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와의 카톡 10 (니가 인기 없는 이유)

머저리> 어 누나,  내 채널은 왜 찬밥 신세일까. 조회수도 낮지만 댓글이 하나도 엄쒀~
(주: 몇달 전, 유튜브에 컴퓨터 디자인에 관한 채널을 열었음. )
머저리누나> 그게 의기소침해서 이 시간에 카톡질 할 일인가?
머저리> 신세한탄은 새벽이 제격임.

머저니누나> 대중을 상대로 할 때, 누구나 대충 알고 있는 말을 하면 지루해서 외면하기 마련이고 너무 전문적인 말을 하면 벽이 높아서  돌아서게 되는 거고,  그런 거지.
머저리> 전문성이 높아도 인기 있는 채널 있음.  ** 선배.
머저리누나> 그는 전문적이고 낯선 소재를 다루면서도 문외한들을 살짝 도발하는 정도로 진입장벽을 낮출 줄 아는 스킬을 갖고 있더만. 
머저리> 그렇군.
머저리누나> 일반적인 수준에 맞출 줄 아는 것도 영업능력이야. 반 걸음만 앞서 가기.
머저리누나>  더군다나 요즘은 폰  접속시대니까 길고 진지한 내용은 대개 스킵해버리지. 재밌어도 영상은 8분 정도가 한계치일 걸? 글은 트위터 수준의 양과 질이 소비효과가 높고.
머저리> 흠

머저리누나> 난 니 채널도 잘 봐지던데. (동생효과 아님)  눈과 귀를 열어주는 내용이라며 고맙게 보는 시청자가 분명 있을 거야. 
머지리> 삿된 위로 단호거부! 
머저리누나> 공부한 걸 정리하고 나누는 게 목적 아니었어?  뭔 시선강탈까지 바라냐?
머저리> 자기 좌표도 모르고 각성도 덜된 놈이라 그럼. ㅋㅌ

머저리누나> 온라인 콘텐츠는 일반지식에서 약간 깊이, 적당히 넓게 들어가줘야 누구나 부담없이 한마디씩 참견할 용기를 내면서 붐이 이는 거야.
머저리> 푸푸
머저리누나> 모든 소통에는 문턱이라는 게 있어.  a와 b를 가르면서 동시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문턱.  
머저리누나> 보이지 않는, 보기 힘든 애먼 것이긴 하다만 니 채널의 문턱을 다시 조형해보든가. 
머저리> 앓느니 죽을까.
머저리누나> 어쿠~ 넌 소통 문턱이 아니라 마음의 구조를 다시 셋팅해봐야 할 것 같다.
머저리> 그거 알아?
머저리누나> ?
머저리> 누나 지적질로 보는 내 모습이 내 인생 재미 베스트쓰리에 든다는 거.  
머저리> 빠빠이~

덧: 메롱~ 하고 사라지더니 그는 잠시 후에 제 얼굴을 스케치한 그림 한 장을 전송했습니다. 기상도의 기압골 같은 선들을 죽죽 그어놓은 에곤 실레 풍이었어요. 
왜인지 "자식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든 하고 싶은 걸 하게 두고,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것이다"라는 루소의 말도 떠오르고, "나를 신뢰하는 자가 나를 교육한다."는 엘리엇의 한말씀도 생각나고.... - -;

    • 인기 유튜버도 그런거고 남 앞서 가는게 어렵지만 앞에 안가는 사람이 없죠 왜 뒤에도 사람이 어김없이 있으니까 솔직히 난 저건 못하고 나의 초절정 게으름의 포스로 복권 당첨되려고 합니다 사람은 특기대로 살기 마련이니까
      •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복권을 저는 한번도 안 사봤어요. 기대효용 이론으로 보자면 '통제력의 착각/환상'에 의한 기대값이 작동하는 거잖아요.  근데 꾸준히 구입하는 어떤 이가, "노력도 공부도 자격증도 필요 없고 그냥 사기만 하면 되니까 산다' 고 말하는 걸 듣고나서는 아아~ 백퍼 구매자 심리를 이해하게 됐어요. (에이~ 특기랄 수는 없죠.)
        • 그렇긴한데 뭐 착각 환상 아닌게 별로없으니' 근데 나의 포스가요 단체로 어디 가거나 뭐 할때 내뒤에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 채널 만들 때, 유튜브는 2인1조로 문답식 운영하는 게 접근성이 좋다며 누나 미모(!) 끼워 팔기를 제의하더라고요. 1만 구독자 금방일 거라고.  10만을 예상한댔으면 고려해봤을지도 모르는데(침 안 바른 거짓말)  이 친구가 눈치가 좀 없어요. 사랑스럽긴 합니다.
    • 전문적인 내용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에 대해 격하게 공감하고 갑니다. 그리고 그게 심지어 (아마도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좋은 카메라가 필요 없을) 컴퓨터 디자인이라할지라도 ‘공부한 걸 나누고 정리하는 목적으로 유튜브’는 공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진입장벽 낮추기는 실력자들이 할 수 있는 기술이긴 하지만,  실력이 있어도 완벽주의자 성향인 사람은 마음먹기 쉽지 않은 선택인 것 같더군요. 시작과 끝이 다 창대하기를 꿈꿔서 그런 듯. -  -

    • 즐겨보는 유투브가 많진 않지만 유투브를 만들어서 지속적인 수익성 창출을 한다는건 상당한 일입니다. 전 "토전사" 멤버들 유투브를 요즘


      보지만 확실히 "토전사"때만한 퀄리티가 안나오더군요. 지식전달형 유투브라면 더구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성공한다면


      꽤 가치있는 일이지요.



      • 유튜브 세계를 잘 모르지만, 운영하려면 주식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하는 것 같더군요. 10만 구독자면 전문직에 버금가는 수입이 가능하다니 채널들이 폭발하는 현상도 이해돼요. 동생도 정보 나눔에 의미를 두고 시작했는데 관심을 받고픈 욕망이 뒤늦게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듯.
    • 동생분이 정말 착하신듯. 제 누나가 저보고 머저리라고 하면? 상상해 보았는데 전혀 상상이 안되네요. 타인의 가정사니 제가 뭐라할 바는 아닙니다만 동생보고 머저리라고 부르는 누나는? 요즘 재미있는 유행어가 있어요. 재미 교포인데 군대를 한국 udt를 나온 이근 대위라는 분의 어록 중 하나에요. 이분이 일반인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킬때 하는 말이죠. 서툰 한국말로 인성 문제 있어? 라고 하는데 ㅁㅓ랄까 너무 웃긴데 또 그게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요.
      • 누나는 머저리누나, ㅎㅎㅎ.. 나도 누나 있었으면 좋겠다.


        • 누나가 없는 경우 그 존재에 대해 환상을 갖는 분들이 있던데, 현실에서는 살벌한 관계인 케이스도 많아요.  저같은 대인배 누나는 드물다고 봅니다. 험험
      • 예전에 '머저리'란 단어를 두고 모 님이  불편하다고 댓글을 다셔서  대댓글로 설명드린 바 있는데 또 한번 적어봅니다.


        이 대화명은 가족단톡방에 동생이 스스로 정해 쓰는 대화명이에요. 남에게 쓰는 건 낮잡아보는 뜻이 분명하니 삼가야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지칭할 경우엔 자신감+약간의 도도함을 느껴서 저는 귀엽게 받아들이는 단어입니다.  우리가족이 좀 유별난가요? 


        국어 어원사전에 의하면 머저리는 '멎다'의 어근 '멎'에 사람을 뜻하는 '어리'가 만나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해요.  


        같이 생각해볼 거리가 된다 싶어서 동생과의 카톡 내용을 가끔 듀게에 기록해보는데, 넘버 10까지 왔으니 대화명을 수정할 수가 없...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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