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프라임바낭] 소노 시온의 '도쿄 뱀파이어 호텔'을 봤습니다
- 에피소드 열 개로 된 이야기이고 깔끔하게 완결입니다. 편당 시간은 크레딧 다 쳐내면 40분 정도인데 마지막은 20여분 정도로 짧아서... 다 더하면 여섯시간 남짓 되겠네요. 아무튼 스포일러는 잘 피해보겠습니다.
(아포칼립스+뱀파이어!!! 라는 아이디어로 보입니다만...)
- 스토리가 참 혼돈의 카오스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스포일러인지 경계도 애매해서 걍 대충 정리 버전으로 도입부를 소개하겠습니다.
드라큘라로 대표되는 전통 흡혈귀와 신세대 흡혈귀가 전쟁을 벌였대요. 근데 신세대가 이겨서 드라큘라파는 비참하게 지하에 갇힙니다. 그 때 고색창연한 cg와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 그랜드 크로스!!! (이거 모르시면 무식한 게 아니라 젊으신 겁니다 ㅋㅋㅋ) 그래서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놀라운 힘이 주어졌다는데, 그래서 드라큘라파는 이 아가들을 납치해다가 선조의 피(?)를 먹입니다. 얘들 나이가 22살이 되어야 잠재력이 대폭발한다는데 건강하게 잘 키우기 위해(?) 그냥 지상으로 돌려 보내요. 그리고 22살이 되는 생일날 잡아와서 그 피를 나눠먹고 다 함께 파워 업! 해서 신세대 흡혈귀를 무찌르겠다는 계획이죠.
근데 어쩌다 보니 그 시각에 태어난 애가 딱 세 명의 여자애들 뿐이고. 일본의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같은 신생아실에 나란히 누워 있던 운명의 아이들일 뿐이고. 근데 어쩌다보니 서로 엮여볼 틈도 없이 그 중 둘은 자라던 중에 그 피를 감당 못 해서 죽어 버렸고. 그래서 지구상에 하나 남은 운명의 아이, 22세 생일이 3시간 앞으로 다가온 '마나미'를 놓고 흡혈귀들간의 전쟁이 벌어집니다...
- 애초에 그냥 얄팍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차 없이 시간을 죽여 없애 보자... 는 맘으로 고른 작품이었습니다. 이 감독 소노 시온에 대해서 그렇게 기대감이 없거든요. '지옥이 뭐가 나빠' 같은 영화는 참 일본 영화스럽게 돌아이 같고 재밌었지만 이후로 그만한 작품을 본 적이 없어요. '모두가 초능력자', '리얼 술래잡기', '사랑이 없는 숲'. 모두 다 그냥 허술하거나 아님 뭔가 될 뻔 했는데 뭐가 많이 아쉽거나... 제겐 그 정도였죠.
그래도 그냥 봤습니다. 이젠 소노 시온 작품 정도의 일본 장르물을 보기도 쉽지 않은 게 그 쪽 영화판 사정인지라. ㅋㅋ
근데 아쉽게도 제 낮은 기대를 거의 넘어서지 않는 수준의 작품이더군요. 그 기대보다 딱히 떨어지진 않았는데 넘지도 않았어요. 네 뭐 제겐 그랬습니다.
- 이 시리즈를 지탱하고 있는 뼈대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1. 피를 뒤집어쓴 미소녀의 하드고어 난도질 액션
2. 흡혈귀, 그리고 제목의 '호텔'과 관련된 나름 독특한 배경 설정(위에 적은 것 말고 다른 설정이 나중에 밝혀집니다)을 바탕으로한 괴이한 비주얼들
3. 1과 2를 바탕으로한 과장된 유머와 멜로드라마, 그리고 우리네 현실과 그 속에서 사는 인간들에 대한 감독의 잔소리
근데 일단 1번의 경우... 소노 시온은 미이케 다카시가 아니죠.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정상인(?)들에겐 충분히 잔인하고 충분히 파격적이고 충분히 어이 없지만 이미 이쪽 길의 원조님에게 길이 든 사람들 입장에선 소노 시온의 막나감은 좀 부족해서 어정쩡한 느낌이 들어요. 액션 연출을 그리 잘 하는 것 같지도 않구요.
2번의 경우에는 음... 일단 제작비가 모자랐겠죠. 가짜 피 구입하는데에다 예산 다 쓴 듯 무려 루마니아 로케씬이 조금 나오긴 하지만 정말 조금만 나오구요. 이야기의 거의 90%가 제목의 '호텔' 안에서 벌어집니다. 일본 아니메스런 과장된 원색으로 치덕치덕 발라진 뭔가 되게 인형의 집 같은 공간인데... 딱히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독특하긴 해요. 근데 퀄리티가 좀 애매하달까...;
3번은 그냥 익숙했습니다. 이런 류의 일본 영화들에서 기대할만한 딱 그 정도 수준의 유머와 딱 그 정도 폭발하는 감수성의 멜로드라마 정도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그냥 다 예측 가능하고 기대할만한 수준이었어요. 부분부분 따져보면 기대보다 딱히 떨어질 건 없는데 더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각 부분부분에 뭔가 시너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체적으로도 고만고만한 느낌. 근래의 소노 시온 작품들에 대한 제 기대나 예측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그런...
- 딱 한 번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중후반쯤에 갑자기 꽤 큰 국면 전환이 있거든요. 아니 이게 뭐지?? 하고 흠칫 놀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냥 다시 예측 가능한 루트로 흘러가더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보면 은근히 이런 막나감 류의 일본 장르 영화들이 늘 막판에 맥이 빠져요. '상상 초월 폭주를 보여주마!!!' 라는 식으로 거창하게 시작은 잘 하는데 막판에 가면 꼭 일본 영화식 감상주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김 새는 결말을 맞던데 이 시리즈도 거기에서 벗어나질 못 해서, 그게 제일 아쉬웠습니다.
- 결론은 이렇습니다.
뭔가 좀 뽕 맞은 느낌의 B급 성향으로 막 나가는 일본 장르물을 원하신다면 큰 기대 없이 보실만 합니다. 야하고 잔인하고 피가 콸콸!
하지만 그 막나감에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감독의 욕심이 발목을 잡는 관계로 폭주의 쾌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워낙 이야기가 막장인 관계로 그 진지함도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 좀 애매한 물건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작품이 잘 나오지 않아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일본 B급 장르물이 아니면 느끼기 힘든 변태스런(...) 재미를 주는 영화들.
그런 작품에 목이 마른 분이시라면 아쉬운대로 즐기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아니면 안 보셔도 됩니다. ㅋㅋㅋ
+ 그러니까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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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배우는 그냥 멀쩡한 미인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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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좋아하시면 보세요. ㅋㅋㅋ
++ 뭐 말할 것도 없지만 개연성이나 이야기의 전후 연결이 정말 엉망입니다. 나중엔 무슨 부조리극 보는 느낌까지;
+++ 거의 대부분의 출연진이 무명 내지는 신인 같더군요. 검색하면 아무 정보도 안 뜨는 사람도 많고 아마존 엑스레이도 안 먹히고; 그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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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좀 네임드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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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그냥 매우 유명인이시구요. 전 전혀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제가 본 작품들에도 조연급으로 종종 나왔더군요. 아역으로 대박났던 사람이래요. 이름은 '카호'.
++++ 유명 영화들의 패러디가 슥슥 튀어나옵니다. 스카페이스, 올드보이, 나중엔 심야식당 흉내내는 장면도 나오고 또 뭐가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올드보이 찍으면서 그 양반들은 그 장도리 액션씬이 이렇게까지 레전드 대접 받게될 줄은 몰랐겠죠. ㅋㅋ
+++++ 일본에서 영화 만드는 일에 좌절을 느끼고 미국으로 간 소노 시온씨. 그 일에 대해 인터뷰도 여러번 하고 그랬죠. 하지만 그 후 찍은 작품들인 '사랑 없는 숲'이나 이걸 보면 앞으로 미래가 얼마나 밝을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론 둘 다 그냥 그랬거든요. 되게 재미 없거나 화나는 건 아닌데 그냥 좀 밍숭맹숭...
아니요 에피소드 묶음 아니에요. 그냥 쭉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깁니다. ㅋㅋㅋ 제가 맨날 앤솔로지를 봐대서 오해하신 듯. ㅠㅜ
일본감독+포스터+스토리만보고 당연히 애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사군요...
피터잭슨, 타란티노, 로드리게즈 이후로 이제 소위 B급이나 쌈마이니 컬트니 소리듣던류의 작품군도 이제는 만듦새에 대한 요구가 많이 커진게 사실이죠. 아니면 그것을 뛰거넘는 '막나감'이 있어야하는데 이것도 이전 세대에서 워낙에 단물을 다 빨아먹고난지라 어지간히 깨거나 기발하지않으면 시큰둥한게 사실입니다. 소노 시온은 미이케 다카시가 아니라는 의견은 참으로 공감이 되네요. '지옥이 뭐가 나빠'를 매우 기대했다가 생각보다 작품이 너무 고와서? 아~ 소노 시온은 원래가 좀 선이 고와서 이런쪽은 뭔가 안어울린다는 느낌이더군요. 이 양반은 그런거 보다 자기가 잘하는게 따로 있으니 그러려니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런류로는 이미 6~70년대 이시이 테루오나 스즈키 세이준 등이 이미 보여줄건 다 보여줬죠.
저도 이쪽의 원류? 장르를 오래 향유해온 입장으로선 2000년대 이후로는 확실히 시들해진 느낌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나름 뉴웨이브라고 할만한 호러물들이 등장하긴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고 오히려
70년대 이탈리아 호러물이나 홍콩, 대만쪽 무술영화들이 파면 팔수록 놀라운 작품들이 많더군요.
말씀대로 소노 시온은 막나가는 고어/액션보단 다른 쪽으로 장기가 있어 보이는데, 최근 두 작품들 보면 미국 쪽 물주(?)님들이 원하시는 게 그런 류의 영화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언급했던 미이케 다카시도 이제 전성기 다 지나고 커리어가 저문지라 그런 영화들 만들어내는 일본 감독이 또 없기도 하고...
70년대 이탈리아 호러물 같은 건 늘 궁금하긴 한데 구해보는 게 번거롭고 전 귀차니스트라 늘 Q님 리뷰글 같은 데서만 간접 경험하고 마네요. 이런 영화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같은 덴 안 올라올 텐데 말이에요. 이놈의 게으름이 문제... ㅋㅋ
듀나님이 소노 시온 짤을 여러 번 올려서 (특히 피 토하는 고양이 짤?) 궁금하긴 했는데 이 시리즈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나보군요.
소노 시온 작품들이 대체로 그래요. 뭘 기대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뇌를 비우고 극한까지 폭주하는!!! 같은 쪽으로는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늘 본인이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시지 같은 게 너무나 확고해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