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철인왕후가 논란이 크네요

<철인왕후 />의 가장 큰 힘은 코미디다. 마초성이 다분한 현대 남성의 영혼이 조선시대 왕비의 몸으로 들어가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tvN 제공


간만에 진짜 재밌게 보고 깔깔 웃었습니다. 드라마 보고 이렇게 웃은 건 정말 오랜만인듯.


요즘 판타지 웹소설에서 흔한 '빙의물'입니다. 21세기 현대에 사는 33살 건장한 남자가 조선 시대 중전의 몸에 빙의한다는. 예, 바로 들으셨습니다. 남자가, 그것도 조선의 왕비가 된다네요!!!! 


세상에, 이런 스토리로 무슨 얘기를 할까 싶은데 정말 중전이 연기를 잘합니다. 진짜로 남자가 여자 몸에 빙의했을 때, 그것도 현대의 남성이 과거 전통시대의 여성의 몸에 들어갔을 때 벌어졌을 법한 일들이 진짜 코믹스럽게 펼쳐집니다 ㅎㅎ 


철인왕후' 신혜선, 남자 연기까지 해내 관심↑...철종+철인왕후는 실제로 어떤 인물이길래 < 연예·스포츠 < 종합뉴스 < 기사본문 -  매일안전신문


이게 가능한 건 모두 주연인 '신혜선'의 연기력 덕분입니다. 이 배우가 무슨 여신처럼 아름다운 건 아닌데 지적이고 강단있어 보이는 외모에 연기력이 더해지니 진짜로 남자가 여자 몸에 들어가서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사실 웬만한 배우라면 그냥 왈가닥스럽게만 보일것 같은데, 신혜선은 진짜 남자같아요. 예전에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이 남자가 빙의한 연기를 했었죠. 그때 사실 진짜로 현빈이 - 남자가 여자 몸에 들어가 연기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었습니다 - 그냥 좀 성격 쎄지고 왈가닥 같은 여자가 된 느낌? 하지원이 연기 논란이 있는 배우도 아닌데도 그 정도 밖에 못했었는데, 이번에 신혜선은...정말 명불허전이네요.




첫 방부터 빵 터진 '철인왕후', 신혜선의 하드캐리 통한 이유 < 드라마 < 엔터테인먼트 < 기사본문 - 엔터미디어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폼잡은 왕비....의 모습...진짜 이 장면에서 웃다가 굴렀.....(여자 몸이지만 영혼은 남자라...이거 게이물이냐! 비엘이냐! 하고 남초 사이트에서 난리더군요ㅋㅋㅋ)




배경은 조선 말기 철종(재위1849~1863) 때입니다. 바야흐로 세도정치가 극에 달해 - 삼정의 문란과 이에 시달리다 못한 농민들의 - 산발적인 반란이 일어나던 시기이죠.(결국 진주민란(1862)이라는, 조선 후기 최고 농민반란이 터짐) 현대 남자가 옛날 궁정의 여인의 몸에 빙의한다는 코믹 판타지 배경이 왜 하필 가상의 조선 시대도 아니고 실제 배경일까 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알겠더군요. 현대 남성이 빙의한 중전의 이상한 행동을 임금이 꾹 참으면서 견뎌야 하는데, 그 상대로는 정말 철종만한 임금이 없으니까요.


철인왕후, 역사 왜곡 논란…中 원작자 한국 비하? “사전인지 못 해” - 이투데이


철종은 다들 아시겠지만 '강화도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한미한 방계 왕족 출신에 - 그러니까 철종임금은 보통의 임금들이 거쳤던 왕자 시절이나 세자 교육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임금이 되기 전 19세까지 강화도에서 농부로 살면서 나뭇꾼 일을 했죠. 그래서 사실 사대부 여인들도 궁에 들어와서야 처음 접했을 것이고 - 할아버지에 큰 형까지 2대에 걸쳐 반역죄로 처형된 전력이 있는 소위 '대역죄인의 자손'입니다. 그런데 그 대역죄인의 자손이 왕이 되었다? 이건 모두 철종 당사자와 당시 조선 왕조를 둘러싼 세도가문 - 안동 김씨, 풍양 조씨 - 의 막강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그림인 것이죠.  


엄연히 계승 서열에 따라 왕위에 올랐지만 평생 세도 가문의 위세에 눌려 그 뜻을 펼치지 못했던 불행한 임금. 19세라는 성년의 나이에 왕에 올랐지만 3년간 섭정을 거쳐야 했던, 아예 통치의 기초도 기반도 없던 임금. 바로 이런 상황의 임금이니까 그 이상한 중전의 행태를 다 참고 넘길 수 밖에 없는 거죠. 무엇보다도 중전은 대표 세도 가문인 안동 김씨 출신.



신혜선 팝콘각ㅋ 김정현 압박하는 살벌한 조정 분위기#철인왕후 | Mr. Queen EP.2 - YouTube


이런 배경 때문에 이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정말 그럴듯한 코믹 판타지 사극이 됩니다. 특히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이 무엇보다도 철종의 캐릭터였는데, '백성을 수탈하는 못된 신하들에게 맞서서 의롭게 투쟁하는 선한 왕'이라는 상당히 민담스러운 임금 캐릭터(특히 사극이 아주 선호하는)에 아주 딱입니다. 원작인 중국 드라마가 판타지 왕조를 배경으로 하는데 리메이크 하면서 왜 가상의 조선 왕이 아니고 실존 인물인 철종과 철인왕후로 설정했을까 의아했었는데, 드라마 전개를 보니 아주 딱 맞는 캐릭터들이네요.



중국 드라마] 태자비승직기 타임슬립 중국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 네이버 블로그


그런데 듣자하니 원작이 되는 중국 드라마의 작가가 혐한 논란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모양입니다. 철인왕후의 원작은 '태자비승직기'라는 2015년 드라마로, 그 해 중국에서 최대 흥행을 한 작품이랍니다. 그런데 이 작가의 후속작인 '화친공주'에 혐한 내용이 있어서 덩달아 원작까지 욕을 먹는 모양새군요. 거기다가 조선왕조실록 비하에 역사왜곡 논란 등등으로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가고...여튼 어제 여러 관련 커뮤니티를 돌았더니 남녀노소 모두 공분하면서 드라마 게시판도 온통 욕설 댓글로 도배질이...


참 딱한 상황이네요. 현재 2회까지 본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어보이거든요. 혐한 작가라고는 하는데 문제가 있는 작품의 판권을 사 온 것도 아닌데 이게 이 난리를 피울 일인가 싶고, 역시 논란이 된 조선왕조실록 비하의 문제나 역사왜곡 문제도 제가 보기엔 전혀 논란거리가 아니거든요. 애초에 빙의한 주인공 남자(30대 초반의 청와대 소속 쉐프) 교양 수준이, 철종 임금의 지극히 신사다운 태도와 선비같은 언행에 '저런 임금을 주색에 빠진 못난 왕이라고 기록하다니 조선왕조실록도 찌라시군'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거든요.(이게 무슨 세계문화유산기록 비하라구?) 그리고 더 어처구니없는 건 역사 인물 왜곡했다고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풍양 조씨네들입니다. 연좌제를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진짜 양심이라는게 있다면 조선을 진짜로 망하게 만든 그 세도가 후손들이 대체 무슨 낮짝으로 소송 운운?(나 같으면 어디 창피해서라도 나가서 풍양 조씨라고 떠들고 다니지도 않을것 같은데)


그리고 철인왕후(재위1851~1878)에 대해서 한 마디만 덧붙이면, 실록에 보니 온통 좋은 얘기밖에 없네요. 세 명의 대비들 잘 모시고 투기도 없어서 비빈들과도 문제가 없었고 딱히 남편인 철종과도 불화가 없고. 이건 그냥 그 왕비가 딱히 개성없이 그냥저냥 평범한 여인이었다는 얘깁니다. 왜냐하면 이 시대 자체가 백성에게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는 지배계층이라면,(비록 여성이라 해도) 결코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캐릭터라서 현대 남성이 빙의해서 여차저차 스토리 꾸며나가기에는 아주 딱인 캐릭터군요.


어제 여러 커뮤 돌다가 이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 반응을 보니 요즘 사람들이 정말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분란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횡행하는 거 보면 이것도 일종의 정신병인가 싶기도 하고...씁쓸하군요.




    • 논란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화제'에 더 가까운 내용이네요 ㅋㅋㅋㅋ 뽐뿌질 감사합니다~

      • 논란 부분은 글 뒤에 더 이어서 썼습니다. 지금 관련 커뮤니티들이 아주 난리더군요. 매국노라는 욕설은 아주 기본 장착이고...정말 답답한 마음에 쓴 글인데 뽐뿌가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 1화는 제 취향이 너무 아니었는데 2화는 재밌나요? 일단 대여는 해놔서 볼 수는 있는데요..
      • 취향이 아니었다면…;; 전 완전 제 취향이라 넘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
    • 신혜선 참 야무지게 연기 잘해요. 안 그래도 좋아하던 연기자라서 한번 볼까... 했었는데, 빅캣님 글을 보니 더 관심이 가네요. 그리고 완전 뻘소리 같은데 글이 뭔가 시원시원해요... ㅎㅎ 선명하게 빛나는 차돌을 본 것 마냥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쓴 글인데 감사합니다^0^ 이 드라마 꼭 보시길요!! 이 코로나 정국에 이게 웬 횡재냐 ㅎㅎ 전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보고 있답니다.

    • 저도 봤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딸아이 친구가 풍양 조씨인데 며느리가 좀 고생하더군요. 하긴 저도 전주 이씨 며느리라 시제같은 거 참석했는데  

      • 시제에 참석해 보셨군요. ㅎㅎ 여튼 사극이 좀 화재만 됐다 하면 꼭 종친회에서 말썽이더군요. 이런 얘기는 듣기만 해도 골치 아파요.

    • 뭐 안보고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실존인물, 역사적배경을 가지고 우습게 만들어버리니 그렇지요. 역사왜곡 소리 나오는건 당연한 수순인데 왜 굳이 실존인물로 리메이크(그것도 코믹물로)를 했는지 의문... 그리고 요즘 시국이 어떤가요. 중국이 한국문화 뺏어가는 걸로 그동안 커뮤 안팎으로 (제가 아는 것만 놀뭐, 백종원, 방탄이 언급) 말이 많았는데, 굳이 중드 리메이크+굳이 혐한작가 작품+굳이 실존인물+희화화 들어가니까 이쯤 되면 K- 자존심 문제가 된거라고 봅니다... 막말로 잘돼서 이웃나라든 어디 역수출하기도 창피하고요. 국내에서 혐한에 대해 벼르고 있던 차에 타이밍이 맞아떨어진거죠.
      • 일단 드라마나 한번 보시면 그런 얘기 한 자신이 우습게 여겨질 겁니다. 역사 왜곡 운운 하려면 그냥 역사 다큐나 보세요. 정통 사극도 아니고 판타지 사극 보면서 장르 구분도 못하나...그리고 문화가 무슨 뺏어가고 그런게 어딨습니까? 한복이 예뻐 보이니까 중국 애들이 좀 따라하고 그게 지들거라고 가끔 헛소리도 하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세요.(청바지 보고 미국이나 독일이나 누가 언제 원조 다툼하는거 봤어요? 별게 다 걱정들이네...) 중국 애들이 미친짓 한다고 같이 미친짓 하면 기분이야 좀 풀리겠지만 정신병자들 기분 풀자고 엄한 드라마 붙잡고 난리 피워대는게 진짜 보기가 딱합니다. 

    • 저도 볼 생각이긴 한데... 그 무슨 룸살롱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있다고 비판의 소리가 나오던데 그 장면도 큰 문제는 없는 건가요?

      • 중전이 (남장을 하고)한밤중에 궁궐밖에 몰래 나가 기방에 가서 노는 장면이 나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살짝 불편할 수 있는 지점이긴 한데, 조선 시대라는 배경을 생각해 볼 때 충분히 그려질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기녀들과 질펀하게 노는게 조선시대 (남자가 아니고)중전인 여성이니까, 뭐랄까 그 아이러니함 때문에 일단 웃음부터 나오더군요 ㅎㅎ 게다가 중전이 화장실에 가서 자기가 진짜로 여자가 됐다는 걸 실감하면서 한탄하는 것도 뒤집어 졌…(나는 드레곤도 없고 드레곤 볼도 없다 ㅠ) 이른바 성별의 차이를 유희로 바꾸는 탁월한 센스가 돋보이더라는 ㅋㅋ
    • 김정현 눈여겨보는 배우인데(풀린눈만 좀 아쉬운 ㅎㅎ) 사극 안좋아해서 패스했는데 봐야 하나. 시청 유도력이 대단하신데요 ㅋㅋ
      • 감사합니다 ㅎㅎ 꼭 보세요. 간만에 정말 재밌는 판타지 퓨전(강조!!!) 사극이 나왔습니다^0^
    • 와 재밌어보이네요. 논란 기사들만 읽었을땐 이거 무슨 쓰레기인줄..
      • 기사들이 정말 이상하게 쏟아지더라구요. 무조건 역사왜곡, 여혐, 매국 삼박자에요. 일단 중드 리메이크라는 걸로 찍힌 모양새던데, 정말 혐중감정이 이 정도인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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