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그분의 그림자

제 예전 직장 상사였던 '그분' 이야기 입니다. 
아마 연장방송 되지 않는다면 그분 이야기는 한번정도 더 적으면 끝나지 않을지
(며칠전에 썼다 지웠던 이야기의 보완입니다.)

0.
제가 다니는 회사는 '사내 협력사'가 있는데 공장의 일부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업체들입니다.
이 회사들은 저희 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 회사 사장, 팀장급은 저희 회사에서 낙하산으로 꽂(?)습니다.
보통..아니 거의 대부분 진급 못하고 있는 고참들 중 '후배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분들이 갑니다.
그래도 여기라도 가는게 어디냐, 그냥 나가는 것 보다는 낫지 라는 인식입니다. 여기도 아무나 못가는거지요.

'그분'은 부장 진급을 포기했을때부터 협력사 자리 없나 기웃기웃 하셨죠. 협력사 사장님들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했고요

1.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그분은 협력사로 가셨어요. 운이 따랐던거지요.
다들 놀랐어요. 못갈줄 알았거든요. 공장장부터 해서 너무 평판이 안 좋아서...
그런데, 그쪽 팀장이랑 공장장이 밀어줬다고 하더라고요. 퇴사시키고 싶어서...
하긴 뭐 자기 나이 많다고 (능력은 없으면서) 고참 대우 해달라고 팀장이랑 각세우고 지시하면 말 안 듣는데 어떤 팀장에 데리고 싶겠어요.
우리회사 같은 보수적인 분위기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것 만으로도 껄끄러운데..
(그런데, 그 팀장도 이번에 같이 그만두게 생겼.... )


2.
그분이 협력사(여기는 진짜 협력사, 우리회사 지분 1%도 없는..) 직원들 일하는 현장 사무실에 자리가 있었어요. 저도 그 팀에서 일할때는 있었죠. 생산라인마다 현장 사무실이 있고 저희 파트는 4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무실에 자리가 있고, 제 담당인 현장 사무실 두곳에 자리가 있었죠 그 사무실에는 협력사 직원들만 있으니까 공장 사무실에 있을때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자유(?)롭죠. 
그분이 퇴사하고 그분 자리를 치웠답니다. 아니 그냥 비워놔도 되는데 굳이 치운걸 보면 협력사 직원들도 꼴보기 싫었겠지요. (제가 이 팀으로 옮겼을땐 제 자리 안치웠는데...)
그리고 그분이 갑자기 현장 사무실에 나타나서 자기 자리 치워놓은걸 보고 불같이 화를 냈답니다. 협력사 직원들한테 욕하면서 자기 자리를 왜 치웠냐, 내가 그만둔지 얼마나 되었다고 치우냐 하며 난리를 쳤대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간 후배가 왜 여기 오셨냐, 뭐하시는거냐며 말렸더니 네가 치우랬냐 하며 욕을 하고 멱살잡이를 하셨다고....(...) 그 과정에서 비품도 좀 파손되고요.
아니, 아무리 자기가 OB 라고 해도 이제는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닌데, 불쑥 나타나서는 자기 자리를 치웠다고 자기가 갑질하던 을회사 직원(이제는 을도 아님)에게 폭언을 하고 후배 멱살을 잡는게 정상인가요?

멱살잡힌 후배는 이 양반 가만 안두겠다며 보고를 했는데 파트장이 얼마전까지 같이 일하던 분이니 이번만은 넘어가주자 라며 그쪽 협력사 사장에게 전화해서 (폭언/폭력은 빼고) 이제 퇴사하신 분이니 함부로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3. 
후배가 저한테 찾아와서 팀장님, 팀장님 계실때도 이랬나요? 라면서 물어봐요. '그분'이 예비품을 사적으로 가져간 정황이나, 설비 투자하면서 현장 단말기용으로 납품받은 PC가 서류상은 5대인데 실제로는 3대만 들어왔다거나, 예비품 구입비로 SSD 나 외장 하드 같은걸 샀는데 그게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고요.

아.. 그래서 내가 그 팀에 있을때 자기 담당 예비품 재고관리는 자기가 한다고 승질 내거나, 납품 들어오면 검수하는 귀찮은 일을 자기껀 자기가 한다고 얼씬도 못하게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가 협력사 직원들을 붙잡고 '솔직히 말해달라, 이거 어디 갔냐, 누가 가져갔냐?' 라고 집요하게 물어보니 '그거 아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단말기용 PC 를 모니터 따로 본체 따로 하는 식으로 한대씩 들고 가셨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저도 같이 근무하고, 협력사 분들이랑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저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안해주신거지요. 다들 아는데 나만 몰랐던 것인가 싶고...
개인적으로 쓰거나 팔 수 있는 노트북이나 하드, 램 같은건 받아놓고 가져가고 단가는 비싸고 쓰거나 팔수 없는 산업용 장비는 2대 필요하면 3대 발주 내서 1대는 납품 안 받고 뒤로 받아 먹은것 같다고 합니다.

하여튼, 후배는 '그분' 엿먹인다고 이런 저런 정황증거를 모으고 있고 그중에는 제가 있던 시절도 있는데 나는 왜 몰랐지 하는 생각도 들고 이거 잘못하면 나한테도 불똥 튀겠구나 싶네요. ㅎㅎㅎ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너무 순진하게 회사생활 하는구나 싶네요. 하....

    • 들으면 들을수록 참 '평범한 악'이라는 단어와 딱 맞는 인간입니다. 저런 사람은 어딜가도 비슷하거나 똑같은 짓을 해서 조직을 좀먹겠죠... (한숨)
      • 거기 가면 현장분들 직접 컨트롤해야 할텐데, 거기서 사고 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3. 설비투자라.. 그분이 가져가신게 과연 납품용 PC 1대나 ssd같은 PC 소모품만일까요....??
      • 동의합니다. 그분 최악이네요.

        그 분이 견적받고 업체선정하는 역할을 했다면 단가올리고 뒷돈도 받아왔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분 정말 정치 잘 하셨나봐요. 다른 의미에서 대단하십니다.
        • 정치가 아니라 갑질이겠죠. 저렇게 해먹은게 사실이고 정치를 잘 했으면 팀장들이나 공장장이 경원시 하지 않았겠죠.
      • 음.. 보통 저 파트 설비투자 연간 총액이 작게는 4억, 크게는 10억 정도 였습니다 한건에서 네건 정도를 했지요.

        제가 사원시절에는 공사 시작할때 업체랑 오프닝 미팅하고 저녁 먹고 다 끝나고 F.A.T 에 사인하면 저녁먹었죠. (삼겹살집이나 횟집에 갔어요. 결재는 업체가....(...)) 몇번 들어와서 좀 친해진 업체쪽 실무자가 ‘윗분들은 이제 더 좋은데 가신다’ 라고 한적이 있긴 하네요.

        ‘그분’이 파트장 역활을 하게 된 이후에는 저녁 먹는 자리도 없어졌어요. 저야 회식을 좋아하지 않으니 아쉬울것도 없었고, 예산절감 압박에 투자예산도 줄때라 업체도 많이 못 남기니 저녁 먹기도 부담스러운가 보네.. 생각했는데 참 순진했네요. ㅋㅋ 아마 여러사람 먹이고 인사하고 안하고 자기가 혼자 먹은건지..ㅋ


        간이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제가 태클 걸까봐 저한테 철저히 정보통제를 한건가 싶네요.
        • 그러면 그 파트의 자리를 치웠다고 난리피운 이유가 단순히 섭섭함이 아니라.. 그 파트에 대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이 있다는 걸 납품 업체에 어필(..)하려고 했는데 그게 틀어져서 그런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2-3억 규모 프로젝트에 납품사 엔지니어로 들어가면.. 건너건너 발주처 구매담당자가 이런저런 요구를 한다는 걸 듣게됩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미친 ㄸ라이 xx들은 많구나 싶은데.. 가라님의 그분은 그 중에서도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 제가 사원때 당시 파트장(그분 전의 파트장)이 '우리 회사는 3개월이상 어음이 나가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나온 가격을 보고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 가격에서 최소 20~50%는 더 붙여줘야 한다.' 라고 했었죠. 저도 아버지가 사업을 했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어음 받으면 10-15%정도 까서 할인 한다는건 알고 있었기에 그런가보다 했었죠. ㅋㅋ 


            제가 담당했던 투자건들은 FM대로 진행했는데, 그분이 뒤로 공급사들에게 뭔가 얻어먹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제가 그런거 안하는건 뻔히 알고 있었을테고, 그렇다고 공급사가 그만큼 이익보게 가만히 둘 성격은 아닌지라.. 




            그리고 영향력이 있다는걸 어필할 생각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과장이 그 파트 업무 전체를공을 총괄하게 될텐데 본문에도 적었지만 이 친구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둘이 최악의 상황을 걷고 있었거든요.  둘이 같이 일하는데 그분이 저한테 하듯 공을 가로채고 공치사하려고 공장장이랑 팀장들 있는데서 '내가 다 알려주고 지도해줘서 이게 된거다' 라고 했는데 공장장이 피식 웃으며 '퍽이나~' 라는 표정으로 회의 끝내고 후배가 '님이 언제 날 도와줬음?' 하고 대들어서 둘이 싸우고 그 뒤로도 계속 둘이 각세우고 지내서... 협력사 사람들은 물론 몇몇 납품업체 사람들도 알죠. 




            본인이 원하던 협력사 갔는데, 평소처럼 좀 짱박히려고 익숙한 장소에 갔더니 자리가 없어져 있고, 자신이 이제는 이 회사 사람이 아니라는걸 느끼면서 만만한 사람들에게 버럭하면서 감정을 쏟아낸게 아닌가 추측하는데, 이것도 어쩌면 순진한 생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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