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반려동물의 평등?

오늘 반려동물이 인간과 무려 경쟁관계로 말이 오갔습니다. 눈팅하면서 낙태로 부터 출발했지만 끝에 이르러  랑데뷰하게 되는 칸트와 쇼펜하우어의 대화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가상대화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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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와 쇼펜하우어가 낙태를 금지할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을 한다.

  

칸트: 낙태를 해서는 안 돼!! 태아도 엄연한 인간이므로 낙태는 곧 살인이야. 자네는 살인을 허용하자는 입장은 아니겠지?

 

쇼펜하우어: 우선 여자는 애를 낳기 위한 존재에 불과하므로 낙태수술 당사자인 임산부의 상황에 대해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인위적인 낙태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태아도 인간이고 낙태는 살인이므로 살인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궁금한 것은 살인을 하면 왜 안되는지 그 근거가 궁금한 것입니다.  근거없이 단순히 살인은 안 된다고 하면 그건 독단에 불과합니다. 왜 살인을 하면 안 됩니까?

  

칸트:'네가 인류를 너의 인격에서나 다른 모든 이의 인격에서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고,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행위하라!! 

 

칸트: 살인을 행한다는 것은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한다는 것이야.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 대하라는 말 자네는 들어보지 못했나?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 고등학교에서도 강제로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인데, 자네는 명색이 철학자라는 사람이 그것도 모르나? 정언명령도 몰라?

 

쇼펜하우어: 아 그렇군요. 그런데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이 무슨 구체적으로 무슨 말입니까?

 

칸트: 내가 지금 자네와 토론을 하고 있는데, 내가 이 토론을 하는 목적이 이 토론 기록을 발췌해 출판사에 넘겨 돈을 벌려 했다면 이것은 내가 자네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했다는 것이 된다네.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은 곧 자네를 자네 그 자체로 대한다는 뜻이야.

 

쇼펜하우어: 목적이라는 말이 좀 애매모호합니다. 목적은 오직 어떤 의지와의 관련성에서만 성립합니다. 이 관련성에서만 목적이라는 개념이 의미를 갖습니다. 도대체 무슨 목적, 어디에 대한 목적이란 말입니까? 설마 신이 정해 놓은 목적은 아니겠죠?

 

칸트: 아니 그럼 자네는 인간보다 더 존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것이고 절대적으로 존엄한 것이지. 다시말하지만 인간은 목적 그 자체로만 존재한다네.

 

쇼펜하우어: 선생님 말씀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는 안가지만 뭐 그렇다면 잠깐 우리 일상생황을 보십시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고기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신발을 신는 것은 신발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따진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당한 행위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칸트: 자네 철학자가 맞나? 고기, 신발은 인간이 아니지 않나? 인간만이 목적 그 자체로 존재한다네.

 

쇼펜하우어: 인간과 다른 사물이 구별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칸트: 인간이 동물을 포함하여 다름 사물과 구별되는 근거는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모든 이성적 존재, 곧 인간은 목적 자체로서 존재한다네.

 

쇼펜하우어: 그렇다면 동물은 수단으로 취급해도 되겠네요? 동물은 마구 죽여도 되는 건가요?

 

칸트 : 동물은 죽여도 된다네.하지만 인간은 안 돼.우리는 인간 이외에 다른 어떤 존재에 대해서 어떤 의무도 가질수 없기 때문이야.  다만 동물을 죽이지 말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 왜냐하면 동물에게 잔혹한 행위를 하는 것은 인간 안에 있는 고통에 대한 동정심을 둔화시키기 때문이야.

 

쇼펜하우어: 제가 키우는 푸들을 보면 인간처럼 보고 듣고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있어 보입니다.

 

칸트: 하지만 동물은 이성은 가지고 있지 않다네. 그것이 중요한 것이야.

 

쇼펜하우어: 인간 태아보단 개가 더 이성적으로 보이는데요?

 

칸트: 인간 태아는 이성을 가질 가능태로 존재하는 것이지. 자네는 인간보다 개가 존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은 안 나지만, 혹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근엄한 어구 못들어 보았나?

 

쇼펜하우어: 저는 존엄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빼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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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ispoint 생각

  도덕은 정언명령이라고 한 근엄한 칸트와 도덕은 동정심이라고 한 시니컬한 쇼펜하우어의 입장이 잘 표현된 대화 같습니다.  평등사상은 계몽으로 인간마져 구분하지만 情(과 고통 그리고 연민) 은  인간과 동물마져 평등하게 합니다. 가끔 진보주의가 진척된 2010년보다 한국인의 정이 많이 남아있던 과거가 그립습니다.


 

    • 그러게요. 그냥 집에서 키우던 동물을 잡아서 잔치하던 날 차마 못 먹겠어서 그날은 굶었다, 정도의 정서면 좋겠어요.
    • 대화 재밌어요 ㅋㅋㅋㅋㅋ
      막 목소리 상상하며 읽었네요
      칸트나 쇼펜하우어나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완전 짜증나는 인간들이었을 듯 ㅋㅋㅋㅋ
    •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서 삼계탕을 끓여먹던 날 이후로 난 10여년간 닭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 5000원이면 그런 트라우마를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쇼크였는데 아쉽네요...ㅜㅜ
    • 예전에 이 화두로 듀게에서 논쟁할 때는 인간의 존엄성이 최상위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진행됐었는데, 시간도 흘렀고 사람들도 바뀌다보니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네요.
      전 그렇게 양상이 달라진 게 더 흥미로워요.
    • 반려동물이라고까지 부르기는 하지만, 동물은 스스로가 반려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 혹은 그 사실에 동의했을지? 어쨌거나 동물들은 이런 논의 따위와는 상관 없이 살아가겠지요. 동물을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인간 중심 사고 방식이니, 동물에게서 단백질을 얻거나 동물에게서 감정적 충족감을 얻거나 뭐가 그리 다른 것인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로는 평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인간과 동물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인간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집에 가두고, 먹이를 주고, 목에 줄을 매고, 중성화 수술을 시키거나 성대 제거, 발톱 제거 따위를 절대로 하지 못하잖아요.
    • 생강나무 / 개 키워보세요. 동물이 스스로 반려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에 대한 대답을 경험하실겁니다. 하긴 개 키워서 잡아먹었는데 맛이 아주 나이스더라! 하시는 분도 계시니 케바케겠지만 ㅋ
    • being/개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우고 거위도 키우고 오리도 키워 봤습니다. 집 안에 가둬놓고 키워 본 적은 없습니다. 인간은 종종 자신의 감정을 동물의 감정이라고 투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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