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VS 흠의 법칙

머피의 법칙. ( 공군 대위 머피가 중력기 개발 중에 경험한 '잘못 될 여지가 있는 것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다, 그것도 하필 최악의 순간에~ '라는 발견에서 비롯되었다는 법칙.)
과학자들은 이 법칙을 '선택적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뇌의 기억/판단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인상깊은 기억들 위주로 남는 현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요.
(뻘덧: 이 법칙에서 파생된 무수한 법칙들이 있는데,  그중 제가 최근에 겪은 건 'USB 단자의 법칙'입니다.  USB의 단자 방향은 위, 아래, 그리고 중첩된 상태라는 세 가지 상태인데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중첩된 상태라는 것.  - -)

요즘 뉴스(+게시판)에서 조명되는 공직자/ 문화계 셀럽들의 면면을 대하노라면, 그들은 실무형도 아니고 이념형도 아니고 노력형도 아니고 단지 유머리스트에 불과한 사람들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어요. 논리도, 내실도, 열정도 없는데 사회적 관심에 대한 욕망은 포기가 안 돼서 이런저런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달까요.

그들의 가치관/ 세계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정치인의 경우, 이 사회의 불평등, 아이러니, 불행, 슬픔 등을 화해시킬 수 있는 설계도 한 장도 갖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대중이 미처 이해 못하는 결정적 명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몽유적 군중들의 흐름에 부합하여 기어이 자신이 부각되고야 말겠다는 '생존' 욕망만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비난을 머피의 법칙에 의한 억울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보여요.  그렇지 않고서야 지켜보는 사람이 시선을 떨구게 되는 벌거숭이 임금님 같은 행보를 당당하게 이어나갈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음... 에... 또...  저는 '머피의 법칙'과는 성격이 다른 '흠 flaw의 법칙'이란 걸 이렇게 적어봅니다.
아무리 뛰어난 존재라도 - 어떤 영웅의 인생에도 - 흠/흠집/흠결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그 흠으로 인해 각각의 인생이 흥미진진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고요.  다만 흠은 그 나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스스로 긍정하려 겸손해지다가도 잘났다는 듯 꼭 변명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부리는 '꼬장' 때문에 흠을 받아주려던 상대의 마음이 돌아서버리고 마는 것이고요.

자기 본위의 삶을 살기 마련인 인간에게 흠이라는 얼룩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니 중요한 건 흠을 흠으로 인지하는 것,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낄낄빠빠하는 용기와 결단인 것이겠죠. 그런데 대개는 머피의 법칙을 방패삼아,  누군가 나를 흠집내는 거라고 착각하며 자신의 흠을 홈으로 패어버리곤 합니다. 특히 그런 경향이 도드라져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끝까지 자기성찰이 안 되어 패어진 홈이 그의 인생은 물론 한 사회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백세를 누리지 않더라도 인생은 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웅이 없더라도 한 시대는 비장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무결점의 영웅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자신의 흠결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열정도 발휘할 수 없는 존재가 이 사회 피라미드 구조의 상층을 넘보는 모습을 대하노라면 '아서요~ 마세요~' 싶습니다.
'나나나나나나 아서요~ 마세요~' 
'Dynananana~ you are dynamite~' 
    • 머피의 말은 징크스가 아니고 유비무환이군요 다 우연의 기억을 이상하게 생각하는거지만 난 샐리의 법칙이 더 맞는거같아요 '포기하고 주는데로 받기로 해서인지' ㅡ저런사람들도 무슨 법칙이 아니고 우연도 상당히 관여하지만 첨부터 정해진 길이겠죠 생의 운이 좋으면 존경 받을 만큼의 인간의 삶이 되지만 거의 다 그러지 못한 그들의 본능대로 살아져서 그 모양 입니다
      • 음. 느낌적 느낌을 적어보자면 가.영님은 샐리의 법칙보다 줄리의 법칙 쪽이신 듯합니다.  '줄리의 법칙'도 샐리와 마찬가지로 행운과 관련돼 있지만, 심상사성 心想事成이라고,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일어나며 절실히 바라고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머피나 샐리의 법칙이 자기의지가 결여된 결과라면 마음속 기원이 현실로 나타나는 경험법칙인 거죠.
        그나저나 샐리의 법칙을 만든 롭 라이너 감독의 근황은 어떠신지. 3년 전쯤 밀라노 소극장에서 <Shock and Awe>를 졸면졸면 본 게 마지막으로 접한 작품이었는데... - -

    • 혼잣말.
      너댓 시간째  서울 하늘에는 우르릉 쾅쾅 천둥소리가 무섭게 심장을 두드리고, 간헐적으로 세찬 소나기가 쏴아아 지나간다.
      마치 지구가 병들어가는 속도에 인간의 다혈질적인 가속도가 붙어서 종말이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것 같은 소리다.
      민주주의니 정의니  두런거리는 우리의 말들이 잠깐 번득이다 사라지는 번개에 불과하다고 꼬집는 것 같고, 어쩐지 남해 쪽 다도해 섬들이 가라앉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든다.  어우 무서워라~

      와중에 시 하나가 불현듯 떠올라서 구글링했다.

      -청송사과 / 이규리

      전화로 주문을 했더니 그 남자는 먹기엔 그냥 괜찮다며 흠 있는 사과를 보내주었다
      흠, 흠, 내 흠을 어떻게 알고서

      어제오늘 이미 여러 차례 떨어진 내 하관은 바닥이니 거리에 떠다니는 삼엄한 얼굴은 또 무슨 생각들을 놓친 낙과냐
      비나 번개를 안아
      저 흠들을 자신의 몸으로 모서리를 삼킨 거지
      말도 못하고 심중에 울음을 넣은 거지
      그렇게 견딘 시간은 울퉁불퉁 붙고 아물어

      과도의 끝이 닿자 이제야 길었던 통점이 떠나가고
      뭐, 큰일이나 날 것 같았던 당신의 법도 잘려나가고

      자른 채로 질려 나간 채로 그냥 묻어 살기에 괜찮으니 도리어 면면하니
      흠 있는 존재, 단물까지 나는 이 서사의 사랑스러움을 견딜 수 없으니
    • 잘 읽었습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네요 흠을 받아들이는 열정이라...
      • 어느 분야에서든 '주목받는 인물'로 살려면 현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든, 엄청난 운이 따르든 해야 하죠. 저는 그에 더해 '자기 흠을 인정하는 내공이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붙여요.
        이상주의자의 열정이 잘 구현된 캐릭터로 돈키호테를 꼽는데, 그는 반영웅이지만 죽기 전에 자신의 환상을 인정하고 '제정신'을 찾는 것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처럼 끝까지 자신의 열정을 밀고나가서야 발견할 수 있는 게 '나의 흠'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렵죠.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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