요... 부끄럽습니다.

      • 게임을 전혀 안해서 보글보글이 뭔지 몰라요. (나중에 함 찾아봐야지...)


        그나저나 이 친구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인데 벌써 반이 지났군요. 어쨌든 상대에게 허락한 시간만큼은 기다려줍니다만 어쩐지 오늘도 나타나자마자 제 발길질을 정강이에 받고 나가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ㅋㅋ

    • 성냥팔이 소녀 따라한거죠 근데 산문을 파는 소녀라 해야 맞는건데 신문이 아니니까, 애 아빠 말이 맞긴 한데 전자와 후자 비율이 7대3 정도라 생각드니 저 아찌 말이 맞음, 그 친구 얄밉다
      • 팔이가 잘못된 말은 아니나 꼭 그렇게 써야하는 건지. - - 창밖으로 그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한대 맞자. 신발을 고쳐 신음.)

    • 시간 약속을 정말 안지키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5분 10분이 아니고 항상 30분~1시간 이상 늦었어요. 저만이 아니고 모든 사람과 다 그렇게 약속을 안지키더라구요.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그 친구랑은 멀어진지 아주 오래되었네요. 


      자기 시간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 시간은 중요하지 않은 이유 말고는 없더라구요. 

      • 고질 습관이에요. 암튼 오늘 또 손한번 봐주긴 하겠습니다만 평생 그 버릇은 안 고쳐질 듯. (왔어요!)

    • 절대 습관 못고침, 파란불 아니면 적막한 길에도 절대 건너지 않으리라 마음 먹어도 두리번거리는, 습관은 마음의 고향이어라
      • 호~ '습관은 마음의 고향'이라는 문장에 심쿵했어요. 제가 고딩 때 선생님에게 '습관은 청춘의 고향 같은 거죠.'라고 말했다가 귀염귀염 받았거든요. 별 게 다 기억나네요. 

    • 예술하는 사람이 시간감각이 좀 없지않나요 


      그러고보니 예술하지도 않는 저도 시간감각이 없었네요. 지금은 좀 시간을 지키려고 합니다만

      • 예술하는 사람 아니에요. 정치하고 있습니다. 이름 석자 대면 아마 듀게인 20% 정도는 (혹은 그 이상)는 알 듯합니다. 


        서로 참을 수 없는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사이라 약속시간도 못 지키는 무매너도 제가 꾹 참고 넘기고 있습니다. 친구가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무중력 상태를 통과해내는 사람이라서요. 

    • - 혼잣말


      삶에서 도피처는 꼭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인을 보면 그늘 없이 땡볕에 서 있는 것 같아서 불행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가엾어할 건 없지만 그래도 그런 운명을 감수해내는 건 동정심과 응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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