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 그저께 2021 수능 성적표가 수험생에게 배부되었죠. 어제 막내로부터 졸음운전 청년의 시험 결과를 전해 들었습니다. 막내의 설명에 의하면 백분위 98%에 해당되는 뛰어난 성적이라더군요. 
저는 요즘 대입제도를 모르는 사람이라 이해도가 흐릿할 수밖에 없는데, 그가 원하는 신림동 대학에 입성할 수 있는 성적이라고 합니다. (변수가 없지는 않겠지만...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어요.)

뭐랄까,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무형적인 스파크가 튀면서 소용돌이 속에서 무형의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것 같았어요. 
막내가 심혈을 기울여 원서 눈치작전에 성공해 보겠다니 마음으로 응원만 보냅니다. 아마도 올해는 '대학을 꼭 간다'와 '학과는 양보하겠다'의 갈림길이 있을 수 있는 거겠죠. 
누구나 추구해야 할 삶은 자기 잔이 넘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나름대로의 잉여를 즐길 수 있는 삶 말이에요. 그런 삶이 청년이 사는 동안 (되도록 젊은 시기에) 그의 삶에서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 새벽에 주고받은 막내와의 카톡
(전략)
머저리누나> 넌 그 친구가 왜 그리 이쁜거야?
머저리> 누나 퇴원하고 우리집까지 문병 오겠대서 전철역으로 마중나갔을 때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 나누며 나무랐지.
머저리>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보다 더 위험한 게 졸음운전이라고. 그랬더니... 
머저리> "생업의 일을 하면서 공부도 해야 하니 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졸릴 때 잘 수 있는 신분이 아닙니다." 그러더라고.
머저리누나> 흐음. 알밤 한대 먹였지?
머저리> 미간에다 제대로 한방 먹였는데 내가 나가떨어진거지 뭐. ㅋㅋ
(후략)

- 연민과 동정. 타인과 마음을 나눈다는 건 인간이 지닌 특별한 능력입니다. 넘어지는 자들에 대한 연민은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이면서도 이타적인 존재라는 역설을 보여주죠. 
이타성은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해 보는 능력에서 발현되는 것인데, 사실 타인의 아픔을 고대로 상상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상상할 수 없는 것에 공감하는 자세를 취하며, 타인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있습니다. 
    • 정말 선물같은 소식이네요.

      청년의 미래에도, 어디로갈까님과 가족의 미래에도 이 경험이 항상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길 바라요.
      • 아직은 청년과 우린 아주 가냘픈,  아주 프레자일한 선 한 가닥에 의지한 채 연결돼 있는 사이일 거에요. 막연한 느낌이지만 이 청년이 가장 큰 성취는 스스로 자신을 인정/긍정하는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거면 된 거죠. 
        그의 삶이 자신에게서 가장 큰 기쁨을 선물받을 수 있는 유형의 것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응원할 겁니다. 
    • -혼잣말
      최근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건, 능력있는 부모란 시간을 살 수 있는 능력 그리하여 자식에게 시간을 증여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구나 하는 것이다. 그들이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세상이다.
      성공이란 그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출발점이 주어지는 것이라던 말도 이제 옛말이 돼버린 것 같다. 누군가의 시간은 다른 이들의 시간보다 압축해서 나경원의 아들처럼 조국의 딸처럼 흘러갈 수 있다.

      독일 아비투어 시험은 달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800 단어 논술이란 고작 A4 두 장 정도의 에세이일 뿐이다. 4시간 동안 800 단어 논술이란 그리 엄청난 게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주과목 3개를 선정하고 각자 선택과목을 더해 시험과목을 구성하면 된다. 한국처럼 국영수 필수라는 게 없다.
      정해진 시간 동안 짧은 텍스트 하나 읽고 시험을 준비한 것치고는 부족한 양이다. 그리고 외국인에겐 독일어가 필수도 아니다. 한국 입시가 백과사전식으로 실행된다면 아비투어는 그저 하나만 잘 하면 된다. 그리고 그 하나가 정말 쓸모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비투어의 장점은 한 번 합격하면 평생 그것으로  아무 시기에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비투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증명이다. 아비투어 하나로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대학 졸업 점수다. 법대의 경우 졸업시험으로 국가고시를 두 번 치르는데, 이 점수가 평생 따라다닌다. 경력도 이 점수보다 그다지 대접받지 못한다.

      한국 입시는 너무 소모적이다. 아무리 공부 잘 해도 원하는 대학의 지원한 과에서 떨어지면 인생이 지체된다.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제도 아닌가. 유럽처럼 대학 공부에서 경쟁을 만들어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 금방 댓글에 엊그제라 썼는데 그냥 그제가 맞나? 남을 이해한다는건 순간 뿐이라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니까 그래서이해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봐야겠어요 사는게 그냥 흉내라 생각은 뭐 하나마나기도 합니다 기분 좋네요 좋은 결과
      • 그저께는 명확하게 '어제의 전날'을 짚는 거고, 엊그제는 어제그제의 줄임말로 특정일이 아닌 '며칠 전'을 뜻하는 거예요. 그저께 대신 엊그제를 써도 됩니다.


        국어와 수학이 표준점수 최고점이라더군요. 사고부터 해고까지, 혼란스럽고 고통이 큰 한 해였을 텐데 마음 통제력이 대단한 청년인 것 같아요. 대견합니다.

    • 써도 되니 같군요 쭉 써온거라 틀릴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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