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오취리, kibun, 블랙페이스

http://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289671


저도 예전에는 "흑형"이란 표현이 차별은 아니지 않냐면서 친구랑 열심히 토론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는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죠. 그 표현은 선망과 동경을 담아서 부르는 표현이니 차별이 아니라 칭송 아니냐고 저는 떠들었고 제 친구는 토론을 중지했습니다. 그 때의 기억은 인종차별 이슈를 이야기할 때마다 제게 작은 수치를 느끼게 하는 "쌩역사" 같은 것입니다. 부끄러운 기억은 원래 굉장히 생생하게 리바이벌되서 고통을 주죠.


이제 제가 알게 된 것은, 차별의 가장 핵심은 비하도 모욕도 칭찬도 아닌 "구별"이라는 것입니다. 표준적 인간이 아닌 사람은 비표준적 인간으로 따로 인식되고 구별됩니다. 이 구분 자체를 당하는 것과 당하지 않는 것은 당하는 사람에게 감각적인 불쾌와 피로를 줍니다. 전라도 출신 사람이 요리를 잘한다고 합시다. 그럼 그에게 가장 정확한 칭찬은 "요리 잘한다!"라는 감탄일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전라도 사람은 요리를 잘해~" 라고 한다면, 그는 비 전라도 사람이 표준인 한국에서 자신만의 지역 정체성으로 구분됩니다. 요리를 잘한다는 그의 장점은 순식간에 지역 정체성에 흡수되어버리고 그는 그저 전라도 사람으로 구별되고 맙니다. 전라도 음식이 맛이 있으니 칭찬으로 그렇게 말했다는 의도를 아무리 가져와도, 그 의도를 표현하는 맥락이 "구별"이라면 그건 결국 온전한 칭찬이 될 수가 없죠. 그는 그냥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인데 그 지역적 정체성으로 구분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인간"이 될 수 없는 겁니다.


인종은 가장 큰 구별의 틀입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백인은 백인이라고 별로 불리지도 않습니다. 미국인, 영국인, 프랑스인, 유럽인 등등으로 불립니다. 미국에 살고 원어민 영어를 구사해도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이들에게만 "흑인"이라는 구별의 틀이 씌워집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야? 가 아니라 흑인이야? 라는 인종적 구별부터 당하는 것이 당사자들에게 과연 유쾌한 일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구별은 반드시 계급적으로 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남교수" "남왕"이란 말은 없습니다. "여교수" "여왕"이란 말만 있죠. 구별당하는 것 자체가 이질적이면서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미를 이미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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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페이스는 인종적으로 가장 심하게 구별당하는 흑인이란 인종을, 얼굴 분장으로 다시 구분하는 퍼포먼스입니다. 이건 박나래가 분장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그저 닮아보이려는 행동을 취한 것과는 아주 다른 맥락을 지닙니다. (심지어 박나래 본인도 블랙페이스로 비판받은 전적이 있습니다) 블랙페이스라는 행위가, 이 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백인이"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놀리는" 의도와 표현 아래에서 실천되어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미 이 행위는 역사적으로 차별이라는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의도와 무해함은 이 앞에서 무의미해집니다. 무슨 단어나 행동이든 그 자체만으로 중립적입니다. 이미 그 안에 만들어진 역사적 맥락을 따져봤을 때 차별로서 완성이 되는 거죠. "조센징"이란 단어가 딱히 비하하는 의도나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렇겠습니까? 그 단어를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멸시하면서 사용했던 단어라 그 맥락이 아직도 씻겨나가지 않았기에 이 단어는 차별의 어휘가 됩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아마 역사를 잘 모르고 아주 순수하게 어감을 좋아해서 한국인을 보고 "조센징!"이라고 웃으며 해당 단어를 말하는 일본인에게 무조건적인 관용과 포용만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떻게해서든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당사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며 어떤 사람들은 분노할 수도 있겠죠. 어떤 식으로든 그 무지와 당사자에게 주는 실망감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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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가 의정부 학생들의 블랙페이스를 비판한 것을 두고 대다수 사람들은 그에게 반박하며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이 때 의미심장한 것은 한국대중 다수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입니다. 자신의 의도를 계속 강조하고, 너는 우리 아시안들에게 얼마나 정의로웠냐면서 자기 대신 상대방에게 역공을 가하고, 급기야는 인종차별적인 맥락이 딱히 없었던 샘 오취리의 "웃기는 표정 만들기"를 아시안들을 차별했다면서 상대의 위선을 억지로 발명해내는 식이죠. 이 갑론을박의 형태는 결국 잘되봐야 피장파장의 오류이고 상대방의 에토스를 기준으로 발언권을 박탈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씁쓸합니다.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다, 라고 자신을 변호하고 이해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못했으면 너도 잘못이라면서 결국은 외국인에게 해당 국가의 오랜 거주자들이 권력적 횡포를 부리는 걸로 끝난다는 점이죠. 


다수에 의한 소수의 핍박, 가짜뉴스, 한국에서 돈 벌게 해줬더니 떠나라, 이런 문장들이 과연 이 사회가 토론이 가능하고 다수의 반성과 성장이 가능한 것인지 회의하게 만듭니다. 그냥 자시자신은 어쨌든 틀리지 않았고 어떻게해서든 기분을 나쁘게 하지 말라는 심각한 꼰대문화가 전국민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영어 문구와 한국어 문구의 태도가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떻게 해도 그 핵심은 "너가 감히"라는 괘씸함입니다. 당사자인 샘 오취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한국인들을 비판하고 분노하면서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그 설득의 어조를 문제삼아 듣는 자신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말할 것을 요구합니다. 타인을 향할 때만 발휘되는 이 엄격함에 사회가 인간의 위선을 과연 교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만 드네요. 일베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일베적 사고에 빠진 것은 아닌가...


https://www.youtube.com/watch?v=vw-cKB4Fm14


토니 락의 코메디 쇼입니다. 왜 오드라가 별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토니 락이 이를 미친듯이 지적하면서 놀리고 기가 막혀하는지, 그 "구별"의 의미를 다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구별하지않고 동등하게 대한다는 것은 대단히 고도의 두뇌활동인 것 같아요. 


      저는 자꾸 자신이 없어지네요. 역사와 사회의 소수 약자에  관심을 갖게된지 얼마안되었는데 알고나면 말과 행동을 하는데 온통 지뢰밭입니다. 


      그래도 인간 정도의 두뇌를 가졌다면 할 수 있겠죠.

      • 조심만 하면 그래도 상당히 자시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는 말아야죠...

      • 완벽하지 않아도, 인간이라 완벽할 수는 없어도 늘 선량함을 향해 노력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 차별의 핵심이 비하도 모욕도 칭찬도 아닌 "구별"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링크의 코메디는 관객과 즉흥적으로 한 것일텐데도 정말 절묘하네요. 어찌 이리 계몽적이면서도 모두가 웃을 수 있는지.... 

      • 토니 락은 그냥 친구도 아니고 "흑인 친구"라고 구별되는 그 지점에서 본능적으로 차별을 느낀 거겠죠... 

    • 흑인 아닌 사람이 흑인 분장은 하면 안되는게 구별이 곧 차별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흑인분장 자체에 역사적으로 멸시의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이는 마치 일본사람이 조선인을 조선인으로 부르는 거나 미국사람이 Japanese를 Jap으로 부르는 거나 같은 맥락이죠. 후대사람들이 아무생각없이 또는 멸시의 고의 없이 쵸센진, Jap이라고 써도 멸칭은 멸칭인것. 오취리가 사과할 일이 전혀 아닌거죠.
      • 그러니까 그 분장이 멸시가 되는 근본적인 까닭은 그것이 백인 표준의 사회에서 백인이 아닌 사람을 "구별"하는 행위라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나 싱글페이서 님이 예시로 든 모든 그 멸칭은 근본적으로 지배자 계급이 피지배자 계급을 "구별"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멸칭이 어떻게 멸칭으로 성립하고 왜 그 멸칭의 역전은 일어나지 않는지 생각해보세요. 

        • 차별은 같은것을 다르게 취급하거나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거에요. 구별이 곧 차별이라는 거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도 차별이 된다는 소리라 잘 못됐다는 겁니다.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810111627353345

            유전적으로 같은데 다르게 취급하는 겁니다. 색만 보고 다를 거라고 믿으며 차별해왔습니다. 이제 진실이 알려졌으니 '인종'같은 말은 폐기 됐으면 좋겠네요. '구별'을 위한 목적으로 발명된 단어 잖아요.
            • 인종을 구별하는 것과 인종을 차별하는 것은 다른 거에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과 차이를 이유로 차별취급하는 것은 다른차원이란 것.
          • "다르다"를 누가 정하고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적용하는데요?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못알아먹으면 그냥 말을 얹지를 마세요...
            • 구별이 곧 차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친절하게 이야기 해드려도 못알아먹는 분이 할 이야기는 아닌 것같군요. 경청할 준비가 안된 분인듯. 그럼 이만.
              • 미국에서 흔하게 쓰이는 차별적 용어가 "your kind"라는 단어인 건 모르시니까 이런 소리를 하시죠. 제가 달아놓은 링크에서 오드라가 왜 욕먹는지도 모르겠죠?




                저는 왜 이렇게 한국에서 타고 자라나서 한국적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본인의 세계적 옳음을 자신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갑니다... 구별이 차별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구별당해볼 일이 별로 없는 한가한 사람들이죠.

                • 님은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님은 주류죠? 그리고 한국에서만 살고있죠? 외국 나가서 살아보셨어요? 우물안 개구리가 머릿속으로만 옳니 그르니 판단하는거 아닙니까?

                  • 살아봤답니다~~ ㅋㅋㅋ


                    오니무스 님은 안살아보셨죠? ㅋㅋㅋㅋㅋㅋ

              • 본문 보셨나요? 색 따지지 말고, 그냥 국적으로 부르거나 대륙으로 나눠서 불러도 됩니다. 왜 굳이 피부색으로 나눈 정체성을 필요로 합니까? 피부색이 정말 황,흑,백 세 가지도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어떤 유럽이나 북미인들은 피부가 빨갛고요, 인도인들 피부색은 명도가 천차만별이라 밝은 베이지~흑갈색 인데요.

                저는 유럽인들의 머리색 차별도 정말 웃기던데요. 진저는 제가 좋아하는 색이라 예쁘게만 보였는데, 그쪽 문화권에서는 놀림감이고, '금발이 너무해'는 머리색+성별 편견의 대표적 영화 아닌가요? 피부색, 즉 외모 정보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계속 사람을 구별짓고 차별하잖아요. 왜 그런 정확하지도 않은 색깔 구별을 굳이 만들어 내냐고요. 색 좀 달아서 다른 줄 알았는데 유전적으로 차이도 없잖아요? 인류는 전부 같은 호모속 사피엔스종이에요.

                결국 누구의 무엇을 위한 구별이겠어요?
    • 굳이 분칠까지 했어야 했나 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저 학생들의 그간 역사를 보면 비하 목적이라고 생각하긴 어렵죠. 의도와 목적은 배제한채 단순히 얼굴 색을 바꿨으니 비하라고 꼬집는 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패러디하는 대상이 명확했잖아요. 세계적으로 유행한 영상과 인물들이 있어요.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를 코스프레할 때 인종과 관계없이 피부색은 당연히 고려 대상입니다. 학생들이 흑인 일반은 저렇다고 단정 짓거나, 원본에도 없는 혐오 요소를 첨가했다면 모를까 저 정도 패러디로는 글쎄요.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를 코스프레했다가 트위치에서 영구정지된 유저도 있죠. 캐릭터는 흑인이고 유저는 백인이었습니다. 의도와 목적을 배제한 채 오로지 혐오 정서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게 옳을까요?
      • 저 학생들의 그간 역사 어디를 보면 비하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나요?

        저 학교에서 블랙페이스 분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니 애초에 인터넷 밈이란 게 도덕적 가치 평가라는 것 없이 그저 널리 퍼져버리면 그만인데 그걸 따라한답시고 분장하는 것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맥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고려를 그간의 '역사' 속에서 해왔을까요?

        무지는 정당함을 얻지 못합니다. 그저 참작될 수 있을뿐이죠. 의도와 맥락 고려로 어떤 혐오행위가 혐오냐 아니냐 판별하려면 그거 판별하는 시스템이라도 구성해야 하겠죠. 그런데 그게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사안은 false positive가 더 나은 겁니다. 그냥 이런 행위는 인종차별 요소가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맞는 것이고 몰랐으면 죄송하다 하면 됩니다.
      • 모르고 한 일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아서 알아보니 모르고 한 그 일이 차별과 폭력의 아주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면, 자신의 의도와 목적에 상관없이 응당 부끄러워야 하는 것이 옳다고 배우지 않습니까?


        그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나이가 되도록 졸업사진 특이하게 찍는 학교 역사는 잘 알면서, 코스프레 잘 하는 방법은 알면서

        인류 역사와 차별의 의미와 윤리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는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몰랐다'고 말 하는 이 상황-교육의 부재는 '아쉽다'며 넘길 게 아니고 사회 전체가 반성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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